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27
국민대학교 행정정책학부 홍성걸입니다. 지금부터 여러분이 상식적으로 알아야 할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정책학의 일반적인 개념과 성격에 대해 소개하고, 그 다음 정책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을 집어보며 마지막으로 정책 결정의 사례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강사 | 홍성걸(국민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교수)
정리 | 전기현
제1부 정책학 일반
1. 정책의 개념과 성격
정책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개념은 매우 다양합니다. 간단하게 세 가지로 정리해 보면, 첫째, ‘정부가 하기로 선택한 사항’을 말합니다. 여기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지만, 그대로 두기로 한 결정도 포함합니다. 해결하기로 결정하면 바람직한 상태로 가는 것이고, 안하기로 하면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정부가 주체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며, 선택을 중시합니다. 두 번째는 ‘특정한 목적을 달성할 권한을 가진 행위자들이 목적과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을 선택하는 의사결정’을 말합니다. 이것은 과정을 중시합니다. 세 번째는 ‘정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제시한 목표를 실행하는 행동방안’ 즉 대안을 말합니다.
정책의 구성요소는 행위자가 있고, 정책형성 과정에 관여하는 이해관계자가 있습니다. 행위자는 주로 정부이고, 이해관계자는 일반 국민이거나 이익 집단입니다. 정책 변화에 따라 이익을 얻는 집단이 일반 국민이나 소비자단체처럼 넓게 퍼져 있으면 정책 결정에 대한 저항이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집중되면 정책결정은 생사여탈권을 다투는 심각한 상태에 놓입니다. 예를 들면, 최근 의약품의 슈퍼 판매 법안 처리에 반대한 약사협회의 단체 행동과 같은 것입니다.
정책은 환경과 상호작용을 합니다. 정책을 만들 때 관련 공무원은 여러 가능성들을 연구합니다. 소속 부서의 이익도 고려하지만, 공익의 관점에서 정책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바람직한 정책 대안이 정치적으로 어떤 세력에게도 이익이 없을 때는 채택이 안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책을 채택하고 움직이는 세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익이 별로 없으면, 정당이나 정치인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 이야기하면, 바람직한 것이 아닌 누군가의 이익에 쏠리는 정책이 더 잘 채택되기도 합니다.
정책은 가치 배분적 특성을 가집니다. 가치배분성은 정부가 펼친 정책으로 이익을 받는 것을 말하며, 이것은 이해관계 구조를 변화시킵니다. 예를 들어, 4대강 사업에서 한나라당은 찬성 했고,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반대 했습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에 반대했던 민주당의 금강유역이나, 영산강유역의 지방자치단체장들과 국회의원들은 당론과 반대로 100% 찬성했습니다. 지역 정치인은 정부 사업이 지역구에 들어오는 것을 반대할 수 없고, 또한 다음 선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념과 상관없이 지역의 이익이 되는 것은 무조건 받는 겁니다.
공정성 가치는 정책의 중요한 일면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러한 가치가 매우 중요해서, 합리적 기준으로 보면 안 될 사업을 공정성 때문에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호남선 KTX는 경제적으로 보면 불리한 사업이지만, 공정성에 대한 지역정서를 고려해서 현재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책은 미래에 대한 예측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정책을 만들어 정부에게 요청하여, 국회에서 통과시키려면 몇 년이 걸립니다. 미래에 대한 예측을 통해 오류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정책하는 사람들의 의무입니다.
이외에도 정책의 성격은 매우 다양합니다. 목적지향적이며 수단지향적입니다. 이미 말했듯이 정책을 통해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려는 것이며, 이러한 목적 달성을 위한 정책대안이 수단입니다. 또한 현 상태에 대한 변화 혹은 현 상태로의 회복을 추구한다는 면에서 변동대응적 특성을 지닙니다. 문제해결을 지향하는 특성과 인과적 특성도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의 공식적인 의사결정이라는 면에서 공식적이며, 수많은 행위자들이 참여한다는 면에서 네트워크 포괄적 특성을 지닙니다. 또한 합리적 선택과 정치적 협상의 산물로서 결정된 정책은 강제적이며 제약적인 특성을 가지게 됩니다. 일반적인 의사결정, 혹은 기업의 어떤 의사결정보다 높은 수준의 의사결정을 의미하는 즉 고위정책결정, 고위의사결정으로 결정수준의 상위에 놓여 있습니다.
