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19
2011년 서울시가 선정한 ‘좋은간판’에 선정된 그루 간판은 외형적 이미지만큼이나 아름다운 일을 실천하는 곳이다.
공정무역을 전개하는 사회적 기업인 ㈜페어트레이드코리아 그루는 빈곤국가의 생산자들이 직접 만든 친환경 상품을 소비자들과 연결하는 회사다. 무역 불평등으로 인해 노동의 가치가 절하된 현실에서 공정무역은 생산자들에게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고 그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희망을 전달한다. 자본의 폭력으로부터 생산자를 보호하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공정무역을 실천하는 그루에 대해 알아보자.
글 | 한정현 기자(hjh@popsign.co.kr),
사진제공 | ㈜페어트레이드코리아
노동의 정당한 가치를 지불하는 공정무역
한 잔에 5,000원에 육박하는 프랜차이즈 커피의 원가가 터무니없이 낮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편리함과 쾌적한 환경 덕에 커피의 원가 생각은 한켠으로 제쳐두고 많은 사람들은 커피향을 만끽한다. 그런데 편안한 소파에 앉아 즐기는 커피 한잔에는 생산자의 눈물이 담겨 있다는 불편한 진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무역 불평등으로 인해 자본이 노동력을 좌지우지하고, 빈곤국가의 노동자들은 해외 자본에 예속된 지 오래다. 강도 높은 노동력을 제공하면서도 그들이 받아 쥘 수 있는 돈은 터무니 없이 적다. 저소득 국가 노동자들의 값싼 노동력 덕택에 글로벌 프랜차이즈들은 이익을 극대화하고 부의 세력을 확장시킨다. 비단 커피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본의 쏠림 현상은 노동의 가치를 절하하고, 한 달을 꼬박 일하고도 입에 풀칠하기조차 어려운 악순환을 반복한다. 공정무역은 노동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고, 생산자에게 노동의 정당한 가치를 지불하기 위해 태동한 실천운동이다.
종로구 안국동에 위치한 ㈜페어트레이드코리아 그루는 2007년 5월 설립된 시민주식회사이자 사회적 기업이다. 특히 아시아 여성들의 빈곤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어 공정무역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회사다. 페어트레이드코리아는 2008년 국내 최초로 공정무역 패션 브랜드 ‘그루’(g:ru)를 런칭했고 여성생산자들의 전통기술과 현대적 디자인을 접목한 친환경 의류와 패션소품, 유기농 면 제품, 리빙 용품, 장난감 등을 선보이고 있다.
패션브랜드 그루 통해 빈곤국가 여성의 경제적 자립 지원
페어트레이드코리아 이미영 대표는 여성환경활동가로 활동하면서 빈곤, 여성, 환경, 인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제적인 연대활동을 하면서 환경파괴로 가난한 삶을 살고 있는 빈곤국가의 최대의 피해자인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미영 대표는 “자연스럽게 빈곤국가 여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사업에 대한 관심이 커져갔고 그 중 하나가 공정무역이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공정무역에 대한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해 3년간 자료 공부도 하고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고. 페어트레이드코리아가 패션 상품을 공정무역 아이템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이 대표는 “우리가 패션에 주목한 이유는 패션상품들이 여성들의 일자리 창출에 가장 효과적이고 여성들의 전통기술을 상업화하여 보다 많은 부가가치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며 “수공예 옷과 소품들은 생산의 전 과정이 여성의 손에 의해 통제되기 때문에 여성에게 직접적으로 이익이 돌아갈 수 있고, 대를 이어 물려받은 전통기술을 살려 문화적 다양성을 보전하는데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페어트레이드코리아, 친환경 유기농 제품만 고집
페어트레이드코리아는 공정무역이라는 사회적 가치에 투자하는 소액주주들이 주인인 시민주식회사라는 새로운 사회적 기업 모델을 실험하고 있으며 현재 200여명의 시민주주들이 함께 하고 있다. 페어트레이드코리아는 아시아 여성들의 빈곤해결과 환경보호에 초점을 맞추어 한국 최초로 공정무역 패션브랜드 ‘그루’(g:ru)를 출시했다. 페어트레이드코리아 그루에서 판매하고 있는 상품은 크게 의류, 소품류, 식품류로 총 300여 종이다. 그루의 제품은 주로 네팔, 방글라데시, 인도에서 현지 기술로 생산되는데 공정무역전문매장 그루 안국점과 온라인 쇼핑몰(www.fairtradegru.com) 등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의류는 네팔,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지에서 베틀로 옷감을 짜고 초목으로 염색한 자연주의 의류 내추럴 라인과 인도 면화농민들에게 공정한 대가를 주고 만든 유기농 면 티셔츠 등의 오가닉 라인이 있다. 편안하면서 멋스러운 스타일이 그루 의류 제품의 특징이다. 그루의 의류의 디자인은 모두 그루에서 이루어지며, 디자인을 보내 현지에서 생산해 들여오고 있다. 오가닉 라인의 경우 공정무역인증기관 FLOI와 세계적 권위의 오가닉 인증기관 SKAL의 인증을 받은 유기농 면을 사용하여 만든 제품이다.
