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1-13
소비자 욕구의 새로운 변화를 이해하는 효과적인 수단의 하나가 바로 ‘키워드’이다. 2033세대(대학생에서부터 직장초년생에 이르는 미혼 성인)는 가장 역동적인 우리나라 소비자 중에서도 그 핵심에 있으며, 이들의 9가지 대표 트렌드를 통해 소비자 욕구의 새로운 흐름을 살펴보았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도 가장 역동적인 소비자 집단으로 분류된다. 그 중심에는 새로운 소비문화를 창조하고 있는 2033세대가 있다. LG애드는 현재 20~33세로 구성된 이 세대를 9가지 트렌드 키워드로 요약 분석한 ‘2006 서울 2033 트렌드 키워드9’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국내의 기존 트렌드 연구들과 달리, 4명의 연구자가 4개월 동안 트렌드리더 심층 인터뷰, 타운 워칭(Town Watching), 텍스트 분석, 트렌드 수색대 같은 방법을 통해 추출한 2033세대의 키워드를 담고 있다.
2033 소비자 욕구 키워드는 크게 ‘생활문화’, ‘기술 및 커뮤니케이션’, ‘소비문화의 방향’ 등 3가지 측면에서 접근해, 행복한 싱글, 데이트 친구, 반트렌드 라이프스타일, 적극적 자기계발, 전략적 인간관리, 창조적 소비자, 나도 연예인, 아날로그 향수, 제3의 취향 등을 도출했다.
“주말이 되면 양평 등지로 놀러 간다. 특히 양수리는 많은 여성들이 웨이크보드를 즐기는 곳이다. 잠은 인근 펜션을 이용하는데, 친구들끼리 술도 마시고 자유롭게 주말을 보내는데 안성맞춤”
결혼 연령이 점차 높아지면서 자기 생활을 즐기면서 독신자 생활을 하는 사람이 크게 증가했다. 물론 대부분 늦게라도 결혼을 한다. 특히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결혼에 구속되기 보다는 자기 생활을 즐기는 미혼 여성들이 나타나면서 이들이 하나의 층을 형성했다. 이들이 바로 ‘행복한 싱글(Happy Miss Old)’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적으로 괜찮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기 생활을 즐기는 것이다. 이는 경제력을 기반으로 개인의 자유 생활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한 형태다.
“데이트메이트는 서로를 애인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각자 애인이 생겨 헤어지더라도 슬프거나 비참할 정도는 아닌 관계” -대학생 박모씨(21)
“상대방이 동시에 다른 이성을 만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데이트메이트로서 관계가 유지된다. 질투는 기피대상 1호” - 대학생 오모씨(26)
또한 이들은 결혼 직전이거나 장기 독신자 생활을 하게 되는데 이들의 연애 형태는 과거에 비해 상대방에 덜 얽매이는 형태를 띤다. 결혼을 전제로 만나거나 심각한 관계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단순한 이성친구도 아닌 관계가 바로 ‘데이트 친구(Datemate)’의 관계다. 연애에 있어서도 구속을 피해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누리는 한 형태이다.
“제가 고딩 때는 ‘이스트백 가방’, 대딩 때는 ‘MCM백’이 유행했고 많은 사람들이 들고 다녔어요. 제가 모델이 되고 난 후에도 밀리터리룩이다, 리조트룩이다, 예전에는 한가지만 강세였는데 최근에는 그런 룩들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것 같아요.” - 패션모델(25세)
개인의 자유를 추구하는 또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 형태는 ‘반트렌드 라이프스타일(Anti-Trend Life Style)’이다. 과거 우리나라의 경우 유행이나 남들이 하는 패션이나 생활 형태를 따라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몇몇은 주류의 흐름을 거부하고 스스로 외톨이(outsider)가 되면서 자기 나름의 생활과 자기 표현을 하면서 살아간다. 이와 같이 남들에게 휩쓸리기를 거부하면서 나타난 라이프스타일 형태가 ‘반트렌드 라이프 스타일’이다. 이는 소비문화에서 개성 지향의 소비 형태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요즘에는 한가지만 해서는 불안해요. 연기가 전공이지만, 인터넷 쇼핑몰을 하는 게 소망이라 마케팅을 공부해요. 네일아트나 액세서리에도 관심이 있어요.” - 연극영화과 대학생(23세)
사회 경쟁의 심화와 관련된 키워드로 ‘적극적 자기 계발(Self-Promotion)’이 있다. 직접적으로는 경제 불황이 지속되면서 취업난으로 인해 생겨난 현상이다. 물론 취업 이후에도 직장 내에서의 승진이나 좋은 직장으로의 이직 등을 위해서 자기계발에 노력하는 것이 이들에게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은 만나기 어렵고, 자기한테 구체적인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가 사람을 만나는데 중요해지는 것 같아요. 대학교 때 친구들은 사무실 오픈할 때나 결혼할 때와 같이 무슨 기념일 때만 만나는 게 다죠.”
