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04
어릴 땐 어른이 되면 어떤 일도 참 잘 해낼 줄 알았고 다른 사람들의 말에 상처도 덜 받고 지난 일에 미련하게 매달리는 일도 없고 중요한 일들은 쉽고 확실하게 선택할 수 있을 줄만 알았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보니 어른은 결정할 일도 훨씬 많고 여전히 사람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아프고 지난일의 후회는 겹겹이 쌓여 울고 싶어지는 날만 늘어나 그런 하루하루를 무덤덤하게 견디는 것이 어른의 몫이라는 걸 알게 됐다. 어른은 아이보다 훨씬 더 소심하고 겁쟁이에 쉽게 상처받고 더 많이 후회한다. 그래서 위로는 아이보다 어른들에게 더 필요한지 모른다. 지금을 살고 있는 모든 어른들은 얼만큼의 위로가 필요할까? 지금도 누구는 흔들리고 망설이고 상처입고 외로움에 아프지만 무덤덤한 얼굴로 하루를 견뎌 내고 있지 않을까. “괜찮아, 잘했어 , 너 혼자가 아니야” 라고 말해줄 누군가가 필요할 때마다 우리는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거나 술한잔 기울일 것이다. 그러다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가는 그 길이 더 외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 길목에서 우리에게 위로를 건네는 사인을 만난다면 아주 잠깐 웃을 수 있고 따뜻해질 수 있고 안심할 수 있지 않을까.
글, 사진 | 최영락 기자 ( rak0703@popsign.co.kr)
기사제공│월간팝사인
“괜찮아, 혼자가 아니야” 사인이 말을 걸어온다.
시청역에 전시중인 스트리트 갤러리는 외롭고 쓸쓸한 마음에 누군가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You are not alone’이라는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지하철을 기다리며 벤치에 앉아 옆을 바라보면 일러스트 작가들이 작업한 귀여운 캐릭터가 웃음 짓고 있다. 캐릭터 밑에 쓰여진 문구가 걸음을 멈추게 한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제가 곁에 있잖아요.”라고. 이 시간, 세상 속을 걷고 있는 사람이 나 하나 뿐인 것처럼 느껴진다면, 시청역 1호선 플랫폼으로 가보는 것도 좋겠다. 그곳엔 나를 위로해주는 사인도 있지만 그 사인을 보며 웃음 짓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때론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나와 같은 것을 보고 같은 마음을 나누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상하게 “함께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 마음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지 않을까.
내가 걷는 걸음걸음, 나와 같이 걸어주는 사인
사인은 단지 길의 지표로, 혹은 무언가의 정보를 표시할 때 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어지럽고 갈팡질팡할 때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는 마음의 지표로도 쓰이지 않을까.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인 대한민국. 그 중에 한강다리 투신으로 세상을 등지는 사람들의 수는 하루하루 많아지고 있다. 마포대교 위에는 오늘도 힘겨운 사람들의 발걸음걸음마다 따뜻한 위로의 사인들이 빛나고 있다. “피곤하지 않아?, 무슨 고민 있어?, 같이 걸어요, 가장 행복한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등의 사인들은 때론 안부로 때론 작은 깨달음으로 때론 피식 웃을 수 있는 유머로 시린 마음을 토닥여준다. 이 사인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다시 돌릴 수 있도록,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다시 꿈꿀 수 있도록,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모든 슬픔, 불안, 원망, 미움들은 마음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그 마음을 다독여준다면 조금은 뾰족한 마음이 동그래질 수 있지 않을까. 우리주변 곳곳에 이렇듯 우리를 위로해주는 따뜻한 사인들이 존재한다. 위로받고 위로하는 일에 서툰 어른들에게 동그란 마음을 만들어줄 사인들이 앞으로도 많이 생기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