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04
성은 ‘구’요. 이름은 ‘도일’이다. 구도일, 마치 동네 친구 같은 이 친근한 이름의 정체는 정유회사 에쓰오일(S-Oil)의 새로운 캐릭터, 다른 제품과는 달리 직접 만지면서 품질을 확인하기 힘든 ‘기름’을 브랜딩하기 위해 태어났다. 작년부터 TV CF에도 등장하며 특유의 귀엽고 밝은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차츰 친근하게 다가가기 시작한 구도일의 정체를 한번 파헤쳐본다.
에디터 | 길영화(yhkil@jungle.co.kr)
자료제공 | 에쓰오일
구도일 캐릭터의 시작은 2010년으로 올라간다. 2006년부터 시작된 ‘좋은 기름이니까~’라는 CM송으로 이미 큰 광고효과를 거두었던 에쓰오일은 2010년 브랜드 이미지를 위한 새로운 수단의 필요성을 깨닫게 된다. CM송이 에쓰오일의 커다란 브랜드 자산이었던 것은 분명했지만, CM송만으로는 광고 영역의 확장 부분에 있어서 한계를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갈수록 아이디어 자체는 평범해지고 있었고, 한 단계 도약하는 브랜드를 위해 광고적으로 터닝포인트가 필요했다. 그러한 고민 중에 튀어나온 마케팅 수단이 바로 캐릭터였다. 에쓰오일이라는 브랜드는 이미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인지되어있는 상태였고, 그것보다는 소비자에게 상업적 이미지가 아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는 것이 더욱 중요했기에 캐릭터는 에쓰오일에게 꽤나 매력적인 브랜딩 방식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당시 캐릭터 개발은 끝까지 진행되지 못했다. 성공적인 캐릭터 브랜딩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2010년 브랜드 심볼로써 캐릭터를 심도 있게 검토했어요. 당시 캐릭터 전문디자인 에이전시와 협업하면서 캐릭터의 필요성, 개발 후의 육성방법, 활용방안 등 다각적인 측면으로 고민했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캐릭터 개발이 부담이 되기도 했어요. 캐릭터라는게 일종의 생명력이 있는 것이라 만들어놓고 육성하지 못한다면, 안하니만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판단이었죠. 그런 부분이 단기적이 아닌 중장기적 문제라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었고요. 성공했을 때야 확고한 브랜드 자산이 되겠지만, 만약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를 누가 어떻게 감당하느냐에 대한 현실적인 우려도 있었죠. 그래서 당시 추진했던 캐릭터 개발은 시간을 두고 좀 더 고민해보자는 식으로 미뤄지게 되었어요.” _민웅기 에쓰오일 고객개발마케팅팀 차장
에쓰오일이 캐릭터 개발 이슈를 다시 꺼내든 건 재작년이었다. 2012년도 광고를 준비하면서 다시금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었던 것. 그리고 캐릭터 개발이 또 다시 화두로 떠오르게 되었다. 이미 내부적으로 충분한 검토가 이뤄졌던 터라 이번에는 실패에 대한 우려보다 기대감과 성공에 대한 자신감이 더욱 크게 자리했다. 게다가 어느 정도 디자인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마련되어있었기에 개발 과정 또한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다. 개발 파트너인 제일기획과도 이미 2006년부터 협업관계를 유지해왔기에 대행사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캐릭터의 형태는 기름 한 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의인화한 형상으로 완성되었다. 정유업의 특성을 친근하게 알리고자 한 것으로 기름의 미끌미끌한 물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이미지였다. 특히 캐릭터의 움직임에 따라 부드럽게 움직이는 머리 위 뾰족한 부분은 기름 방울의 유연한 느낌을 한 눈에 전달한다. 캐릭터의 컬러는 에쓰오일 CI컬러인 옐로우와 그린을 사용해 브랜드 이미지를 덧붙였고, 주유소에서 항상 만날 수 있는 친근한 캐릭터라는 의미를 주기 위해 복장은 주유소에서 근무하는 듯한 설정으로 적용 되었다. 구도일이라는 명칭은 디자인이 완성된 이후에 붙여졌다. ‘좋은 기름’이라는 에쓰오일의 모토에서 파생된 것으로 영어의 ‘Good Oil(굿오일)’을 우리말의 연음법칙을 활용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글로벌시대 영어이름에 대한 의견도 많았어요. 그러나 가장 한국적인게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의견이 더 와 닿았죠. 최근 한류현상을 봐도 그 말이 맞는 것 같고요. 촌스러울지는 몰라도 정서적으로 편안하게 다가오고, 한국적인 특성을 잘 드러내는 이름이라 생각했죠. 거기에 좋은 기름이라는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도 담겨 있어, 에쓰오일 브랜드의 핵심을 가장 잘 표현했다고 볼 수 있어요” _민웅기 에쓰오일 고객개발마케팅팀 차장
