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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마음을 움직인 장애인 심볼

2013-06-20


최근 뉴욕시가 휠체어 형태로 잘 알려진 장애인 심볼(International Symbol of Access)을 교체하기로 했다. 1968년 수산네 쿠푸드(Susanne Koefoed)에 의해 디자인 된 이후 범세계적으로 통용되던 장애인 심볼은 약간의 변형은 있어왔어도, 그 기본적 형태는 40년이 넘도록 변함이 없었다. 이렇듯 그저 당연해 보였던 심볼을 이제와 변경하는 연유는 무엇일까. 그 계기에는 ‘The Accessible Icon Project’라는 한 캠페인이 자리하고 있었다.

에디터 | 길영화(yhkil@jungle.co.kr)
사진제공 | The Accessible Icon Project(http://www.accessibleicon.org)

‘The Accessible Icon Project’는 미국 메사추세츠 캠브리지에 기반을 둔 아티스트 사라 헨드런(Sara Hendren)에 의해 시작되었다. 캠페인의 시작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운증후군을 앓는 아들이 태어난 이후 장애인 접근성에 깊은 관심을 보였던 헨드런은 당시 기존 장애인 심볼을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사람의 몸과 팔, 다리가 마치 휠체어에 구속되어 있는 듯한 심볼의 경직된 형태가 장애인을 매우 수동적인 모습으로 인식하게 했던 것이다. 헨드런은 이 심볼이 알게 모르게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심어준다고 판단했고, 직접 심볼의 디자인을 한번 바꿔보기로 마음먹는다.

헨드런은 누가 끌어줘야 할 것만 같았던 수동적인 형태부터 고쳤다. 뻣뻣하게 서있던 머리를 앞으로 당겨 당당히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고, 팔과 다리 역시 휠체어와 분리 시킨 역동적인 형태로 표현했다. 이는 마치 경주를 하듯 스스로 휠체어를 움직이는 능동적인 모습이었고, 헨드런은 자신이 만든 이미지들을 블로그에 포스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블로그 포스팅은 헨드런에겐 협력자를 불러다 주었다. 고든 대학(Gordon College) 철학과 교수, 브라이언 글렌니(Brian Glenney)가 블로그에서 만난 그녀의 작업에 관심을 표명했고, 이후 둘은 의기투합하여 새로운 심볼을 사용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로 한다.

2009년부터 시작된 두 사람의 캠페인은 게릴라 프로젝트 성격을 띄었다. 투명 스티커로 제작한 새로운 이미지를 도시 곳곳에 있던 기존 심볼 위에 붙였다. 스티커를 투명하게 한 것은 의도적이었다. 예전의 이미지와 겹쳐 보이게 함으로써, 기존 심볼이 얼마나 경직된 표현이었는지 보는 이들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들의 캠페인은 2011년 초 보스톤 글로브(The Boston Globe)에 소개되면서 크게 알려지기 시작했고, 결국 뉴욕시의 선택을 받기에 이르렀다. 현재 ‘The Accessible Icon Project’는 장애인 주차장 사인을 새로운 심볼로 변경하는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사인을 교체할 수 있는 소스와 방법을 공개,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장애인은 사회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다. 그렇다고 그들의 의지마저 수동적이라 생각한다면, 그것은 시대착오적인 오해가 아닐 수 없다. 도움이 없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닌 스스로 삶을 개척할 수 있는 같은 인간으로서 그들을 바라봐야 한다. 어쩌면 지금까지 세상은 휠체어를 밀어주지 않으면 멈춰있는 심볼의 표현대로 장애인을 인식했는지도 모른다. 헨드런의 새로운 심볼이 그러한 인식에 얼마나 변화를 주게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의 시도가 우리도 모르게 각인된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주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말 한마디 없는 시각적 정보로 말이다.


The Accessible Icon Project
http://www.accessibleic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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