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22
스콧 폴스톨의 사임 소식에 더불어 그의 역할과 책임을 누가 맡아 나갈지에 대한 부분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그 동안 스콧 폴스톨이 담당했던 부분은 크게 운영체제(Operating System)와 휴먼 인터페이스(Human Interface) 부분인데, 전자는 크레이그 페더리기(Craig Federighi)가 모바일과 데스트탑의 운영체제를 함께 맡게 되고 후자인 휴먼 인터페이스는 조나선 아이브 (Jonathan Ive)가 맡게 되었다. 조나선 아이브는 기존의 제품 디자인에 추가적으로 휴먼 인터페이스를 맡게 됨으로 해서 애플의 디자인 전반을 책임지게 되었다. 애플은 제품 디자인과 함께 휴먼인터페이스에 있어서도 조나선 아이브 한 사람에게 많은 책임을 부여 했다. 기존의 제품 디자인과 휴먼인터페이스 디자인이라는 양분된 축에서 조나선 아이브 를 중심으로 하나의 축으로 통합된 만큼 애플의 UI, UX 디자인이 어떤 식으로든지 변화될 것으로 많은 기사들이 관측하고 있다.
에디터 | 정승호 객원기자 (inchicago@naver.com)
조나선 아이브와 애플
조나선 아이브는 영국 출생으로 영국의 디자인 회사 탠저린에서 1992년 애플의 디자인팀으로 옮긴 이후 10여년간 애플 제품의 디자인을 담당했다. 애플의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만들었던 아이맥과 파워맥, 아이팟, 아이폰까지 최근 애플의 모든 제품 디자인을 이끌어 온 애플의 핵심이었다. 그의 디자인에 대하여 호불호가 나누어지고 모든 제품들의 디자인이 일반적인 관점에서의 성공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스티브 잡스의 한결 같은 지원과 관심 속에 디자인 작업을 지속적으로 한 점으로 미루어 확실히 조나선 아이브는 애플의 디자인에 있어 중요한 사람임에는 틀림 없어 보인다.
이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조나선 아이브가 휴먼인터페이스를 어떻게 변화시켜 선보일지에 대한 부분이다. 디테일 하게는 지금까지의 스큐어몰피즘 대신 조나선 아이브가 어떤 비주얼, 어떤 룩앤필(look and feel)을 적용할지, 크게는, 이를 통해 어떠한 사용자 인터페이스, 사용자 경험을 보여줄 지에 대하여 많은 기대가 있다. 언제쯤 그의 디자인 철학이 반영되고, 변화된 UI와 UX 를 만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 나갈지 예측해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그 동안 조나선 아이브의 디자인 결과물들과 몇몇 인터뷰에서 밝힌 디자인에 관한 그의 생각을 통해 앞으로 애플 휴먼 인터페이스의 변화에 대해 예측해본다.
단순함, 디테일의 디자인
조나선 아이브의 디자인을 요약하면 단순함과 디테일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되어 왔고 앞으로 그가 이끌어갈 휴먼인터페이스 역시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변화될 것이라 생각된다.
지난 5월 기사작위를 받은 후 영국 텔레그래프지 Telegraph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조나선 아이브는 인터뷰 중 디자인과 관련해 단순함(simplicity)을 많이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Simplicity is somehow essentially describing the purpose and place of an object and product.”
“단순함은 그냥 본질적으로 어떤 사물과 제품이 위치해야 할 곳과 용도에 맞게 묘사하는 것이다.”
그의 디자인 결과물과 인터뷰에서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본다면 조나선 아이브에게 용도, 목적, 의도에 적합하도록 단순화 하는데 디자인의 가치를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애플의 디자인을 이야기 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미니멀리즘, 단순함 들은 이러한 조나선 아이브가 지향하는 본질적인 가치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또한, care 라는 표현으로 디테일에 대한 강조를 많이 했는데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It's the 'finishing the back of the drawer' - you can argue that people will never see it and it's very hard to, in any rational sense, describe why it's important but it just seems important.”
“서랍의 뒷부분까지 마무리 짓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절대 보지 않을 것이고, 보기도 힘들것이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 어떤 합리적인 견지에서도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중요한 부분이다.”
아이폰뿐만이 아니라 애플의 제품을 써 본 사람은 누구나 경험해 보았겠지만 애플 제품에서 보이는 디테일의 힘은 단순히 뭔가를 덧붙이는 “장식”의 수준이 아닌 사용자에게 새롭고 특별한 경험을 주는 방식으로 제공되고 있다.
또한, 그는 재료가 가진 본질을 구현하는데 있어 많이 집중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플라스틱이 가지는 시각적 성질을 극대화한 아이북, 아이맥부터 G4 큐브와 알루미늄을 이용한 유니바디(unibody) 디자인이라 불리는 최근의 파워북까지 재질이나 재료에 대한 집중은 이러한 단순함과 디테일에 대한 또 다른 디자인 방식을 보여주는 예가 될 것이다
.
이와 같이 조나선 아이브의 이야기와 그의 작업들에서 강조하는 단순함과 디테일, 그리고 이것들을 통해 불필요함의 제거, 합목적성, 사용성, 감성까지 전달하는 디자인의 방식들은 인터페이스요소에서 사용자에게 주고자 하는 내용과 일치한다. 이런 관점에서 조나선 아이브는 그의 디자인에 관한 정의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간 다소 과장스러웠던 스큐어몰피즘 기반의 휴먼인터페이스를 간결하고, 단순하게 재정의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드웨어 디자인과 인터페이스 디자인의 일관성
한편으로 예측 할 수 있는 부분은 하드웨어로 표현되는 제품외관과 소프트웨어에서의 휴먼인터페이스의 디자인의 일관성을 유지할 것으로 생각된다. 단순히 기존의 과하게 표현된 UI 의 형식에 대한 반작용으로서가 아닌, 스티브 잡스와 애플 디자인의 철학을 지금까지 가장 성공적으로 유지한 조나선 아이브가 선택할 가장 유력한 방향이 아닌가 한다.