소품류에는 패션소품, 리빙소품, 친환경 완구류가 있다. 패션소품 역시 베틀직조에 천연염색을 한 원단으로 제작된 자연주의 소품이다. 이들 소품류는 네팔,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지의 공정무역 생산자들이 만든 수공예품으로 장인들의 손길이 느껴지는 누구나 좋아할 만한 소품이다. 친환경 완구류는 유해한 화학처리가 전혀 없는 원목으로 만들어지고 천연염료로 색을 입힌, 국제기준의 안전시험을 통과한 완구로 아이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식료품은 유기농법으로 재배 수확해 공정거래를 통해 생산된 커피, 홍차, 올리브오일, 초콜릿 등이 있다.
생산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공정무역
이미영 대표는 공정무역의 개념에 대해 “원조가 아닌 무역을 통해 경제 발전의 혜택으로부터 소외된 저개발국가의 생산자와 노동자에게 더 나은 거래 조건을 제공하여 그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게 돕는 전 세계적인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국제적인 무역 관계에서 소비국과 생산국이 대화와 투명성, 상호 존중에 기초한 공평한 관계를 맺고, 생산자들이 공정한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에 공정무역의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공정무역은 또한 사람뿐만 아니라 자연과의 관계 맺기도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인다. 생산과정에서 생태계 파괴를 줄이고 생산지의 자연환경에 맞는 농법과 전통기술을 장려하여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대안적 발전을 추구한다고 한다.
현대인들은 자신이 소비하는 제품이 어떻게 생산되었으며, 제품을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공정무역을 통해 판매되는 물건들에게는 저마다 생산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야기가 있는 물건을 통해 생산자는 기계에 종속된 임노동자가 아닌 예술품의 장인으로 존중 받고 소비자는 생산자의 삶과 미래, 그리고 꿈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소비자는 착하게 만들어진 물건을 구매하는 쉬운 실천으로 보다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 일에 동참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공정무역의 미덕이다.
‘2011 서울시 좋은 간판’에 선정된 ‘그루’(g:ru) 간판
식물과 나무를 세는 단위인 ‘그루’를 브랜드 이름에 붙인 이유는 한 그루의 나무로 시작해 숲을 이루자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이미영 대표는 “숲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한 그루, 한 그루의 나무가 자라 숲을 이루듯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손길이 나무가 되어 숲을 이루기를 소망합니다”고 이름에 담긴 뜻을 소개했다.
그루는 지난해 ‘2011 서울시 좋은 간판 공모전’에서 동상을 수상했다. 그루는 간판에서부터 매장 디스플레이까지 자연소재를 사용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그루 측에 따르면 자연주의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소통과 조화를 중시하는 그루 브랜드의 특성에 맞추어 그루의 매장을 디스플레이 했다고 한다. 간판은 철제 소재에 조각으로 글씨를 따서 주변 건물과 조화에 중점을 뒀다고. 간판에 포인트로 걸려 있는 천은 생산자가 직접 제작한 베틀원단으로, 그루의 느낌을 표현하는 오브제로 활용된다.
그루를 통한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믿을 수 있는 친환경 유기농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실질적 이익과 함께, 빈곤국가 생산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사회적 기여에도 동참할 수 있다.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노력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작은 소비운동으로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공정무역을 전개하는 그루로부터 배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