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27
싸고 튼튼한 플라스틱 시계로 세계 시계 역사를 다시 썼던 스와치는, 그간 유명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으로 독보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공고히 해왔다. 비비안 웨스트우드, 백남준, 오노 요코, 페도르 알모도바르 등 그 이름만으로 가슴 설레는 각계 예술가들이 기꺼이 스와치라는 플라스틱 캔버스 위에 작품을 담아왔던 것. 당대의 뛰어난 아티스트들을 째깍째깍 정확하게 가리키며 동시대 예술과의 절묘한 타이밍을 맞춰온 스와치의 ‘아티스틱한’ 시계 20점을 골라봤다.
취재 | 이상현 기자 (shlee@jungle.co.kr)
타이틀 사진 | 스튜디오 salt
자료제공 | 스와치코리아
키키 피카소
1985년, 프랑스의 세계적인 현대 미술가 키키 피카소에 의해 스와치 최초의 스페셜 제품이 탄생했다. 시계 다이얼이 제각각 다른 120개 한정 모델로 생산된 키키 피카소의 시계는 영국 소더비 경매장에서 2만 달러에 판매되면서 ‘스와치 마니아’를 창궐시키는 신호탄이 되었다.
노마 진
2008년 4월, 스와치는 이탈리아의 현대 미술가 노마 진이 디자인한 시계인 ‘once again, again’을 출시했다. 이 시계는 스와치 인기 모델인 ‘once again’ 시계를 하얀 바탕 위에 비스듬히 겹쳐 놓은 듯한 디자인으로 ‘하나의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복시 현상’을 형상화했다. 이는 그녀가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삶과 죽음, 진실과 거짓, 실제와 허구와 같은 역설적인 상황을 표현하고 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 영국을 대표하는 펑크 패션의 대모는,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브랜드 로고와 시그니처 모노그램 등을 활용해 세 점의 스페셜 시계를 완성했다. 각각 ‘Satellite Ring’, ‘Putti’, ‘Flying Time’이라 명명된 이 시계들은, 가장 영국적인 소재를 영감으로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여왔던 ‘그녀다운 시계’라고 평가 받았다.
필 콜린스
1980년대를 풍미했던 슈퍼스타, 1999년에 영화 ‘타잔’으로 오스카 주제가상을 수상했던 필 콜린스의 시계는 가수의 캐리커처가 그려진 팬시한 용모가 눈에 띈다. 악기 상자 모양의 케이스에 음악 CD까지 동봉한 스페셜 패키지로 그의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백남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2000년 밀레니엄을 맞아 제작된 백남준 스페셜은 소더비 경매장에서 5천 달러에 경매되었다. 리모트 콘트롤러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이 시계의 이름은 텔레비전 프로그램 사이에 광고가 나오면 채널을 돌려버리는 것을 뜻하는 ‘Zapping’이다.
앤드류 로건
‘Jelly Fish’로 유명한 미국의 아티스트 앤드류 로건은 젤리 피쉬 모티브를 적용해 시계를 만들었다. 스와치 시계의 투명 다이얼을 물고기 몸체로 활용한 이 독특한 시계는 소더비 경매에서 1만 달러에 판매되었다.
블루맨그룹
국내에는 인켈 광고 모델로 얼굴을 알린, 브로드웨이의 유명 퍼포먼스 그룹 블루맨그룹. 음악과 미술, 비디오아트가 어우러지는 종합 퍼포먼스의 신명 나는 무대를 재현한 듯한 이 시계는 2006년 발매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오노 요코
존 레논의 아내로 알려진 오노 요코는, 1960년대 초에 일어난 국제적인 전위예술 운동인 플럭서스(Fluxus) 예술가로서 현재까지 작품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현직’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1996년에 발매된 그녀의 시계 다이얼에는 ‘YOKO’라는 이름이 아로새겨져 있다.
헬뮤트 뉴튼
‘패션 누드 사진’으로 유명한 헬뮤트 뉴튼의 ‘쎈’ 사진이 스와치라는 프레임에 담겼다. 여성의 신체가 에로틱하고 그로테스크하게 표착된 뉴튼의 사진이 담긴 이 시계는, 포르노그래피와 예술사진의 경계를 묻던 그의 작품세계처럼 아슬아슬하다.
피에르 & 쥘
프랑스의 듀오 아티스트 피에르 & 쥘. 몇해 전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로 국내에 이름을 알린 이들은 퀴어적 감수성이 녹아 있는 사진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마담 휘가로>
등 패션잡지는 물론
<플레이보이>
지에도 작품을 게재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이들의 이 시계에서도 ‘퀴어 에로티시즘’이 물씬 느껴진다.
