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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컨버스 척 테일러 올 스타즈

2011-12-26


프로스트*(Frost*)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빈스 프로스트(Vince Frost)는 오랫동안 아껴 신었던 농구화야말로 명품 디자인이었다고 한다.

기사제공 | 월간CA issue169(2011.12)




빈스 프로스트
프로스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환경 그래픽, 전시, 북 디자인, 기업 아이덴티티, 브랜드 전략, 광고, 인터랙티브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만능 디자이너다.
www.frostdesign.com.au




이 농구화를 처음 신었을 때 나는 여덟 살이었다. 캐다나 화이트 록에 살고 있을 때였다. 엄마를 조르고 졸라서 산 컨버스의 척 테일러 올 스타즈 농구화는 금세 동네에서 유행이 되었다. 처음에는 학교에서 몇몇이 신고 다니더니 곧 기쁨으로 이 신발을 신고 다니는 사람들이 거리를 메우기 시작했다. 당시 우리 꼬마들은 발가락 열 개가 다 보일 때까지 컨버스화를 신고 다녔다. 당시에는 흑백 외에 다른 어떤 색이 없었는데도 말이다.

유난히 신발을 깨끗하게 신으려고 애썼던 기억이 있다. 먼지가 조금이라도 묻으면 신발을 물에 담가 벅벅 씻은 후 햇볕에 신발이 바삭해질 때까지 말리곤 했다. 지금도 그런 습관이 남아있긴 한데, 요즘 나오는 척 테일러 올 스타즈는 예전 것에 비해 약해진 것 같다. 생산 공정이 간소화 되었는지 조금만 문지르면 꼭 무언가가 떨어져 나가니 말이다.

내가 이토록 척 테일러 올 스타즈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그 심플함과 시대에 구애되지 않는 아름다움 때문이다. 스포츠화는 종류도 많고 하루가 멀다 하고 신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컨버스의 척 테일러 올 스타즈처럼 세대를 아우르며 꾸준하게 사랑받는 디자인은 보지 못한 것 같다. 물론 가격은 천정부지 수준으로 오르긴 했지만. 요즘에는 척 테일러 올 스타즈가 여러 색상으로 나오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따듯하고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기분 좋은 휴일에 색 바랜 청바지와 편안한 티셔츠를 입고 가벼운 컨버스 척 테일러 올 스타즈를 신고 거니는 것처럼 기분 좋은 일은 없다. 컨버스에서 디자인을 바꾸지 않아 참 다행이다. 이렇게 변화가 빠르고 빈번한 시대에 역행하는 현명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몇 년 전, 컨버스가 회사 사정으로 문을 닫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난 곧바로 달려가 10켤레 정도를 사버렸다. 하지만 나중에 나이키가 컨버스 브랜드를 되살렸다는 말을 들었다. 뭐, 그래도 허탈하거나 후회되지는 않는다. 다만 앞으로 척 테일러 올 스타즈를 신고 장거리 뜀뛰기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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