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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3cm 작은 네모 속 큰 그래픽, 우표디자인

2004-02-04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보통우표를 비롯하여, 국내외의 각종 기념 행사를 기념하고 홍보하는 발행연도가 반드시 기록되는 기념우표, 우취 수집가들을 위해 우편용과 별도로 인쇄된 시트로 발행되는 기념시트까지 다양한 종류의 우표는 우편 요금을 납부한 표시로 우편물에 붙이는 증표를 위해 국가에서 제작하는 디자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를 대표하는 ‘꼬마대사’라 불리우는 우표의 그래픽은 국보, 전통소재, 토산물 등 그 우표를 발행하는 국가의 역사, 문화 등을 보여줄 수 있는 소재들로, 그 정확성과 사실성, 공신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처럼, 제한된 사이즈 내에서 국가를 담아내기에 이미지선정부터 배포까지 큰 작업프로세스를 지니고 있는 우표의 3cm 밖 큰 그래픽 작업을 들여다 보았다.

취재 | 이정현 기자 (tstbi@yoondesign.co.kr)

우표 디자인 시 가장 중심을 두는 것은?
주제에 맞는 메시지 전달이다.
주제와 부제를 7 : 3 의 비율로 나누어 담되 우표는 사이즈가 작기 때문에 너무 복잡해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과감한 삭제를 해서도 안된다.
왜냐하면, 우표는 국가의 상징물작업이기 때문에 일종의 도감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사실성과 정확성을 기반으로 원도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이다.
소재가 같을지라도 표현방법, 표현각도에 따라 분위기나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검증과 수정, 보완 작업이 많다.


크기가 작으므로, 작업할 때 돋보기를 두고 제작하는가?
원도는 우표의 4배 사이즈로 제작된다.
참고로, 우표의 사이즈는 기념우표의 경우 23mm X 33mm , 33mm X 23mm가 기본이고, 보통우표의 경우는 이것들보다 작은 경우가 많다. 때로는 아주 큰 우표들이 발행되기도 하고, 아주 긴 우표가 발행되기도 한다.


그래픽 작업은 주로 무엇으로 하는가?
핸디페인팅이 주 작업이었다.
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컴퓨터그래픽이 빠르고, 심플하며 쉽게 수정이 가능하여 작업이 되어졌으나 점차 너무 기계적인 느낌이 강해져서 2000년 이후부터는 이를 혼합하여 사용하고 있다.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텍스트는 무엇인가?
발행국의 국명, 우표요금, 그리고 학명, 행사명과 같은 사용된 소재의 이름, 기념우표의 경우 우표명이 있다.
국명은 폰트나 사이즈가 세로형과 가로형으로 정해져 있어서 반드시 그것으로 사용해야 한다.
그 외의 우표요금이나 다른 텍스트는 우표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우표 인쇄는 어디서 하는가?
한국조폐공사에서 인쇄를 하고 있다.
인쇄과정 속에서 뭉그러질 수 있기 때문에 정교한 인쇄테크닉이 필요하다.


우표인쇄에 사용되는 종이는?
인쇄용지로는 크게 투문지와 무투문지가 있다. 무투문지는 백지라고도 하는데, 거이 모든 우표에 사용되고 있다.
투문지는 1960 연대 까지만 발행되었던 우표에 사용되었다. 옛날에는 우표를 인쇄하는 기술의 수준이 낮았는데, 우표값은 다른 물가에 비해 엄청나게 비싸서, 위조의 위험이 있기에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특수한 종이를 썼는데, 그것이 투문지다. 그래서 종이에 특수한 무늬를 넣은 것을 투문이라 하는 것이다. 옛날 한지를 등불에 비춰보면 흰색의 가는 무늬 같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이처럼 종이에 특정한 무늬가 새겨진 선을 넣어 빛에 비춰보면 보이게 만들어진 종이가 투문지다.


기념우표의 경우, 천공을 고려하여 이미지작업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중요한 그래픽이 잘릴 수 있을 것도 같다.
우표를 뜯을 수 있도록 해주는 천공은 이 이미지가 우표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작업이다.
예전에는 시리즈 우표라 하더라도 정해진 사이즈 내에 이미지를 놓고 테두리에 천공을 두었으나, 최근에는 하나의 이미지를 두고 그 안에 천공을 두어 우표 하나하나의 이미지가 모여 또 다른 커다란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우표를 제안하고 있기 때문에 원도에 어느 부분에 천공 자리를 둘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다. 무척 감각적인 고민인 것 같다.