2. 정부 개입의 필요성
정책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개입하는 행위입니다. 정부가 시민에게 제공하는 공공재는 두 가지 독특한 특성이 있습니다. 한 가지는 내가 소비를 해도 다른 사람의 소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경합적입니다, 예를 들어 국방서비스를 제공받는 경우입니다. 또한 사회적 제화를 지불하지 않고도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는 특성에서 비배제적입니다.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도 공공제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공공재의 특성을 충족시키려면 정부 개입이 필요합니다.
또한 정책 결정에는 외부효과가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공해를 유발하는 산업체에서는 공해 처리를 하고 비용을 생산비에 포함시켜야 하지만, 그런 과정 없이 제품을 저렴하게 내놓습니다. 그러면 환경오염을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오염을 제거하기 위해 사회 전체가 비용을 부담하게 됩니다. 자연독과점을 막기 위한 측면에서도 정부 개입이 필요합니다. 자연독과점은 자동차, 조선 같은 큰 장치산업이나, 전기, 상하수도, 가스, 철도, 통신 같은 산업 부분도 자연독과점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연독과점을 방치하면, 대부분 현실에 안주하여 발전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경쟁시스템을 도입해서 요금을 낮추고, 더 좋은 서비스를 공급하도록 개입하는 것입니다. 이외 사회질서유지나 국가안보와 관련된 부분에 정부가 개입합니다.
3. 정책 참여자와 정책 환경
정책 참여자는 대통령, 국회, 법원, 행정관료 등의 제도적 참여자와, 일반 국민, 미디어, 정당 등 비제도적 참여자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정치·경제적 구조, 사회계층구조, 인구사회학적 특성, 과학기술발전, 경제수준 등은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요소입니다. 자본주의, 시장주의 체제, 정당의 구조, 삼권분립, 대통령제, 연방제 등의 정치경제적 구조는 중요한 정책 환경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보편적 복지’, ‘복지는 권리다’와 같은 복지에 관련된 공약이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일인가구,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 구조의 환경 변화에 대응한 정책입니다. 노동자와 자본가로 양극화 되는 사회계층구조도 중요하며, 정치문화도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는 타협이 없는 정치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국제적 정치문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한다는 보도가 나오면 모든 것이 달라집니다. 과학기술의 발전도 중요한 변수가 되고, 경제수준도 중요합니다.
4. 정책 과정
정책과정은 인지, 의제화, 정책형성과정, 평가과정, 정책 결정, 집행, 사후평가의 일곱 단계를 거쳐 진행됩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정책문제가 발생하면 ‘인지’하여 받아들이게 됩니다. 모든 문제가 정책 문제화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중에 어떤 계기가 되어 언론에 보도된다거나, 대통령의 지시 등으로 이슈화 됩니다. 이슈화 다음에 정책 의제로 만들어지는 의제화 단계 ‘아젠다 셋팅(Agenda Setting)’이 있습니다. 내부에서 주도하거나 외부에서 지지자들을 동원하여 구성하기도 합니다. 정책의제가 되면, 정부나 공무원들이 대안을 찾는 정책형성과정이 따릅니다. 대안을 찾고, 개발하고, 설계해서 정책형성이 완료되면, 그 다음 단계는 평가과정에 들어갑니다. 사전에 분석하여 평가하고 이해관계자들이 어떤 반응을 하는지 등을 모니터링 합니다. 그 다음단계가 정책결정이며, 결정 후에는 집행을 합니다. 보통 예정대로 집행을 하지만, 예상치 않은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집행 후 사후평가를 하며, 그 결과를 ‘환류’ 피드백합니다. 정책은 이와 같은 형성 과정을 거칩니다.
제2부 정책과 관련한 불편한 진실
1. 정책과 관련한 불편한 진실들
① 정책은 민주적 정치과정(정치적합의)의 산물이다.
정책은 민주적 정치 과정의 산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1969년 경부고속도로사업은 야당의 전면 반대에도 불구하고 추진되었습니다. 야당의 반대 속에서 예산도 없이 1년 6개월 만에 끝냈습니다. 이 사업은 민주적 정치과정을 통했더라면 불가능한 사업이었습니다.
