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7-10
Artist Interview-일러스트레이터 오경석
안녕하세요, 일러스트레이터 오경석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만화에 관심이 많아서 대학에서 만화를 전공하고, 쭉 그림을 그리는 인생이 되었습니다.
그림 공부를 해온 경위와 컨셉트아티스트로서 길을 결정하게 된 계기
어렸을때부터 막무가내로 그림을 그리긴 했지만, 별다른 체계적인 공부는 하지 않고, 부모님께서 바라시는 대로 평범하게 인문계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고2 때. 결국 평생 해야 할 일은 아무래도 그림밖에 없다는 생각에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술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입시미술을 약 일 년여간 하였지만, 결국 4년제 미대는 낙방하고, 당시로서는 국내 유일이었던 만화과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나름대로 우리나라에서 그림 그린다는 친구들, 선배들을 만나면서 즐겁게 그림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만 정작 학교 과목에서는 제가 원하던 커리큘럼은 없었습니다.
졸업 후엔 제일 하고 싶었던 극화를 몇 달간 준비하다가, 경제적인 사정으로 인해 플래쉬 애니메이션 회사에 취업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그 후 약 5년 동안은 플래쉬 애니메이션 위주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플래쉬 시장도 여의치 않고, 하고 싶던 높은 퀄리티의 그림 작업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다른 일을 모색 하던 중, 게임 컨셉트디자이너(원화가)가 저에게 잘 맞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게임 회사를 목표로 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웹상에 그 당시 그림들이 많이 있는데, 지금 보면 정말 창피할 따름이죠. 그 후, 운좋게 2004년 5월에 슈마 엔터테인먼트에 캐릭터 원화가로 취업하면서, 본격적인 컨셉트 디자이너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영향받은 국내, 외 아티스트와 추구하는 스타일
이 사람 저 사람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지금 제 그림도 아직 정립된 것이 없이 이것저것 막 섞인 정도이지요. 어렸을 때는 일본 만화를 많이 좋아해서 『아키라』로 유명한 오오토모 가츠히로 같은 스타일을 추구했었습니다.
게임 컨셉트 디자이너를 꿈꾸게 되면서 그 당시 알게 된 김형태, 테라다 카츠야, 크레이그 뮬란 등의 쟁쟁한 일러스트레이터들의 그림을 흉내 내기도 하였는데, 그 결과로 지금의 제 스타일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전에는 이런 사람들, 이런 세계가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어찌보면 지금도 들쭉날쭉한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만 하루빨리 제 색깔을 만들어 놓고 싶은 생각은 아직 없습니다. 차후 어느 정도 갈팡질팡 하고 여러 공부들을 하다 보면, 제 나름대로의 색깔은 자연스레 만들어지리라고 생각합니다.
좋아하시는 SF 작품(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어렸을 때부터 건담 등의 로봇물을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런 SF물에 계속 관심이 있었던 것 같네요. 그리고 SF는 여타 장르에 비해서 자료의 고증이 별달리 필요 없어서 계속 그쪽을 추구 했었던 것 같습니다.저 같은 경우 상당히 게으른, 절대 자료를 찾아보지 못하는 성격이라서, 상상만으로 어느 정도 표현해낼 수 있었던 SF를 즐겨 그렸던 것이 이유라면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SF물 자체가 상당히 매력적인 것도 사실입니다.
