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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컨셉트, 어디서 찾을 것인가?

2007-11-20

‘컨셉트’란 단어처럼 우리 업계에서 오용 또는 남용되는 말도 없을 것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컨셉트가 뭔데?”라는 말을 주고받습니다. 우리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인 까닭이죠.
그런데 컨셉트의 명확화란 참 묘한 것이어서, 누구도 좀처럼 자신 있게 “이거다!”라고 정해주려 하지 않습니다. 나중에 책임이 따르기 때문일까요? 그래도 누군가는 확실하게 정해 줘야 세월이 지나 “이 산이 아닌가 봐”라는 말을 하지 않게 되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론 카츠(Ron Kaatz)의 ‘Advertising & Marketing Checklists’ 란 책에서 한 번 찾아 봤습니다.

<어디서 컨셉트를 찾을 것인가?>
1. 사용자의 유형에서: 많은 사람들이 쓰는, 유명 인사들이 쓰는, 전문가들이 쓰는, 선택된 소수의 사람들이 쓰는
2. 사용 방법에서: 함께 쓰는, 누구에게 줄, 내가 쓸
3. 제품의 제조 방법에서: 유기적으로 만든, 순금으로 만든
4. 놀라운 사실에서: 파텍 필립 시계는 1년에 딱 5,000개만 수공으로 만든다.
5. 가격 특성에서: 더욱 비싼, 가장 저렴한, 더 값어치 있는, 할인하는
6. 이미지 특성에서: 고급의, 가치 있는, 이국적인, 스타일이 뛰어난
7. 심리적 만족감에서: 목마름을 해소해 주는, 성적으로 돋보이게 하는,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좋은 엄마(아내)로 느끼게 해 주는
8. 제품의 전통에서: 옛날 맛 그대로, 1801년 창립된, 회사의 창립자가 유명한
9. 안 쓰면 불편해서: 다칠 수 있으니까, 어떻게 안 쓸 수가 있지?
10. 직접적 비교에서: 제품 A와 제품 B
11. 가치 있는 뉴스에서: 새로 나온, 개선된, 탄생 몇 주년, 커다란 사건


위 11가지 컨셉트 찾기 방법은 오려 놓았다가 컨셉트가 모호한 탓에 아이디어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가끔 한 번씩 힐끗 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그런데 위 11가지 에서도 컨셉트를 찾을 수 없다고요? 그럴 때는 소비자가 돼보십시오. 그래서 이 브랜드를 고르면 “내게 무슨 득이 되지?(What’s in it for me?)”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는 겁니다. 그러면 컨셉트가 나올 것입니다. 그것을 ‘소비자 혜택(Consumer Benefits)’이라 하던가요?

신용카드 왼쪽에는 ‘택시 드라이버’, ‘디파티드’ 등으로 유명한 영화감독 마틴 스콜세지의 모습이 보이고, 오른쪽에는 그가 스스로 대답한 그의 인생 이야기가 소개됩니다. 재미있는 질문과 대답이 많이 있네요.
•이름: 마틴 스콜세지
•어릴 적 꿈: 내가 살던 곳에서 벗어나는 것.
•가장 좋았던 기억: 1973년에 부모님과 갔던 ‘비열한 거리’ 시사회
•사운드트랙: 수 년 동안 내가 알고 있던 모든 형식의 음악을 믹스한 것
•은둔처: 책이 가득 찬 우리 집 꼭대기 방
•꼭 이루고 싶은 꿈: 작곡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 막내딸 웃기기에 성공할 때
•가장 큰 도전: 나의 아이들
•자명종: 6살짜리 딸과 그 아이의 강아지 데스몬드
•완벽한 날: 가족과 함께 하는 날. 훗날에는 아마도 영화와 함께.
•첫 직업: 1962년 여름, 어느 비타민 공장 조립라인에서의 종이 상자 운반
•탐닉 대상: 옷
•가장 최근에 산 것: 이태리 로마에서 산 12켤레의 양말
•좋아하는 영화: “그들은 군단이다”
•인생: 여전히 해결하고 있는 중이다.
•카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이런 식으로 나가다가 마지막에는 ‘나의 인생, 나의 카드’라는 슬로건으로 우리를 유도합니다. 단답형으로 대답하다가 카드는 당연히 이 카드를 쓴다는 반전 아닌 반전의 기술이 뛰어나군요. 무턱대고 ‘나는 이것을 쓴다’는 방식보다 재미있지요. 물론 이 캠페인은 단발로 끝나지 않고, 다른 배우나 유명인사로 쭉 이어집니다.(※편집관계로 두 이미지를 분리해 놓았습니다)

모터바이크 한 눈에 혼자 사는 게 틀림없어 보이는 가련한 주인공이 좁은 식탁 앞에 앉아 상념에 빠져 있습니다. 잘 구운 칠면조 요리를 준비하고, 커다란 접시에 장미꽃까지 한 송이 올려놓고 있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를 기다리는 상황이군요. 답은 왼쪽 아래에 있네요. ‘여성용 바이크’를 위한 아이디어입니다. 캐스팅도 잘 됐고, 조명도 참 잘 했지요? 그래도 한 번 넓은 세상을 경험하면 굳이 이런 집에 돌아 올 이유가 없겠군요. 집인지 이동주택인지도 모르겠지만.

도브 프로에이지 옷을 걸치지 않은 중년의 여성 사진 위에 “노화방지제품 광고에 나오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습니다”라는 카피 한 줄. 오른쪽 페이지로 따라가면 “하지만 이 광고는 노화방지제품 광고가 아닙니다. 프로에이지입니다.-도브에서 선보이는 스킨케어 라인. 아름다운 피부에는 나이 제한이 없습니다.” 여성이 아닌 제가 읽더라도 흐뭇한 기분이 드는군요. 역시 광고에서는 ‘꿈(Aspirations)’을 표현해야 성공한다는 교훈이 떠오릅니다. 올해 깐느 광고영화제에서 인쇄부문 동상을 탔습니다.

세계 야생생물기금(WWF) 검색 엔진의 검색창에 ‘고래(Whales)’라는 단어를 넣었더니 답이 나오지 않고, 질문이 뜹니다. “혹시 ‘웨일즈(Wales)’라는 지명을 찾으시나요?” 어허, ‘고래’는 물론 ‘고래라는 단어’까지 멸종됐군요. 빈 화면의 오른쪽 아래에 WWF의 로고가 보입니다. ‘살아있는 지구를 위하여’라는 슬로건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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