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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디지털 시대, 연필의 의미와 가능성을 묻는다

2011-10-24



연필에 대한 경의와 희망을 말하는 전시, ‘임헌우’ 컨셉전’이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10월 26일부터 11월 1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세계적인 연필회사 파버카스텔의 2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계명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임헌우 교수의 다양한 연필 드로잉 작품들로 구성된다. 임헌우는 『상상력에 엔진을 달아라』, 『인문학콘서트2(공저)』 등의 베스트셀러로도 이미 대중들에게 친숙한 작가로 올해 연필을 이용한 독특한 바인딩 기법으로 제작한 파버카스텔 캘린더로 레드닷커뮤니케이션어워드, 그래픽디자인USA(GDUSA)에서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에디터 | 길영화(yhkil@jungle.co.kr)


“The pen is mightier than the sword(펜은 칼보다 강하다).” 영국의 작가 에드워드 리턴(Edward Bulwer-Lytton)이 한 희극에서 사용한 이 말은 이번 전시의 컨셉을 한마디로 압축한다. IT기술로 대변되는 디지털 시대, 연필은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와 가치를 지닐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임헌우 컨셉전은 연필을 단순한 기록과 기억의 도구로만 취급하지 않는다.

전시는 크게 두 가지 주제로 진행된다. Part 1은 연필의 의미와 상징을 보여주는 컨셉전, ‘연필에 대한 경의’고, Part 2는 다양한 연필을 재료로 한 드로잉 작업들을 선보이는 ‘연필에 대한 희망’이다.

연필로 쓴다는 것은 키보드로 입력하는 것과는 분명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단순히 기록하거나 표현하는 의미에 그치지 않고, 우리는 연필로 그리고 씀으로써 생각을 위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인간을 도구적 인간(Homo-Faber)으로 본다면, 연필은 ‘생각의 힘’을 표현하는 가장 유용한 도구인 셈이다. 그 힘은 그 어떤 무기나, 이론, 아름다움보다 강할런지도 모른다. 문화와 문명의 부흥을 이끌었던 역사적 건축물과 미술작품의 근원, 현대 물리학의 뼈대가 된 아이슈타인의 상대성 원리, 그리고 수 많은 디자인 제품들의 아이디어가 바로 연필 한 자루에서 시작되었다. Part 1의 ‘연필에 대한 경의’는 이러한 생각에서 시작되고 끝난다. 인간의 상상력과 생각을 담아왔던 연필에 바치는 경의를 20여점의 개념적 작업으로 표현했다.

이어지는 Part 2 ‘연필에 대한 희망’은 임헌우의 드로잉 작업들로 채워진다. 연필, 색연필, 오일파스텔, 목탄 등을 이용해 연필만이 전해 줄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을 선보인다. 특히 ‘파버와 예술가들’ 연작에서는 파버카스텔 제품을 사용했던 유명 예술가들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연필은 예술, 문화, 과학 등 인간 삶을 지배하는 모든 학문에서 우리의 생각을 끄집어내는 훌륭한 매개체였다. 어찌 보면 인간의 삶은 연필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아 향상되어온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연필이 가진 아날로그의 힘은 빠른 속도와 효율성이 강조되는 지금의 디지털 세상에 점차 밀려나고 있다. 임헌우 컨셉전은 이 같이 힘을 잃어가는 연필에게 존경과 위로의 메시지를 건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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