앞으로도 SF물을 주로 그리게 될 것이며 그 장르에서 어느 정도 자신의 스타일을 찾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좋아하는 작품으로는, 『아키라』, 『블레이드러너』, 『공각기동대』 등이 있는데 요새 새로운 SF 작품들을 볼 기회가 없어서인지 모두 옛날 작품들밖에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작품 속의 여자캐릭터의 의미
제 그림의 여자들은 99% ‘섹시 코드’ 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제 취향의 결과물이기도 합니다만, 제가 그림에 있어서 제일 먼저 추구하는 것이 대중성과 흥행성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세계적으로 성인을 대상으로 한 (비단 성인 대상이 아니더라도),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콘텐츠들은 상업성(상업예술)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인식이 완전히 자리잡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정서나 문화적인 시각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저 같은 사람도 필요한 곳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제 그림을 통해서 배울 것이 있다면 사람의 흥미를 자극하는 상업성 정도랄까요? 전 철저하게 상업적이고 사람들의 시선을 끌 만한 그림을 그리고 싶고, 아직은 저만의 예술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페인터Painter에서 자주 쓰는 브러쉬와 컴퓨터 사양
Painter 6.1을 주로 사용합니다. Photoshop은 사용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편집용으로만 씁니다. 브러쉬는 대부분 심플워터 위주로 작업을 하고, 잼브러쉬, 리퀴드 브러쉬 등을 혼용하며, 제가 따로 만든 브러쉬도 몇 개 쓰고 있습니다. 컴퓨터는 팬티엄 4 셀러론 2기가, 메모리 1기가, 비디오 카드는 라데온 9600 XT, 모니터는 삼성 19인치 볼록 모니터(7년 정도 사용 중), 타블렛은 와콤 인튜어스3의 8×6 사이즈를 사용합니다.
한빛소프트의 ‘네오스팀’의 홍보용 일러스트레이션
일러스트에 관해서 말씀 드리자면, 제가 컨셉트를 잡은 것이 아닙니다. 기존 네오스팀의 색깔을 100% 뽑아 냈다고 볼 수는 없겠습니다만 나름대로의 제 스타일과 취향을 가미해서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두, 자료 없이 머리 속에서 그 동안 기억해두었던 이미지, 제가 생각하는 스팀펑크를 최대한 표현해보려고 하였으며, 평소 제가 즐기던 바이크의 메카니즘이 많이 도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바이크의 메카니즘은, 다른 그림에서도 요긴하게 잘 쓰고 있습니다.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한 방법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사람마다 트레이닝 스타일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무조건적으로 누군가의 방식을 따라 하기보다는 자기에게 맞는 스타일대로 공부를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도 좋고, 그림 생명도 오래 간다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크로키를 열심히 하거나, 서적이나 자료, 이론 등을 공부하는 것은 체질적으로 잘 하지 못합니다. 즐기면서 그리는 걸 모토로 삼기 때문에, 실제 공부하는 양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웹상에 올려놓은 그림들이 제가 지금까지 그린 것의 전부입니다.
수작업으로 낙서도 하지 않습니다. 요새는 전부 디지털 작업만 하고 있습니다만, 이렇게 게으르게 놀면서도 나름대로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트레이닝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평소에 모든 것을 관찰하는 습관입니다. 일상 생활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때로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예쁜 여자가 있으면 눈이 마주쳐도 관찰합니다. 멋진 풍경이나 소품, 아이템 등도 관찰하고 머리 속에 기억해두려고 합니다.
그리고 나서 그림을 그릴 때 최대한 그때의 이미지들을 머리 속에 떠올려서 모니터상에 구현해보고, 조합해보고 하면서 그림을 그립니다. 아마도 그림에 욕심이 있는 분이시라면, 저처럼 대부분 눈감고 있는 시간 빼고는 그렇게 관찰하고 머리 속으로 생각하는 것이 일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에게 가끔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한 방법에 대한 질문이 던져지면, 매번 ‘욕심만 있으면 된다’ 라고 답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즐기면서 그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억지로 그리거나 뭔가에 쫓겨서 그리는 것들은 오히려 그림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되어 그림 그리는 것을 그만두는 경우까지 갈 수 있습니다. 조금 배고프더라도, 즐겁게 웃으면서 그림을 그릴 때, 그림쟁이로서 행복을 느끼고, 또 그런 결과물이 좋게 나오고, 배우는 것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아티스트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컨셉트 아티스트를 준비하고 계시는 분이시라면, 모두들 즐겁게 작업하고 항상 일을 즐기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체질에 맞지 않으면 정말 고된 길이기도 합니다. 또, 자신이 욕심을 내고 꿈꾸고 있는 만큼, 그 길은 더욱 빠르게 열리고, 더 즐거운 길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좋아하는 공자의 말씀을 하나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그것을 아는 사람은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것을 즐기는 사람보다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