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08
기업 내 분위기 쇄신을 위해, 새로운 이미지를 위해 기업이 가장 먼저 꺼내 드는 카드는 로고, 혹은 CI(Corporate Identity) 변경이다. 다만, 짧은 시간 안에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이 방법은 자칫하면 소비자의 질타를 맞고 예전 로고로 돌아갔던 Gap이나 트로피카나처럼 위험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어떤 기업들은 로고를 ‘살짝’ 변형시키는 안전한 방법을 선택한다. 눈 크게 뜨고 봐야 보이는 로고 리디자인 사례를 모아봤다.
에디터 | 최동은(dechoi@jungle.co.kr)
가장 따끈따끈한 것은 CJ 그룹이다. 지난 5월 31일 변경된 이 CI는 언뜻 봐서는 무엇이 달라진 것인지 알기 어렵지만, 예전 것과 비교해 보면 글씨체가 조금 더 유연해진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건강, 즐거움, 편리함을 나타내는 삼색의 Blossoming 형태는 그대로 유지했다. 이 CI는 CJ의 전 계열사에 적용되었다고.
CJ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새 CI는 CJ가 지난 해 제2 도약 선포 이후 ‘2013년 Global CJ, 2020년 Great CJ’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천해 나간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본격적인 글로벌 경영에 대비해 계열사 영문로고의 글자체도 대문자로 바꿨다. 표기법 또한 과감하게 상단 맞춤으로 표기해 1등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상승의 의지와 끊임없는 도전정신을 표현했다고 한다.
작년 바뀐 구글의 이메일 서비스 Gmail의 경우를 보자. 역시 따로 봤다면 무엇이 다른 점인지 찾아내기 어려웠겠지만, 한 눈에 보면 그 차이는 확연해진다. 일단 색이 선명해졌고 글씨체는 더욱 입체적으로 변했다. 더 유연해진 편지봉투 모양의 M자가 눈에 띈다. ‘By Google’의 위치가 바뀐 것도 포인트. 구글의 제품 마케팅 매니저 제이슨 토프(Jason Toff)는 “우리의 목표는 그래픽을 새롭게 하고, 문자를 정돈하면서도 친근한 얼굴을 유지하는 것이었다”고 로고 리디자인 컨셉을 밝혔다.
힐튼 호텔 역시 작년에 로고를 바꿨다. 가장 큰 변화는 색이다. 기존의 파랑에서 짙은 파랑으로 바뀌고 ‘l’자는 조금 줄어들었다. 이 로고 리디자인을 위해 힐튼은 특별히 ‘Hilton’체도 개발했다. 그리고 아이덴티티를 분명히 하기 위해 ‘Hotels & Resorts’를 밑에 덧붙였다.
2007년 변경된 호주의 비행사 콴타스(Qantas)의 로고 리디자인은 꽤 성공적인 평가를 받았다. 밝은 빨강은 진하게 바뀌었고 캥거루의 실루엣은 한층 유연하고 생동감 넘치게 표현되었다. 캥거루의 발을 바닥에서 띄우고 꼬리를 벽에 붙였기에 캥거루가 마치 날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글씨체 역시 부드러우면서 리듬감 있게 모서리를 깎고 옆으로 조금 눕혔다.
이렇게 바뀐 듯 안 바뀐 듯 변한 로고에는 소비자가 알아차리기 어려운 많은 의도들이 숨겨져 있다. 기업들이 괜히 돈 낭비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과연 이것이 성공적으로 사람들에게 먹혀 들었는지는 또 다른 이야기지만. 성공이냐, 실패냐.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