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7-03
진정한 ‘사랑’은 받아서 좋은 것이 아니라 주어서 기쁜 것이다.
‘선물’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보답 받지 못했다는 기분이 들면 모르는 사이에 서운해진다.
‘행복’은 어쩌면 지나치게 결과론적인 것이다. 내일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음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지금 행복했으면 좋겠다.
‘내심’… 언제나 속마음은 스스로를 피곤하게 한다. 말하지도 못하면서 기대하고, 기대하면서도 후회하고 배려라는 테두리로 우리네 속마음을 감추는 것은 아닐까?
이처럼
<파페포포 메모리즈>
는 예쁜 삽화만이 아니라, 간결한 문구들 사이로 소소한 일상의 정겨움과 온기가 느껴지는 그림책이다. 사랑의 가치, 우정의 의미, 시간의 소중함 등을 일깨우는 이야기들이 사랑-의미-시간-관계-추억의 그릇에 담겨진다.
불러보면 입안 가득 푸른 풀잎 소리가 울리는 ‘파페’와 ‘포포’는 작가가 ‘ㅍ’발음을 유난히 좋아해서 붙였다는 남녀 주인공의 이름이다. 이들에게서 독자들은 누군가와 사랑을 나눌 때의 설레임과 실망감, 두려움, 기쁨을 느꼈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처음 Daum 카페에 연재되면서 호응을 얻기 시작, 2001년에는 문화관광부 산하 문화산업지원센터에서 우수만화 컨텐츠로 선정되어
<파페포포 메모리즈>
가 단행본으로 출판되는 기회를 얻었다. 그 이후 출판만화로는 이례적으로 전부문 첫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고 지난해 10월 출간된 이래 현재까지 4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사는게 삭막하고 힘겨워지는 날,
막 끓인 주전자 옆에 식혀놓은 보리차 한 잔의 넉넉함으로 다가오는
<파페포포 메모리즈>
를 펼쳐보자.
작가 심승현씨를 만나보았다.
+ 인터뷰. 김미진 기자(nowhere21@yoondesig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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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 : 어느날 아침 눈을 뜨니 대박 작가로 등극하게 된 것처럼 느껴질 것 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나요?
심승현 : 예전에는 생계를 위해 낮에는 회사에 다니고 밤에는 틈틈이 파페포포 작업을 했습니다. 요즘에는 회사를 다니지 않고 파페포포 작업만 하고 있습니다.
정글 : 파페포포의 이야기를 단행본으로 출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며, 책을 통해 담아내고자 한 것은 무엇입니까?
심승현 : 파페포포 단행본을 출간하게 된 동기는 2001년 우수문화 컨텐츠에 선정이 되어서 한 권의 책을 낼 수 있는 여건이 주어졌습니다.
그 전부터(1997년부터) 파페포포 작업을 했었습니다.
파페포포는 제 어렸을 때 일기나 하루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것들을 적어 놓은 글에 파페와 포포란 캐릭터를 그려 넣었죠. 딱히, 처음부터 어떤 깊은 의미를 담으려고 그린 건 아니었지요.
정글 : 파페포포 메모리즈는 아기자기한 파스텔톤의 캐릭터가 주는 느낌 외에도 소소한 일상에 보내는 정겨운 이야기가 있어서 감동을 주는 만화인 것 같습니다.
철학적이면서 예쁜 이야기와 문구들이 실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심승현 : 어렸을 때 저는 소심한 성격을 지녀서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상처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 상처를 어떻게 하면 아프지 않고 좋은 관계를 유지할까 생각하면서 쓴 글들이 파페포포의 에피소드가 되었지요. 그렇게 고민하고 아파하고 슬퍼하는 나의 내면에 대해 알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주위의 사람들에게서 적절한 해답을 찾지 못했고 결국 책(심리학 서적 ,철학 서적)을 읽고 나름대로 해답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 모든 건 자신을 사랑하지 않음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부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 나갔고 그래서 부정적이고 차가웠던 파페포포의 글도 서서히 따뜻한 글로 바뀌어 진 것 같습니다.
파페포포의 애피소드 중 대부분이 제가 어렸을 때 경험한 내용이나 일기에서 나왔구요. 간혹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다가 음악을 들으면서 에피소드가 생각납니다.
정글 : 파페포포 메모리즈 중에서 어떤 작품을 가장 좋아하나요?
심승현 : 모든 그림이 저에겐 무척 소중하지만 그 중에서도
<비가 내리면>
을 가장 좋아합니다.