② 정책결정은 특별한 가치와 이념을 선택하는 것이다.
‘보편적 복지’, ‘무상급식’ 등의 사업은 복지라는 가치와 이념을 선택한 것이며, 이러한 예는 우리 주위에 많이 있습니다.
③ 정책은 정책문제에 대한 진정한 해결책이다.
모든 정책은 성공했다고 평가됩니다. 그런데 왜 사회문제들이 계속 발생할까요? 정책이 한 문제를 해결했더라도, 대부분 환류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문제를 발생시키기 때문입니다.
④ 정책은 국민이나 국가의 이익을 증가시킨다.
특정한 집단의 이익은 국민이나 국익의 희생을 통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⑤ 정책은 만병통치약이다.
정부 정책의 실패는 곧 국민 세금의 증가와 직결됩니다.
⑥ 국가는 정책을 통해서 사회적 이익을 실현시킨다.
국가는 사회경제적 이익과 구별되는 국가 자체의 이익을 실현시킵니다. 이것은 국가 중심론적 시각으로, 국가가 독자적인 국익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⑦ 관료는 중립적으로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노력한다.
관료들도 개인의 이익을 추구합니다.
2. 사례를 통해 본 정책학
① SSM 규제정책
2001년 대기업이 유통업에 참여하기 시작하여 현재 1,000개가 넘습니다. 재래시장의 점포 수와 매출액은 계속 감소하는 반면, SSM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SSM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재래시장의 붕괴를 막기 위해 SSM 규제 정책이 마련되었습니다. SSM 규제에 대해 일부는 일자리 창출효과, 영업의 자율권,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몇 차례의 개정을 거쳐 유통법이 실시되었고, 점차 SSM의 실매출이 줄고 점포 숫자도 줄었습니다. 서울연구원에서 조사해보니, 재래시장의 매출이 10%이상 늘었다는 곳이 50% 넘었습니다. 이 정책이 공정경쟁과 소상공인을 위한 복지형 정책으로 일정부분 성공한 것입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SSM에서 시급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줄여 전통시장에 주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었습니다. 또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선식품의 폐기량이 늘어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따라서 이 정책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되지 못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전통시장과 SSM과의 경쟁력의 차이에 있습니다. 전통시장이 어떻게 경쟁력을 갖출 것인가에 대한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통시장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며, 정부도 지원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해결 방안이라고 봅니다. 현재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② 스크린쿼터
스크린쿼터 제도는 일 년에 일정기간 동안 한국영화를 상영하도록 의무화한 법으로, 1966년 90일 이상, 1985년 146일, 2006년부터는 73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146일에서 73일로 축소되기 까지 많은 갈등이 있었습니다. 문화예술계 특히 영화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의 반대가 심했습니다. 이러한 갈등을 겪으면서 한국영화의 경쟁력이 높아져 2005년에는 상연 영화의 50% 정도를 한국 영화가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한국 영화의 상영 비율이 높아지면서 스크린쿼터 축소를 반대하는 영화인들이 주장이 설득력을 잃었습니다. 이익집단이나 국민들의 감성적인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례입니다.
③ 금산분리, 출자총액제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것입니다. 출자총액제도 경제민주화의 핵심 사항입니다. 그러나 금산분리법은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넘어가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산업자본은 현금이 있었지만, 이 법 때문에 외환은행을 매입할 수 없었고, 결국 론스타가 헐값에 사서 먹튀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경제가 좋으면 금산분리를 강화시키고, 출자총액제도를 강화시켜도 괜찮지만, 그 반대이면 이 법 때문에 경제가 악화됩니다. 세계 경제와 국내 경제가 어려워지면 경제 민주화를 이루는 법률을 제한적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정부 정책은 경제 상황에 따라 변했습니다.
정부 정책이 성공할 때도 있지만, 실패 할 때도 있습니다. 국민의 집단적인 의사결정이 정책 선택의 실패를 줄이는데 중요합니다. 선거권을 가진 여러분들이 올바른 판단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또한 정치적 의사결정은 총체적인 것입니다. 자신은 반대 했어도 공동체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선택되었다면 그 결과에 따라야 합니다. 이것이 민주적 의사결정, 정치적 합의 결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