또한, 겉과 속, 내장과 외장, 본질과 형식, 스타일과 아이덴터티 등과 같은 이분화된 디자인의 표현 영역에서 사람들에게 일관된 경험을 제시하고 이에 익숙해지게 하기 위해서 통합을 기본으로 하는 디자인의 방향성은 (이러한 방식이 좋고 나쁨을 떠나) 효과적인 디자인 전략이기도 하다. 이러한 방식을 이미 애플은 사용을 해왔다.
사진4의 좌측은 조나선 아이브가 1999년에 출시된 아이북(ibook)으로, 다시 애플로 돌아온 스티브 잡스를 구원해준 제품이다. 이 제품은 반투명하고 블루, 엘로우와 같은 캔디컬러를 가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고 조나선 아이브의 첫 성공작이라 꼽힌다. 이러한 제품의 룩앤필과 일관성있게 만들어진 OS가 바로 2000년에 소개된 OS X 로 일명 아쿠아 AQUA테마라 불리우며 한때 인터넷의 UI 부터 파워포인트의 아이콘으로 한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었던 형식이다.(사진 4 오른쪽 )
또한, Mac OS X 10 panther 의 경우 2005년 출시된 G4 파워북, 파워맥 등에서 쓰인 알루미늄의 재질의 브러쉬드 메탈 brushed metal 의 룩앤필을 차용하여 UI에 적용했다.(사진 5)
이런 UI의 영향은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애플의 UI 곳곳에 남아 있다. 이처럼 외관과 인터페이스에 있어 일관되고 통합된 적용에 대한 시도는 이미 오랜 전부터 있어왔고 이에 대한 성공의 공식이 이미 조나선 아이브에 있기 때문에 다시 한번 iOS 를 비롯하여 다른 제품의 휴먼 인터페이스에 적용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인다.
UI, UX 의 점진적인 개선
조나선 아이브가 디자인한 10년간의 제품을 되돌아 보면 새로운 플랫폼을 바탕으로 디자인되는 1세대 제품의 경우 기존의 제품과는 차별화가 뚜렷히 나타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기대하는 수준에 부합하지만 그 이후 한동안 디자인에 대한 변화는 천천히, 하지만 조금씩 더 정제되고 발전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사진 6처럼 아이폰의 디자인은5년의 시간동안 4번의 디자인 변경을 하면서 획기적이고, 이전 모델을 완전히 변화 시키는 것이 아닌 기존의 모델을 다듬고, 개선하고, 완전한 형식으로 만들어 나가는 방식을 취해왔다.
늘 새로운 형식이어야만 혁신이라고 생각하는 사용자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런 디자인의 변화겠지만, 아이폰을 오랫동안 써보면서 진화하는 디자인을 경험해 본 사람은 이러한 조나선 아이브의 디자인이 주는 사용자 경험의 혁신을 좋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혁신에 대한 관점의 차이일 수는 있겠지만 이전 모델과 전혀 다른 형식의 디자인을 추구 하는 것이 디자인 혁신에 대한 정답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조나선 아이브에게 있어 디자인은 “잘못된 것을 개선하고 더 나은 것을 만드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5월 런던 이브닝 스탠다드(London Evening standard)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제품 개발에 대한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좀 더 나은 것을 디자인하고 만드는 것이 목표이고 좀 더 낫지 못하다면 실패한 것” 이라고 대답했다. 또한, 위대한 디자이너란 어떠해야 하는 질문에서 그는 “잘못된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탐구 하는 것” 이라고 답변했다. 이런 그의 답변을 통해 그의 디자인 바탕에는 갑작스럽게 변화되고, 새로운 것 보다는 잘못된 것에 파악하고 좀 더 낫게 만들어 가는 가치에 더 많은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관점에서, 조나선 아이브가 선보일 UI,UX는 기존과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급하게 보이기 보다는 그가 제품 디자인에서 그랬던 것처럼 현재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이를 서서히 개선하는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을까 판단된다.
UI, UX 변화의 관점과 기대
이상과 같이 조나선 아이브의 디자인과 그의 인터뷰에서 얻어진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앞으로 변화될 애플의 UI, UX 의 방향을 예측해보았다. 그간 조나선 아이브가 제품 디자인을 통해 사용자에게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제공하고, 애플의 혁신과 성공에 있어 많은 부분을 이끌어 온 것처럼, 그가 만들어낼 휴먼 인터페이스의 변화가 또 다시 애플만의 스타일로 혁신과 성공을 가져올지, 아니면 반대의 결과를 가져올지를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이러한 흥미로움의 중심에는 어떠한 형식의 변화, 그래픽의 변화, 메타포(은유)의 변화가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디자인을 통한 혁신’ 과 ‘디자인 가치’를 만들어온 애플과 조나선 아이브가 어떠한 사용자 경험을 가져올지에 대한 관심이 디자이너들에게는 더 중요한 관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UI, UX 를 디자인하는 한다는 것은 단순히 시각적 형식을 제공 하는 아니라, 그것들을 통해 사람들의 인터렉션이, 사용자의 경험이 변화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중요한 시발점이 되는 작업이다. 조나선 아이브 역시 이러한 중요성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디자이너에게 형식의 변화도 중요한 관점이겠지만 그러한 형식의 변화를 통해 조나선 아이브가 어떠한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 나가는지 지켜 보는 것 또한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