비록 지금 생각하면 아주 사소하고 작은 일이지만 어린 시절, 저에게 그 일은 세상의 모든 아픔보다 더 큰 무게였거든요. 초등학교 때, 비를 맞고 내려가던 그 많은 길을 상상해서 그리다가 떠오르지 않아 그냥 무작정 강릉으로 내려가서 스케치를 하고 돌아왔던 기억도 납니다.
정글 :
파페와 포포, 캐릭터에 대해서 얘기해주세요…
심승현 : 파페포포의 주인공은 포포입니다 (꼽슬머리 여자아이)
대학 시절 짝사랑했던 여자 아이가 포포가 되었구요. 실제 인물과도 비슷합니다. 포포의 상대는 파페이고 파페는 특정 인물을 설정한 건 아닌데 자연스럽게 저의 이야기를 대변하는 그런 인물이 되었습니다.
파페는 3명의 파페가 등장합니다. 작은 아이 파페(더벅머리), 소년 파페(넘긴 머리), 청년 파페(단정한 머리)… 이렇게 3명의 파페가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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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 : 만화출판물로서는 이례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해 눈길을 모으기도 했는데 파페포포 메모리즈의 성공 비결, 독자들에게 어필하는 매력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심승현 : 마케팅을 담당한 홍익출판사의 이벤트나 기획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크리스마스와 발렌타인데이와 같이 특별한 시즌에는 엽서와 함께 책을 선물용으로 고급스럽게 포장했고, 카피 문구가 아니라 본문을 그대로 보여주는 광고를 게재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파페포포가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서는 …
동문서답일지 모르겠지만 세상 모든 것에는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선을 다한 모습을 보이면 그것에 대해 공감해 주는 사람이 하나 둘씩 생겨나면서 언젠가는 대중에게 알려지고 인기를 모으게 되는 거죠.
정글 : 대학에서의 전공은 카툰과 전혀 상관없는 식물자원학이었는데 만화를 그려야겠다고 생각하게된 계기는 무엇인지요?
심승현 : 대학에서 식물자원학을 전공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좋아해서 무엇이든 그리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말하는 것보다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오히려 더 쉬운 일이었으니까요.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부터 내 안에 있는 생각을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하는 바람에 글과 그림을 그리게 된 것 같습니다.
말을 잘 못하는 저의 단점이 오히려 장점이 되었네요.
정글 : 파페포포 외에 지금까지 만화를 그리면서 가장 인상에 남았던 작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심승현 : 저는 2D 애니메이션을 시작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 했습니다. 스파이더맨 동화를 했었고 배트맨 원화를 그렸습니다. 그리고 게임 캐릭터 디자인과 콘티 작업을 하기도 했는데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게임 캐릭터 디자인을 하는 일이었습니다.원하는 컨셉에 맞추느라 파페포포와 상관없는 그림을 그렸는데 사실은 이런 삽화체 스타일이 제가 선호하는 그림입니다.
정글 : 자신만의 독특한 디자인 노하우가 있다면?
심승현 : 특별한 노하우는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것 외에 디자인을 한다든가 그런 것에는 좀 둔한 편입니다.
그리고 이건 정말 쑥스러운 얘기지만 저는 그림에 대해 특별한 감각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걸 그림 그리는 사람들과 지내다 보니 느꼈습니다.
정말 그림 그리는 이곳에는 감각 좋은 사람들이 많구나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의 그림은 노력에 의한 그림이라는 말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정글 : 최근 발표된 캐릭터나 만화 중에서 맘에 드는 추천할 만한 작품은 무엇입니까?
심승현 : 아메바의 그림일기를 좋아합니다.
디자인정글에 올라온 쿠키랜드도 좋아합니다.
정글 : 앞으로의 계획이나 도전하고 싶은 작업에 대해서 얘기해주세요
심승현 : 파페포포 2권이 나온 뒤에는 두 가지를 할 계획입니다.
우선 제가 처음 그림에 대한 꿈을 키워온 애니메이션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플래쉬, 2D, 3D, 클레이애니메이션… 그 어떤 것이 되든 캐릭터가 움직이고 영상화 할 수 있는 작업을 시작할 생각입니다.
또 한가지는 이미 글을 다 쓴 상태인 어른들을 위한 동화 “ 눈 많은 그늘 나비의 약속”을 이미지화 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저는 제가 쓴 글과 그림을 영상화 하는 것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