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12
일러스트레이터 키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어릴 적 팔배게를 내어주며 동화책을 읽어주시던 어머니, 그리고 그 목소리를 따라 동화 속 꿈나라에 빠졌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이렇게 동화책에 대한 소소한 추억을 되새기게 하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한 명 있습니다. 키미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 김희원의 그림은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감 있는 파스텔 톤 컬러가 주는 은은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은 그런 생각을 더욱 강하게 해줍니다. 동화책 속의 아기자기한 그림을 그려나가는 키미 작가를 만나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글 | 이정우 정글리포터
에디터 | 최동은(dechoi@jungle.co.kr)
자료제공 | 일러스트레이터 키미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따듯한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김희원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불리고 있는 별명인 ‘키미’를 자연스럽게 가명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했고, 지금은 일러스트레이터 겸 그래픽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일러스트를 그리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학교에서 디자인 공부를 하다가 그림을 그리는 일에 더 매력을 느껴서 휴학을 했어요. 그러다 워크샵과 세미나 같은 행사에 많이 참석하게 되었는데 거기서 만난 분들이 참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같이 배우던 분들은 전혀 다른 분야에서 사회생활을 하시다가 큰 마음을 먹고 온 분들이셨는데, 그 열정도 놀라웠고 강사님들의 작업이야기를 듣다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죠. 그 덕분에 마음을 굳혔고, 하다 보니 어느새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키미 작가에게 있어서 일러스트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말이 아닌 이미지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아요. 특히나 저는 조리있게 잘 말하진 못하는 편인데, 그림으로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게 멋지잖아요.
작업 하실 때에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텍스트에서 주로 아이디어를 얻는 편이에요. 이미지를 보면 그 이미지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은 반면에 텍스트를 보면 제가 상상을 할 수 있거든요. 작은 단어 하나 하나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로 작업에 들어가는 편입니다. 사실 뭘 그려야지 하고 결정한 다음 그린 그림보다는 순간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좋은 것 같아요. 나중에 기억해내기가 쉽지 않아서 항상 메모와 낙서를 하려고 엄청 엄청! 노력합니다.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에서 가장 신경 쓰시는 부분은 어떤 부분인가요?
어떤 분야든지 제가 그리면서 즐거운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작업을 하면서 신이 나서 룰루랄라 하는 것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요. 아무리 쉬운 일이라도 하기 싫으면 그림에 다 티가 나는 것 같아요. 저는 그림에 감정이 반영이 되는 것 같아서 감정 컨트롤에 가장 신경을 많이 씁니다.
자신의 작품의 색깔을 소개한다면?
따뜻한 그림이죠. 거창한 의미나 뜻을 담고 있지 않아도 많은 분들이 따뜻한 기운을 받을 수 있는 그림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예쁜 것들을 좋아해서 그림에도 예쁜 감정들을 담아내고 싶어요. 행복하다, 사랑스럽다, 귀엽다, 부드럽다, 따뜻하다 이렇게 느껴주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감사드려요. 제가 기분 좋게 그린 그림을 보고 함께 기분이 좋아진다면 좋겠습니다.
현재까지 활동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작업이 들어오면 대부분은 시간이 촉박해요. 예전에 일이 겹쳐서 학교 다니면서 일도 했는데 결국 몸에 무리가 왔나봐요. 잠깐 입원까지 하게 되었었는데, 그때 시간이 촉박해서 병원에서도 노트북으로 작업을 했던 기억이 나요. 밤에 안자고 컴퓨터 한다고 간호사 언니들한테 혼나고, 젊은데도 빨리 안 낫는다고 의사 선생님한테도 혼났어요. 젊은 나이에 할머니들과 나란히 누워서 링거를 맞고 있자니 웃음도 계속 나고, 친구들도 병문안을 와서는 저를 놀리고 갔었죠.
일러스트레이터는 프로젝트마다 마감일을 지켜야 하는 직업으로 알고 있습니다. 납기일 준수를 위해 어떻게 작업을 진행하시나요?
프로젝트가 생기면 제일 먼저 계획을 짜요. 저 같은 경우는 주 단위로 계획을 짜서 컴퓨터 배경화면으로 해놓는 일이 먼저에요. 초반의 컨셉 파악이나 스케치 단계에 최대한 시간을 많이 투자합니다. 한 번 감이 잡히면 그 다음부터는 자연스럽게 풀리게 되는 것 같아요.
키미 작가에게 있어서 일러스트레이션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저의 행복한 취미입니다. 아주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취미와 특기란에는 ‘그림 그리기’라고 썼었고, 지금도 그림을 그리고 있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게 될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저는 취미를 일로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작업을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까지 행복합니다. 일이라기 보단 영원한 취미활동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함께 일러스트를 공부했던 분들과 ‘사월부터’ 라는 아티스트 그룹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는데, 현재 홍대 카페에서 전시 중이에요. 앞으로도 그룹전 뿐만 아니라 개인전도 많이 하고 싶고, 다양한 분야의 일을 해보고 싶어요. 욕심도 많고 열정도 넘칩니다. 언젠가는 개인 브랜드도 만들고 싶고요. 아직은 막연한 꿈이지만, 그렇게 된다면 정말 정말 신나겠죠!
작가라는 사람은 타고나기도 하지만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어디서, 누구와, 어떤 교육을 통해서든 작가는 성장하고, 자기만의 색깔을 만들어 나갑니다. 키미 작가의 그림에는 자주 등장하는 요소들이 있습니다. 어린아이, 곰, 나무, 풍선, 자연 등 그는 평소에 자신이 좋아하는 사물을 그려냄으로써 생각을 시각화하고, 또 이를 발전의 계기로 삼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일러스트레이터 키미는 앞으로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더 큰 재미와 감동, 색깔이 담긴 그림을 보여줄 것입니다. 그 날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을 그를 상상하며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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