구도일이 소개된 이후, 소비자들의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에쓰오일이 자체적으로 일반소비자와 사내직원, 주유소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다각도로 진행한 조사 결과, 캐릭터의 인지도는 기대 이상으로 높았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구도일을 보고 에쓰오일을 떠올렸다는 의미다. 유명 연예인이 아닌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CF에 등장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 점은 많은 언론에서도 주목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구도일’이라는 명칭에 대한 인지도는 캐릭터 형태에 비해 낮았다. 비주얼적 측면과 네이밍 측면이 어느 정도 비슷한 수준이 되어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는 아직 괴리감을 보이고 있는 것. 에쓰오일 입장에서는 ‘구도일’ 이름 자체가 브랜드의 모토를 담고 있기에 네이밍 인지도 역시 크게 중요했을 것이다. 또한 인지도 말고도 캐릭터에 대한 호감도를 조사하기도 했는데, 여기에는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이었다고.
“캐릭터라는게 인지도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에게 얼마나 친근하게 다가가느냐 하는 호감도도 매우 중요합니다. 정유업이라는게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가까이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업종의 느낌 자체는 친근함과는 조금 거리가 있거든요. 정유사와 대중의 관계, 그 사이에서 친밀함의 가교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는 게 구도일에 대한 저희 바람이죠.” _민웅기 에쓰오일 고객개발마케팅팀 차장
구도일은 이미 대중과 만났고, 캐릭터에 대한 반응도 괜찮다. 그러나 에쓰오일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는다. 성장하지 않는 캐릭터는 금방 식상해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에쓰오일의 구도일 육성계획은 꽤나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먼저 당분간은 구도일을 알리는 작업을 지속할 예정이다. ‘구도일=좋은기름=에쓰오일’이라는 공식을 꾸준히 알릴 필요가 있다는 것. 이를 위해 TV CF를 비롯 주유소 판촉물, 비즈링, 기업 브로셔 등 에쓰오일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구도일이 선보여지고 있으며, 젊은 작가들이나 대학생들의 아이디어 빌리고자 현재 ‘구도일을 세상에 알려줘’라는 브랜드 공모전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이후에는 구도일의 가족이나 여자친구를 만드는 등 캐릭터 확장에 대한 계획도 가지고 있다. 캐릭터의 패밀리화는 스토리텔링이나 브랜딩에 보다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가져올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구도일을 통해 에쓰오일 주유소만의 차별화된 프리미엄 이미지를 추구할 수 있는 방안, 캐릭터 자체의 상품화 등 에쓰오일의 많은 계획들이 구도일과 엮이게 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TV CF 등의 광고 마케팅은 유명 모델들을 통해 이뤄졌다. 이런 방식은 소비자에게 즉각적인 반응은 기대할 수 있겠지만 유명 모델이 기업의 브랜드 자산으로 긴 생명력을 가지기엔 분명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기업의 캐릭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물론 성공해야 한다는 가정이 붙어야 하겠지만, 캐릭터 마케팅은 브랜드의 차별화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성장만 잘 시킨다면 꾸준한 생명력과 다양한 활용성도 기대할 수 있다.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장점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고 말이다. 결과가 어찌되는 구도일은 이제 에쓰오일 브랜드 자산이 되었다. 과연 에쓰오일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다 줄지 도일이의 행보를 관심 있게 지켜보자.
‘구도일을 세상에 알려줘’ 브랜드 공모전 http://www.s-oilbonus.com/brandawards/index.j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