과거처럼 인간관계를 주어진 관계, 예를 들어 학연/지연/혈연 중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목적지향적인 인간관계로 형성, 관리해나가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이는 앞서 이야기한 사회경쟁 심화 현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이러한 형태의 목적지향적 인간관계의 구축 및 관리 경향을 ‘전략적 인간관리(Strategic Human Networking)’라 명명하였다.
“LG전자에서는 새로운 마케팅의 일환으로 ‘WOW LG’를 기획했다. ‘WOW LG’는 듣기만 하던 음악에서 발전하여 손쉽게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웹사이트이다. 이 사이트에서 만들어진 음악은 자신만의 음악이 되는 것이다.”
디지털이 보편화되면서 이제 더 이상 문화 정보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분리되는 현상이 사라지게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생비자(Prosumer)라는 키워드가 이미 보편화되었다. 이제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생산과 소비의 결합을 넘어서서 디지털 창작에 있어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2033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음악/미술/문학 등의 창작 분야에서 디지털을 보다 적극적으로 이용하면서 생산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을 일컫는 용어가 바로 ‘창비자 혹은 창조적 소비자(Cresumer)’이다.
“한국여자들 다 왜이래? 다들 너무 날씬해! 아니 너무 말랐어” - 장기유학 후 귀국한 K양
한편 이들 세대에게 매스 미디어와 더불어 인터넷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면서 나타난 현상이 ‘나도 연예인(Star Wannabe)’이다. 과거에는 그냥 연예인을 흉내 내고 따라 하는 정도에 머물던 것이 이제는 스스로 자신을 연예인처럼 대중 앞에 연출하는 경향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즉 일반인들도 자신을 표현하는데 있어서는 결코 연예인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싸이월드나 블로그 같은 자기를 표현하는 디지털 수단들이 등장하면서 나타난 경향이다.
“80년대생들은 친구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서 편지나 카드를 만들어 보낸다.”
디지털이 보편화되면서 쉽게 복제되고 지워지고 대량생산되는 디지털 미디어 생활에 반항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메일이 아니라 직접 종이에 친필로 편지를 쓴다든지, 혹은 자신의 일기를 직접 종이와 펜으로 작성한다든지 하는 것이 그것이다. 중장년 층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디지털에 익숙해있는 20대초반의 세대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아날로그 향수 (Analogue Nostalgia)’ 현상은 디지털을 생활 속에서 항상 이용하면서도 디지털의 비인간적인 면에 대한 거부와 아날로그의 인간적인 측면에 대한 동경이 작용하여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당신은 아직도 영어권 문화만을 접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월드 시대의 원시인이다.”
개성지향 소비의 한 경향으로서 ‘제3의 취향 (The Third Taste)’을 언급하고자 한다. 제3의 취향이란 지금까지는 미국, 일본, 혹은 중국 등에서 들어온 패션/음식/ 문화 등을 소비하는데 그쳤다면, 최근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외국, 예를 들어 아프리카, 러시아, 그리스, 인도 등의 음식이나 패션 문화 등을 소비하는 경향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문화 취향의 다양화 혹은 개성적 소비의 한 형태로 설명될 수 있다.
한편 이번 연구를 담당한 LG애드 CS1팀 한창규 국장은 “이번 연구는 우리나라 소비자 트렌드를 직접 발로 뛰어 찾아낸 거의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며,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소비자층인 2033세대는 한마디로 ‘적극적이고 자유로운 삶 (Proactive & Free Lifestyle)’을 살아가는 자유개척자”라고 말했다.
취재/이병걸 기자 (windlee@korea-ad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