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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굿바이, 빈라덴

2011-05-03


5월 1일 세상에 작별을 고한 오사마 빈라덴이 사실 광고계의 꽤 잘나가는 모델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몇 장 안 되는 사진으로 신비주의를 고수하는 그와, 이슈의 중점에 서 있는 것은 무엇이든 흡수해버리는 광고계의 만남은 어찌 보면 필연적이기도 했다. 지난 10년간 전세계 광고계를 접수했던 그를 보내며 오사마 빈라덴을 모티브로 한 광고들을 정리해보았다.

에디터 | 최동은(dechoi@jungle.co.kr)


처음 소개할 것은 미국과 알 카에다와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잘 나타낸 광고다. 올 2월에 진행된 Sammy-400 관절염 약 광고 캠페인에서는 천적과도 같은 빈라덴과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머리를 맞대고 있다. 잘못된 방향으로 서로를 문지를 때(When they rub each other the wrong way), 이 약을 사용해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 광고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매번 부딪히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미국과 알카에다의 관계를 보여준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는 인도의 광고 에이전시 소렌토 헬스케어 커뮤니케이션의 것.


빈라덴이 가지고 있는 나쁜 이미지를 이용한 광고도 있다. 수천 수만 개피의 담배들이 그리고 있는 빈라덴의 얼굴 옆에는 “담배가 더 많은 사람을 죽입니다(Cigarettes kill more)”는 말이 적혀있다. 엄청난 테러와 살인을 저지른 빈라덴 보다 담배가 더 위험하다는 경고를 보내는 공익광고 캠페인이다. 브라질의 사치 앤 사치가 제작한 이 악당 시리즈에는 히틀러 버전도 존재한다고.


브라질의 가전제품 브랜드 Arno의 믹서기 광고에서는 빈라덴을 잡으려 했지만 매번 놓쳐버린 미군의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비웃는다. 믹서기 안에서 미군들이 이리저리 부딪히며 작전을 벌이는 동안 빈라덴은 매우 쉽게 빠져 나온다. 이렇게 광고는 집어 넣는 것보다 나오는 것이 더 빠른 믹서기의 성능을 강조한다. 참신한 아이디어에 비해 빈약한 일러스트가 아쉬운 점이다.


오사마 빈라덴이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미국 정부에 한 방 펀치를 날리는 광고도 있다. 미군이 빈라덴을 찾는데 한창 애먹고 있던 2006년, 국제운송업체 DHL은 광고에서 아프카니스탄의 수도 카불의 공중사진을 찍어놓고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는 여전히 당신을 찾을 것입니다. DHL이 지금 아프가니스탄에 있으니까요”. 결국, DHL이 아프가니스탄 지사를 세웠으니 빈라덴쯤은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지만 엊그제까지만 해도 찾지 못했으니 광고는 역시 과장의 기술이라는 것을 보여준 셈만 됐다.



기본적으로 다문화를 인정하지 않는 빈라덴의 이미지를 대비시킨 광고도 있다. 삼성의 핸드폰 i450 Music Phone을 위한 이 광고 캠페인을 보면 빈라덴을 차용한 다른 광고와는 다르게 밝고 경쾌한 이미지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어폰을 끼고 있는 빈라덴을 둘러싼 것들은 총, 군인, 죽음 등 온통 우울한 회색 빛이지만, 음악을 듣고 있는 그의 머릿속에서는 모든 인종이 하나가 되어 오색 찬란한 음악들을 연주하고 있다. 그 오사마 빈라덴도 이렇게 변한만큼 머릿속에 음악을 채우라고(Let music fill your head) 이야기하는 이 광고는 2009년 제일기획 인도지사에서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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