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28
자동차를 타게 되면서 겪는 풍경 중 하나가 바로 운전자와 '내비게이션' 간 실랑이입니다. 물론 기계와 인간이 진짜로 싸울 리는 없고요(말싸움할 정도까지 인공지능이 발달하진 않았죠^^;;). 내비게이션이 제안하는 경로가 생뚱맞을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나름의 알고리즘을 통해 실시간 정보와 합쳐진 정확한 안내 데이터겠지만, 인간의 경험적 지식(!)과 직감을 넘어설 순 없겠죠. 아, 넘어서는 게 아니라 ‘꺾을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요즘 내비게이션, 많이 좋아졌더라고요. 믿자고요. 우리.^^
글 | 류임상 미디어아트채널
<앨리스온>
아트디렉터(
nim2me@gmail.com)
에디터 | 이은정(
ejlee@jungle.co.kr)
앨리스온>
이렇게 내비게이션이(정확하든, 속을 썩이든) 차량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건 GPS(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 Global Positioning System) 때문인데요. 처음에 군사용으로 작전 시 위치 파악을 위해 개발한 것이 차후에는 민간 영역으로 도입돼 차량 등의 운송수단에 주로 쓰였습니다. 이 GPS가 최근 스마트폰 같은 개인용 디바이스에 적용되면서 그 활용 범위가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포스퀘어(Foursquare) 같은 위치기반 시스템이 좋은 예인데요. 포스퀘어는 특정 장소에 방문한 사실을 과시하고 싶은 인간의 심리를 잘 이해한, 단순하지만 기발한 아이디어였죠. 후에 등장한 여러 서비스들(아임인, 싸이월드 플래그 등)도 이와 같은 아이디어를 차용한 서비스입니다. 또 위치기반 시스템 애플리케이션은 사진 및 동영상 서비스에도 영향을 미쳐 단순하게 사진을 찍고, 나누는 개념을 넘어 ‘어디에서’ 찍었고, 그곳에서 찍은 다른 사진은 없는지 함께 조회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군사적으로 중요하게 쓰였던 기술이 사람들의 즐거운 경험에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 왠지 아이러니하게 느껴지는군요.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기 좋아하는 예술가의 시각에도 이 기술(GPS)은 충분히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가령 개인의 행동을 위치 추적해 마치 캔버스 위의 붓(혹은 물감)처럼 쓰는 시도라든지, 각 사용자의 예술적 행위(인터랙티브 작업에 참여한)를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 관람객과 공유하고 작업을 완성 시키는 등의 경험은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증폭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연주를 나누고 즐길 수 있는 smule사의 ‘Leaf Trombone’
이 프로젝트는 서울 문래동 곳곳의 소리 풍경을 소개합니다. 이 프로젝트를 감상하려면 애플리케이션 ‘spheresin mullae’를 앱스토어에서 내려받고(안드로이드 용도 있습니다) 내장된 GPS와 지도를 이용해 문래동 내의 여섯 개 지점으로 감상자가 이동해야 합니다. 각 지점에 가면 GPS 신호를 수신해 저장된 음악들이 자동으로 재생되는데요. 공간과 더불어 감상하게 되는 음악이 독특한 예술 체험 경험을 안겨줄 것입니다. GPS 수신이 안 되는 분들을 위해 각 지점에 QR code를 부착해 수동으로 재생할 수 있게 장치를 마련해 놨습니다. 이 ‘spheresin mullae’ 프로젝트는 문래동 3가 문래 철재 상가 반경 2km 내에서 7월 17일까지 진행되며, 저녁 7시 이후에 이용하는 것이 작업을 잘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라고 하네요.
사람의 움직임을 그대로 기록해주는 GPS 신호. 얼마 전 애플의 아이폰이 사용자 동의 없이 위치기반 정보를 수집했다고 해서 큰 논란이 있었는데요. 이러한 기술이 감시 사회의 초석이 될지, 아니면 사람들을 하나로 잇는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될지는 아직 결론 내릴 수 없을 듯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이 더 인간답게 그리고 우리에게 보다 긍정적으로(혹은 부정적인 요인을 경계하게) 쓰일 수 있도록 예술가들은 세상 곳곳에서 상상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예술의 격변기에서 그 현상을 지켜 보고 있고요. 터치 몇 번이면 누구라도 쉽게 경험할 수 있도록 말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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