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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김양수, 그가 우리 생활에 참견할 수 있는 이유

2009-11-17


김양수의 만화를 처음 본 사람들은 누구나 ‘뭐야, 나도 그릴 수 있겠다.’ 싶을 게다. 하지만 그의 만화를 몇 번 보다 보면 금세 생각을 고쳐 먹게 되기 마련이다. 『생활의 참견』의 김양수 작가와의 인터뷰를 앞두고서였다. 조용한 사무실에서 혼자 입을 틀어막고 웃으면서 최근 업데이트 편을 보다가 새삼 느낀 것은 ‘역시 김양수구나’ 라는 것. 김양수는 그 일상과 추억에서 재미를 적절히 솎아내 따스함으로 버무려내는 특별한 감각이 있다. 그것이 스펙타클한 이야기, 퀄리티 높은 그림 하나 없이도, 그가 우리 생활의 웃음 플러그를 ‘뺐다 꽂았다’ 하며 참견할 수 있는 이유다.

에디터 | 이영진(yjlee@jungle.co.kr)


‘생활의 참견’은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과 마감하는 토요일마다 네이버 웹툰에 연재되고 있다. 정교한 펜 터치, 독자를 압도하는 반전 스토리! 사실 이런 건 절대 없다. 하지만 ‘생활의 참견’을 계속 보게 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개미 한 마리도 못 죽일 것 같은(?) 동글동글한 동네친구 캐릭터는 자꾸 우리의 마음에 웃음과 감동을 주며 참견을 해댄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와 누구나 공감하는 추억들은 웃음을 자아내기까지 한다. 그래서 1회만 봐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봐야겠단 생각이 들 정도로 ‘보고 또 보고’ 싶은 중독성이 있다.


코믹한 스토리를 소재로 한 옴니버스 형식의 만화들은 소재 고갈의 문제에 맞닥뜨려 그 수명을 다하기도 한다는데, 벌써 180회를 가뿐히 넘은 소재의 원천이 궁금했다. “주위 친구들의 목을 조릅니다.(웃음) 일주일에 한 번씩 만화가들이 모여 그 주에 그릴 소재와 내용, 연출 등에 대해서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데 보통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찾아내곤 합니다. 제 이야기, 가족의 이야기들도 있고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도 있으며, 독자 분들이 보내준 제보 중에서도 가끔씩 선택해서 그리고요. ‘생활의 참견’은 말 그대로 생활의 이야기라서 생활 자체가 아이디어를 찾지요.”라고 김양수 작가는 말한다. 작가 자신의 에피소드와 주위 사람들, 팬들이 보내온 소재로 스토리를 완성해 나가는 것이 웹툰 ‘생활의 참견’의 가장 큰 특징이 되는 셈이다.


소싯적에 <페이퍼> 좀 봤다 하는 사람이면 김양수의 ‘카툰판타지’가 ‘생활의 참견’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다. ‘카툰판타지’라는 제목으로 일찌감치부터 월간 <페이퍼> 에 연재되었던 그때만 해도 김양수는 만화가가 아니라 기자의 직함을 가지고 있었다. 기자가 만화를 그린다는 것이 놀라울 만도 한데, 정작 김양수 본인은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어렸을 때부터 만화를 좋아해 보물섬 신인 만화가 공모전에도 도전해봤고, <드레곤볼> 을 패러디한 ‘곤드레볼’을 그려 반 친구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고. 이후 음악과 영화에도 심취했던 그는 기자가 되었다. 하지만 기자가 되어서도 만화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페이퍼에 ‘김양수의 카툰판타지’를 연재하게 되었단다. 이젠 그것만으로는 모자랐던지, 제대로 만화에 전념하겠다는 집념 하나로 올해 5월부터 전업 만화가를 선언했다. 누리꾼들에게 실시간으로 평가받는 냉정한 웹툰의 세계에서 김양수와 ‘생활의 참견’은 보란 듯이 살아남아 현재는 나름의 입지를 굳건하게 지키는 상태다. 특히 폭넓은 연령대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쉽게 이해하고 나눌 수 있는 생활 속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생활의 참견』에 이은 두 번째 단행본 『김양수의 카툰판타지 생활의 참견 뉴시즌』이 발간됐다. 웹툰에서 못다 한 이야기와 만화가 실려 있는 이번 단행본의 출간은 그가 만화가의 길로 본격적으로 들어선지 얼마 되지 않은 걸 감안할 때 꽤 성공적인 행보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작업이 더욱 기대되는 만화가다.