플레이보이>
마담>
구로자와 아키라
현대 영화가 탄생한 지 백 년이 되던 1995년 스와치는 거장 감독 3인을 섭외, 이들이 말하는 시간에 대한 철학을 시계에 담아냈다. 먼저 ‘라쇼몽’, ‘카게무샤’, ‘7인의 사무라이’ 등으로 영화사에 길이 남은 명작을 발표해온 일본 영화감독 구로자와 아키라가 스타트를 끊었다. 시계의 제목이자 다이얼에 그려진 ‘Eiga-Shi(The eye of the dream)’는 그의 작품세계를 여는 열쇠라고 한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나쁜 교육’, ‘내 어머니의 모든 것’, ‘그녀에게’ 등으로 전 세계 비평가들의 찬사를 한몸에 받은 스페인의 거장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시계는, 그의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는 키치적인 느낌의 강렬한 색감이 어김없이 꽃을 피웠다.
로버트 알트만
‘프레타 포르테’, ‘숏컷’, ‘고스포드 파크’ 등으로 유명한 미국의 노장 감독 로버트 알트만. 투명 플라스틱 밴드에 손으로 휘갈겨 쓴 듯한 감독의 필흔이 담긴 이 시계의 이름은 ‘Time to Reflect.’
펠리체 바리니
‘건축공간 입체 페인팅’이라는 다소 생소한 영역을 개척한 스위스의 화가 펠리체 바리니. 건축물을 캔버스 삼아 그 위에 단순한 선과 면을 이용한 구성 작업은 보는 사람의 시선에 따라 작품이 변모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마디로 착시현상을 통해 완성되는 그의 작품세계는 ‘360° Rosso su Blackout’이라 명명된 이 시계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샘 프란시스
액션 페인팅의 잭슨 폴락에 영향 받아, 소위 ‘서정추상적’ 작업을 전개해왔던 샘 프란시스는 1992년 플라스틱 시계 위에도 거침없이 물감을 흩뿌렸다. 즉흥적인 제스처와 자유로운 드리핑, 그리고 동양적 세계관으로 대표되는 샘 프란시스의 이 추상표현주의 시계는 소더비 경매장에서 1만6천 달러에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니클라우스 트록슬러
재즈를 사랑하는 스위스의 그래픽디자이너 니클라우스 트록슬러. 재즈에 대한 신앙과도 가은 사랑으로 여러 재즈 관련 포스터를 제작, 이름을 알린 노장 디자이너다. 1991년 제작된 트록슬러의 시계는 젖소의 전형적인 표식을 디자인으로 차용해 스위스의 국가적 상징을 나타냈다.
키스 해링
영원한 거리의 화가 키스 해링의 죽음 뒤, 그의 작품을 담은 다양한 아이템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 시계들은 1985~86년, 그러니까 그가 생전에 제작한 작품이다. 1985년에 만든 ‘Modèle avec Personnages’과 1986년에 제작한 ‘Serpent’, ‘Mille Pattes’, ‘Blanc sur Noir’ 등 4점의 시계는 각각 9,999개 한정 출시되었고, 뉴욕 소호의 ‘POP Shop’에서만 구입이 가능했다.
밈모 로텔라
영화 포스터를 찢어 다시 붙이는 데콜라주 작품 ‘입맞춤’으로 유명한 신사실주의 작가 밈모 로텔라. 구겨지고 찢겨진 종이 질감이 잘 표현된 이 콜라주 시계의 다이얼은 팝 아트의 상징 마를린 몬로의 얼굴이 박혀 있다.
데이비드 라챠펠르
21세기의 살바도르 달리, 사진계의 이단아로 수식되는 데이비드 랴차펠르. 현재 가장 ‘잘 나가는’ 패션 사진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는 마돈나, 마를린 맨슨, 에미넴 등 ‘악동’ 스타들을 모델로 기용해, 기괴한 비주얼의 초현실적인 사진을 선보이고 있다. 1999년과 2000년도에 발매된 그의 시계 역시 다이얼에 크랙을 낸 기발한 디자인으로 라차펠르의 악동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자랑했다.
장 미쉘 폴롱
벨기에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장 미쉘 폴롱.
<타임>
지와 여러 유명 도서의 표지, 그리고 지하철과 극장 벽을 장식했던 그의 삽화가 1993년 스와치의 동그란 다이얼 안에 담겼다. 물을 많이 탄 부드러운 색과 흐릿한 형체 등 폴롱의 개성이 그대로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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