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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제품 이미지와 광고 이야기

2005-05-17


기발하다. 심지어 예술적인 감성까지 즐길 수 있다. 제품 이미지를 이용하여 만들어낸 기발하고 독창적인 광고를 볼 때마다 뇌세포까지 움찔하게 만드는 힘을 느낀다. 만류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이 떨어지는 사과를 보았을 때의 기분이 이러했을까. 기발한 아이디어가 엿보이는 광고를 보면 언제나 흥분되고, 때로는 예술 작품을 보았을 때와 똑같은 감동까지 받기도 한다.

운동화를 포함한 모든 스포츠 웨어는 기능성과 실용성을 위주로 하여 ‘더 빨리’, ‘더 멀리’, 그리고 피부에 밀착된 듯 편안한 것을 목표로 만들어져 왔다. 그러나 최근 스포츠 선수들의 파격적인 의상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이제 스포츠는 시간과의 싸움에 ‘멋’과 ‘개성’까지 더한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 스포츠 업계는 패션 산업에 손을 내밀며 시각적 효과까지 염두해 둔 광고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질 샌더는 퓨마와, 아디다스는 요지 야마모토, 그리고 최근에는 스텔라 매카트니와 나이키가 손을 잡고 매우 감각적이고 독창적인 새로운 라인을 선보이게 되었다. 실용성만을 중요시하던 과거와는 달리 과감한 컬러 사용 그리고 독특한 디자인들은 사람들의 눈을 자극했다. 인체 공학에 더욱 충실해진 디자인은 더욱 모던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제품이 이렇게 바뀌면 기존의 광고 방식으로는 제품의 이미지를 전달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스포츠 브랜드의 새롭고 우아한 디자인에 걸맞게 광고 또한 혁신적이면서도 독창적인 표현 방법을 사용하여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그리고 딱딱하고 재미없었던 스포츠 브랜드는 그렇게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며 전성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스니커즈의 밑창이 문어 다리 부분과 비슷한 것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아디다스 광고는 제품의 이미지를 정확하고 재미있게 보여주었다. 문어의 다리 흡반에서 스니커즈의 밑창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서 디자인과 실용성에 대한 표현을 과감하고 기발하게 한 것이다. 특히 문어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색상은 자연에서 보여 지는 아름다움과 신비로움까지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시즌에 등장하고 있는 또 하나의 스포츠 브랜드 광고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바로 퓨마의 ‘뉴 스터프(New Stuff)’ 라인이다. 자마이카 원주민들의 릴레이로 재미있고 친근감 넘치는 광고를 보여주며 새로운 이미지를 선보이고 있는 퓨마. 이 브랜드 또한 질 샌더와 함께 패션 스포츠를 만들어냈고, 최근에는 크리스티 털링턴에 의한 요가복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정장이나 캐주얼 복장까지도 어울릴 수 있는 디자인의 퓨마는 광고도 매우 세련되었다. 스니커즈의 뒤꿈치가 벌집과 비슷한 것에서부터 영감을 받은 듯 스니커즈 주위를 꿀벌들이 날아다니고 있다. 여기서 보여 지는 꿀벌은 새로 등장한 스니커즈를 향해 달려드는 소비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광고는 매우 감각적이어서 이번 시즌에 이 제품을 장만하지 않으면 유행에 뒤질 것 같은 긴장감마저 든다.

기발하고 재미있는 광고는 제품을 구입하도록 유도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브랜드의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앱솔루트 보드카 광고를 볼 때마다 영화 <매트릭스> 를 볼 때처럼 아찔하고 즐거움까지 느낀다. 도시별, 시즌별로 기획되고 있는 앱솔루트 보드카의 광고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많은 찬사와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도전적인 광고는 심지어 브랜드를 예술적 이미지로 승화시키는데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앱솔루트 보드카의 광고에 보드카 병은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제품을 등장시키지 않고서도 제품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일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이들은 번쩍이는 아이디어로 앱솔루트 보드카를 한눈에 알아 볼 수 있게 표현한다.

교통 체증이 심한 길거리에 ‘옐로 캡(뉴욕 택시를 가리키는 말)’으로 보드카 병 모양을 만들거나, 브룩클린 다리의 기하학적인 선을 이용하여 마찬가지로 보드카 병을 만들어 뉴욕이라는 도시를 상징하기도 한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보드카 병으로 쌓여진 선물 상자를 등장시켜 사랑스럽고 따뜻한 이미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들의 이러한 표현은 우아하고 유니크하면서도 때로는 당당하기까지 하다. 약간의 다른 시선에서 시작된 아이디어는 제품을 확실하게 보여주지 않더라도 광고 이미지를 승화시키는 엄청난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글/ 서은영(스타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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