1종류의 우표 제작 기간은?
1년에 50여개가 발행되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이 동시에 여러 개의 작업을 진행하기는 하나, 대략 3~4개월 정도 소요된다.
소재는 우표 심의 위원회에서 정해지지만, 그 소재를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디자이너의 몫이다. 실작업시간보다 자료수집과 자문의 시간이 더 많이 투여된다. 유물, 인물, 자연, 음식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해 검증을 통과한 후 디자인 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




우표 제작 프로세스

우표심위위원회에서 다음년도에 발행될 우표의 소재와 각 분야에서 제안한 발행예정 우표를 심의한다.예를 들어, 2003년에 발행된 우표는 2002년에 그 소재들 및 발행할 우표가 선정되는 것이고, 이 심의는 해마다 3월에 진행된다.

우표발행심의에서 결정된 주제에 따라 문헌자료, 검색 등을 통해 디자인방향을 결정하고, 이를 토대로 표현기법, 아이디어, 적성 등을 고려하여 디자이너를 선정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자료수집도 같이 진행된다.철저한 자료 준비는 디자인 계획을 설정하고 진행하는데 있어서 크리에이티브의 가장 기본활동일 뿐만 아니라, 주제의 사실성과 정확성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작업이다.

담당 디자이너가 각자의 개성있는 기법으로 우표에 본격적인 옷을 입히는 과정이다.각 장르별 엄선된 외부디자이너는 담당디자이너와 협의하여 우표의 디자인 방향에 맞는 원화를 그리고, 천공 및 신기술 검토를 통해 다양한 우표의 형태를 전개한다.




우표 원도에 사실성을 검증받기 위하여 우표 주제에 따른 각 분야별 전문가에게 고증과 자문을 받는 과정이다.표현에 있어서 정확성을 형성하고자 여과되는 과정으로, 이 과정에서 실증된 자료를 바탕으로 다시 수정 보완된다.필요시 자료수집부터 다시 시행되기도 한다.

우표 원도는 평균 2개 이상으로 작성하여 우표발행심의위원 중 우취계, 디자인계, 미술계 등으로 구성된 별도의 우표디자인심의에서 주제 성격과 적합하게 표현된 디자인을 선정하는 과정이다.이 과정에서 표현기법에 있어서 부적절한 요소가 여과되기도 하며, 디자인 심의위원들의 의견과 기술적인 문제를 검토하여 가장 안정적인 구도로 수정 및 보완한다.


인쇄공정은 우표의 제작에 있어서 최종적인 과정으로 첫인상과 전체적인 분위기가 결정되는 단계이기도 하다. 복잡한 여러 과정과 여러 전문인력이 투입되는 공정이다. 발행계획 일정에 따라 한국조폐공사에서는 각 우표에 화려한 옷을 입혀 최상의 우표교정지를 산출한다.

우표디자인은 너무 보수적이지 않은가?
우표는 세분화된 타겟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많은 이들을 모두 만족 시켜야 한다는 것이 가장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이들은 때때로 우표가 보수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세대차를 극복하고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우표를 만든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고 있다.

이번 독도 우표는 많은 사회적 이슈를 일으켰는데, 기대했었는가?
앞서 우표 프로세스에서 볼 수 있듯이, “이번에 이거 만들자”해서 제작되는 것이 아니라 1년 전에 그 주제가 결정된다. 독도우표 역시 그러하다. 또한, 독도우표제작은 이번이 세번째로 처음으로 제작된 것이 아니다. 다만, 이번에는 ‘독도의 자연’이라 하여 독도에 살아있는 생명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우표소재로 채택되었고, 치밀하게 자료를 수집하여 만든 것이다.
이렇게 이슈가 될 줄은 몰랐다.
의도치 않았으나, 이번 독도우표발행으로 인하여 국민들에게 애국심을 고취시켰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다만, 아쉬운 것은 결국 독도우표도 우표이므로 우표에 대한 관심과 접근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표 디자인을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조언
우표디자인실은 대한민국에 하나밖에 없고 우표디자이너도 그 곳에서만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희귀하고 특수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직업적 경쟁력 보다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최근 무선통신의 발달로 인해 문자메세지, 핸드폰, e-mail 등으로 우표를 접하는 일들이 적어지고 있지만, 우표는 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우표의 가치만큼 디자이너의 가치도 높아질 것이다.
우표디자이너는 기초적인 데생력과 미적 감각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끈질지게 연구하는 관찰력도 필요하며, 무엇보다 객관적인 디자인을 해야 한다. 디자이너 본인의 창의력을 적절히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어도 우리의 문화를 제대로 알려야 하는 책임은 ‘우표디자이너’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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