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23
아동문학계의 노벨상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에서 2014 일러스트 부문 수상작가로 선정된 로저 멜로가 한국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연다. 남미 특유의 원색적이고 강렬한 색을 느낄 수 있음은 물론, 화려하고 섬세한 선을 강조하는 붓터치, 드로잉을 통한 아기자기한 재미를 엿볼 수 있다. 그의 작업들 외에도 개인 컬렉션, 남이섬 아티스트들과 함께한 콜라보레이션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에디터 | 박유리(yrpark@jungle.co.kr)
사진제공 | 로저멜로한국전 사무국
이번 로저멜로한국전은 지난 2011년 독일 뮌헨의 국제 어린이도서관에서 열린 첫 개인전, 올 초 어린이 그림책 전문 미술관인 일본 나가노 치히로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에 이어 3번째로 개최되는 개인전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화려한 색채와 섬세한 붓터치, 비닐 등을 이용한 다양한 콜라주 기법을 사용하는 그의 작품들 속에는 한결 같이 어린아이들이 등장한다. 동화책이기에 어린이들이 등장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 속의 아이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동화책 속 주인공들과 다르다. 숯 공장과 맹그로브 지역에서 일을 하는 아이, 권력자들과 쥐, 고양이 놀이를 하는 아이 등 작가의 나라인 브라질에서 아동 노동착취를 당하고, 불합리한 상황에 놓인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노동착취를 당하는 아동도, 현실이 불행한 아이들도 동화책 속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어른들과 아이 모두 사회적 이슈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창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주고 싶은 작가의 생각이 담겨 있다.
한국에서 첫 전시를 기념해 출판된 ‘실 끝에 매달린 주앙’을 표현한 섹션, 로저멜로의 친구들인 마리아나 마사라니와 그라사 리마가 공동 작업한 ‘이웃’ 섹션, 1996년부터 2011년까지 작업했던 책 원화 80여점과 한국 전시에서만 공개하는 ‘마뉴엘 왕에게 보내는 편지’, ‘나는 기억해’, ‘평화 이야기’ 등 원화 30여 점, 그림책 원본, 더미북, 스케치, 아이디어북, 여행기, 작품과 관련된 컬렉션, 브라질의 전통과 문화를 나타내는 오브제 등을 만나 볼 수 있다.
특히 ‘숯 피우는 아이’를 4차원 홀로그램으로 구현한 일러스트레이션 영상과 남이섬 아티스트들이 만든 도자기, 조각 작품들을 전시해 어린이들에게는 무한한 상상력을, 어른들에게는 작품의 이해도를 보다 높일 수 있게끔 했다. 또한, 한국어판 출판을 기념해 작가가 직접 한국어를 쓰고, 그려 만든 ‘자장가 이불’도 전시돼 작품과의 친근감을 느낄 수 있다.
전시장을 둘러보면 주최사인 남이섬과의 콜라보레이션이 눈에 띈다. 한국 일러스트 1세대 작가인 남이섬 강우현 대표와 공동으로 진행한 프로젝트, 남이섬 아티스트들과 작업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남이섬으로 들어갈 때 사용되는 이동수단인 ‘짚와이어’의 줄에 컬러를 입혀 재활용해 만든 ‘실 끝에 매달린 주앙’ 속 주인공이 덮는 이불, 남이섬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쇳조각을 재활용해 제작한 가림막, 직접 그린 도자기 등 남이섬 속 재료를 활용해 자연을 생각함은 물론 또 다른 동화세상을 구현했다.
2010년에 열렸던 ‘남이섬세계책나라축제’에서 국제문화교류 프로젝트인 ‘피스 스토리’의 브라질 대표참가로 참가한 계기로 우리나라와 연을 맺은 로저멜로는 ‘한국의 아트, 자연, 그리고 남이섬-남미(Nami-Nammi)’에 반해 재차 방한할 정도로 한국에 우호적인 작가다. 그를 디자인정글이 만났다.
Jungle : 한국에 6차례 방문했다. 방문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이번에 열린 개인전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의 아트, 자연, 그리고 남이섬-남미(Nami-Nammi)가 나를 재방문하게 했다.
Jungle : 작업의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는가?
이슈에서 캐치하거나, 직접 조사하는 등 일상생활, 사회적 이슈, 사물 그 모든 부분이 영감의 원천이 된다. 조사하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말이다.
Jungle : 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작업할 계획은?
이미 아시아와 관련된 책이 출판된 적이 있기에 지금은 현재 계획에 없다. 당시 출판된 책은 ‘깃털’이라는 작품으로, 중국 작가가 글을 쓰고, 제가 그림을 그린 책이다.
Jungle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아마존에 사는 가오리와 소년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야기를 준비 중에 있다.
뮌헨국제어린이도서관이 기획하고, 남이섬, 재단법인 노래의 섬이 주최하는 ‘로저멜로한국전-동화의 마법에 홀리다’는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제2전시실에서 10월 15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