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06
일 년의 마지막 달 12월은 설레는 만큼 할 일도 많다. 한해를 돌아보며 정리도 해야 하고 다가올 새해를 위한 준비도 해야 한다. 일 년 동안의 손때 묻은 달력에 ‘안녕’인사를 하고 새로운 해를 기록해줄 달력 찾기에 나서야 한다.
에디터 | 최유진(yjchoi@jungle.co.kr)
2010의 달력의 마지막장 12월. 새로운 장으로 넘긴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마지막장이라 그런지 너덜거리기도 하고 이미 보았던 그림들이 눈에 익어 조금은 식상하다. 미안하지만 마음은 이미 새 달력을 향했으니, 기왕 이렇게 된 거 1년을 매일같이 보아도 질리지 않을 괜찮은 달력 찾기에 나서볼까.
숫자와 요일만 표시된 무미건조한 달력은 다가올 일 년이라는 시간을 ‘무미’하게 ‘건조’시켜버릴 것만 같다. 365일을 바라보아야 할 달력은 뭔가 특별해야하고 오랜 시간 보아도 질리지 않아야한다. 책상이나 벽 한쪽 자리를 내주어야 하니 무엇보다 예뻐야 한다. 달력은 화가의 그림을 대체하는 대상이 될 수도 있다.
KT&G가 제작한 달력에는 작가들의 일러스트가 담겨있다. 2011 캘린더의 주제는 ‘play it 상상 & 4 illustrators’. 4명의 젊은 아티스트들의 참여로 이루어진 play it 상상 콜라보레이션이다. KT&G는 작가들과의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통해 ‘상상기업’이라는 아이덴티티를 부각시키고자 했으며 KT&G의 ‘젊은 상상’을 작가들의 개성에 따라 표현하고자 했다. 기업서체인 상상체가 활용된 것은 이번 캘린더의 또 다른 특징이다. 올해 개발된 KT&G의 기업서체인 상상체는 상상력이 충만한 문화기업이라는 KT&G에 대한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play it 상상’은 상상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KT&G가 새롭게 내세운 슬로건으로, 상상을 즐기고, 함께하고, 작동하고, 실행하자는 의미를 내포한다.
캘린더는 4계절로 나누어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봄에는 김제형, 여름에는 노준구, 가을에는 박하, 겨울에는 박혜정 작가가 참여하며 각 작가들의 개성이 묻어나는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즉흥적 이미지의 실현이 가능하다고 믿게 해주는 상상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김제형 작가는 봄을 상징하는 색감들과 숫자에서 오는 직접적인 이미지의 틀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상상의 이미지를 표현한다. 여름의 노준구 작가는 존재할법하지만 결코 존재하지 않는, 상상에서만 가능한 비현실적 풍경의 이미지를 표현하며 가을의 박하 작가는 특이한 기운을 풍기는 군상들을 통해 애틋한 희망을 전하며 이들은 뿜어내는 희극과 비극을 넘나드는 유쾌한 상상의 에너지를 전달한다. 겨울의 박혜정은 상상을 통해 이성이 버린 풍요로운 꿈의 세계에 대한 인식을 이끌며 이성이 넘볼 수 없는 진정성을 전한다.
이 정도 되면 이제 새해가 와도 문제없다. 네 작가들의 작품이 실린 캘린더는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보기에만 좋은 것이 아니라 갑갑한 현실에서 상상의 세계로 이끌어줄 캘린더. 이제 벽에 걸고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