Jungle : 웹툰 ‘생활의 참견’을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사랑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양수 : 올해 5월에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본격적인 만화가로 전업했습니다. 고로 그전 10여 년간은 만화가와 직장인 생활을 병행했다는 뜻인데요, 그 덕분에 만화 작업에 대한 부담감이나 조바심이 본업 만화가들보다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여유로운 자세가 오래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지금은 전업했으므로 상황이 좀 다르지만요. ^^

Jungle : ‘생활의 참견’을 연재하고 계신 네이버를 기반으로 블로그를 운영 중이신 걸로 알고 있어요. 웹툰 홍보를 위한 수단이라기 보다는 팬들과의 소통의 장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김양수 : 네이버 블로그의 경우 일반 연재작들 외에 양수일기라는 짤막한 단편 이야기를 비정기적으로 연재하는 메뉴와 제 취미와 관련된 글들의 메뉴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 느낌을 받으신 것 같네요. 네이버 블로그는 연재하기 훨씬 전부터 운영하고 있어서 사적인 공간이었지만, 본격적인 웹툰 연재에 들어가면서 독자들에게 웹툰 만화 외에 또 다른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를 블로그에 조금씩이나마 넣어보자는 생각에 이런 형태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Jungle : 만화가이기 이전에 페이퍼 기자셨잖아요. 기자가 꿈이셨나요
김양수 : 고등학교 3학년 때 우연찮은 기회에 당시 유명했던 쇼 프로그램 <젊음의 행진> 에 고교생 게스트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때 가수 MC가 제게 ‘꿈’이 뭐냐고 물었는데, 돌발적인 질문에 별생각 없이 ‘기자’라고 대답했어요. 정말 그렇게 되어서 저도 좀 웃기긴 합니다. 아무튼 기자는 막연하게 동경하던 분야였습니다. 글이든 그림이든 나 자신을 표현하고 창조적인 작업 자체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Jungle : 기자를 하셨던 것이 지금 만화를 그리는 것에 도움이 되는 점이 있다면요
김양수 : 기자라는 직업이 만화에 도움이 되는 부분은 역시 글쓰기입니다. 기자 일을 오래 하면서 글쓰기 테크닉, 전반적인 스토리 텔링에 관해 많이 연습하고 익혀왔는데, 그 부분이 현재 만화작업을 하는 데 큰 도움을 준 것 같습니다.

Jungle : ‘생활의 참견’ 그리기에도 시간이 빠듯하시겠지만, 여가시간엔 주로 무엇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요즘 열중하고 있으신 게 있다면요
김양수 : 한달 전부터 검도를 시작해서 배우고 있습니다. 또 여가시간엔 주로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습니다. 요즘은 에비사와 야스히사, 오쿠다 히데오 같은 일본 작가들에게 빠져 있습니다.

Jungle : '생활의 참견’ 외에도 ‘시우는 행복해’, ‘음악의 재발견’도 너무 재미있어요. 이 만화들이 탄생한 배경이 있으시면 소개해주세요.
김양수 : ‘음악의 재발견’은 제가 음악기자로 오래 일했기 때문에 그 지식을 바탕으로 만화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만든 작품입니다. 격주 연재라서 아직 60여 회밖에 진행되지 않았지만 책 한 권 정도로는 꼭 묶어보고 싶은 작품입니다. ‘시우는 행복해’는 제가 처음 시도하는 네 컷 만화입니다. 네 컷 만화의 매력은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제 딸 시우가 나중에 이 만화를 보고 행복해하길 꿈꾸며 그리는 만화입니다. 가능하다면 시우가 시집갈 때까지 그리고 싶습니다. ^^

Jungle : 활동하고 계신 웹툰 분야는 생긴 지 오래되지 않아서 이제 막 기반이 잡혔지만,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고 앞으로의 발전도 기대되는 분야입니다. 웹툰 인기작가로서 웹툰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김양수 : 저는 기존 만화와 웹툰 문화가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 또한 오랫동안 인쇄매체를 통한 만화만을 그리다가 지난해부터 웹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긴 했지만 만화는 결국 같은 만화입니다. CD로 들으면 음악이고 인터넷으로 들으면 ‘인터넷 음악’이 아닌 까닭과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보는 수단이 바뀌었을 뿐이죠.
그럼에도 웹툰 문화에 대해 굳이 얘기하자면,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만화문화가 성장하면서 한국 만화계가 급성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또한 만화가 일반 콘텐츠 중에서 얼마나 큰 파급력을 지닌 콘텐츠인지, 그 인식이 점점 자리를 잡아가고 있음도 느낍니다. 아마 앞으로도 웹툰을 기반으로 한국 만화는 더욱 발전해 나갈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Jungle : 또 웹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웹툰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이 느는 추세인데, 이분들에게 해주실 말씀이 있다면요
김양수 : 웹툰이라는 특성상 예전 인쇄매체(잡지, 신문) 등에 만화를 연재하던 시절보다 훨씬 데뷔도 쉬워지고 소위 사람들에게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도 더욱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자기 작품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하나의 작품으로서 꾸준히 연재해나갈 수 있는 힘, 노력의 자세가 없다면 금세 도태되거나 사장되고 맙니다. 고로 작가 자신이 작가정신을 잃지 않고 열심히 공부, 도전해야 할 것입니다. 저 역시 아직 모자랍니다.

Jungle : 앞으로 어떤 만화를 그리고 싶으신가요 또 추진 중인 계획이 있으신지
김양수 : 앞으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남을 수 있는 작품을 그리고 싶습니다. 또 몇 가지 작품을 하고 싶은 마음과 계획은 있습니다만 현실적으로 언제 차기작이 나올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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