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28
사용자 경험디자인(User Experience Design)의 핵심은 사용자의 행동심리를 반영하여 결국은 의도했던 액션을 취하도록 유도해내는 것이다. 물건을 더 쉽게 사도록 간결한 쇼핑경험의 경로를 디자인 할 수도 있고, 자연재해를 입은 곳에 수혜자를 돕기 위해 즉각적인 모금액션을 유도하는 효과적 경로를 디자인 하는 것을 예로들 수 있다. 대중의 심리를 디자인의 설득적 도구로 활용해 그들의 판단이나 행동을 특정 방향으로 몰아가는 개념자체가 자칫 비윤리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 그 어떤 미디어보다 더 강한 전파력을 가진 웹이나 모바일에 이러한 심리적, 과학적인 디자인을 접목했을 때, 그 영향력은 가공할 만하다 할 수 있다.
디자이너로서 그리고 제작자로서 설득성의 두 가지 성향, 윤리와 비윤리적인 측면을 어떻게 프로젝트에 적용시킬지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미디어를 통해 대중을 설득하는 성향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먼저 역사적 측면에서 초기에 어떤 경로를 통해 이 설득형 디자인(Persuasive Design)이 한 분야로 자리잡게 되었는지 알아보자.
글 ㅣ 신지원 객원기자(newyorkjeewon@hanmail.net)
웹 상에서 UX디자인에 설득형 디자인(Persuasive Design)이 접목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보통 UX디자인이 클라이언트의 사업목표를 토대로 경쟁사 구도와 타겟 사용자의 분석 등을 통해 제시하는 정보설계(Information Architecture), UI 디자인, 비주얼 디자인 등의 공정에 의한 논리적 골격을 형성하는 분야라고 한다면, 설득형 디자인 은 그 골격에 감성을 불어넣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즉, 타겟이 되는 사용자의 심리와 성향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원하는 목표지점까지 도달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거나 욕구를 자극하는 등의 영향력 패턴(Influence Pattern)을 디자인하는 범위가 설득형 디자인에 포함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설득형 디자인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전쟁 시 정치적 이유로 대중의 인지력을 조작하고 동요시키기 위해 사용된 정치적 선전(宣傳) 또는 프로파간다(propaganda)에서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 프로파간다가 최초로 대규모적 스케일로 조직화되어 실시된 예는 1914년 1차 대전 발발 시, 영국과 독일정부가 비공정, 의도적으로 생략 혹은 선별된 정보를 선전에 이용한 것이었다.
이는 대중의 이성과 지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는 방법으로 전쟁의 정당성을 자국민에게 호소하거나, 자발적인 징병을 유도하거나, 적군에 대한 혐오감을 조성하는 메세지를 매스미디어로 전달한 것이다. 이와 같은 선별된 정보로 세론을 조작하는 성향은 2차 세계대전, 러시아 혁명, 냉전시대에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직간접적으로 대중의 의식과 무의식 속에 만연하게 퍼진 편협적 선전의 사례를 주변에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프로파간다를 정의하는 것은 애매모호 할 수 도 있다. 미국 휴스턴 대학교수, 카트 조웻(Garth Jowett) 박사와 몬타나 주립대교수, 빅토리아 오도널(Victoria O'Donnell) 박사의 1986년 공동저서, 프로파간다와 설득(Propaganda and Persuasion)에서 정의 내린 바로는 프로파간다는 고의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중의 인지력을 조작헤 주도자가 의도한 바에 따르도록 직접적인 반응을 유도하는 것이라 전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리처드 앨런 낼슨(Richard Alan Nelson) 또한 프로파간다는 체계적인 형식을 갖춘 의도적인 설득적 방법들을 사용해 특정한 정치적 이데올로기나 상업적 성향을 가진 대중들의 감정, 태도, 여론, 행동 등에 심리적 영향을 미치도록 사실 입각과 상관없는 메세지를 대중매체를 통해 전파하는 것이라고 정의 내렸다.
관련 학자들에 의하면 정치적 혹은 상업적 선전에 사용되는 프로파간다 테크닉은 50여가지에 다다르며, 그 메세지의 출처와 속성에 따라 3가지로 종류로 구분되기도 한다. 검증된 사실을 기초로 약한 강도의 설득성을 이용하는 ‘백색선전(White Propaganda)’, 출처를 철저히 위장시켜 상대를 교란시키는 형식을 취하는 ‘흑색선전(Black Propaganda)’, 처음부터 허위된 정보를 믿도록 조작하는 ‘회색선전(Gray Propaganda)'이다. 프로파간다는 극단적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시민적 선전등과 같이 공중위생, 공공안전, 교통 안전이나 범죄 방지, 시민 단체의 운동 등 시민의 이익을 위해 긍정적인 액션을 유도하는 곳에 선용될 수 도 있다.
전쟁 시 정치적 선전을 위해 사용되었던 프로파간다 테크닉들이 산업혁명 이후에는 대량생산된 상품들을 팔기 위한 기업간의 판매경쟁 구도에서 필요했던 홍보, 선전과 마케팅이라는 분야로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왔다. 현대사회로 접어 들면서부터 이 테크닉들은 더욱더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는 가운데 설득형 디자인은 하나의 분야로 정착되기 시작했다.
80년대에는 사회심리학(Social psychology)와 환경심리(Environmental psychology) 분야가 설득형 디자인의 기반을 다지는데 큰 역할을 했다. 마케팅이 의도적으로 부여하는 설득적인 메세지(Persuasive Message)에 반응하는 소비자들의 행동심리와 주변환경 혹은 인간이 만든 인공적 환경이 소비자들에게 끼치는 영향력 등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와 연구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미국 아리조나 주립대의 심리마케팅 교수였던 로버트 찰디니(Robert Cialdini)는 부동산 에이전트, 중고차 세일즈맨, 발로 직접 뛰어다니는 영업인(Door to door salesmen), 텔레마케터, 대외홍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회사들의 리얼 라이프 노하우(Real-life Know-how)를 직접 관찰하고 분석하여 1984년경 ‘The Psychology of Persuasion’이라는 책으로 발간했다. 이 책에는 호혜적 상호관계로서 무료샘플을 받은 사람들은 그 보답으로 제품을 구입하게 되거나, 대중심리 즉, 사회의 다수가 인정하는 아이디어를 따라가게 되어있다든지, 정치적,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들에게 복종하게 된다거나, 희귀성 가치가 있는 것들에 대한 열망, 한정 판매되는 제품에 대한 구입 심리 등의 영향력 있는 설득형 마케팅(Persuasive Marketing)에 대한 원칙들을 종합했다.
환경심리학자, 파코 언더힐(Paco Underhill)은 상품판매의 촉매역할을 하는 분위기나 환경조성의 중요성을 상품의 경제적 가치 못지않게 강조했다. 예를 들어 한 책 서점 주인이 제아무리 최고의 상품가치가 있는 책을 확보해 있더라도 서점의 환경이 낙후되거나 장르별로 정리된 디렉토리도 없는 환경이라면 손님의 지갑을 열수 없을 것이라 했다. 서점의 문을 열고 들어온 그 시점부터 본격적인 쇼핑의 경험은 시작된다. 전체적으로 품격 있는 인테리어, 신간을 하이라이트하는 조명, 알아보기 쉬운 디렉토리와 사인, 경쾌한 음악, 쉬면서 커피 한잔할 수 있는 공간 등의 환경적 요인들의 마케팅 방법이 결국 판매로 이어지는 것이다.
참고문헌
『Propaganda & Persuasion 』 by Garth S. Jowett, Victoria J. O'Donnell
『Influence: The Psychology of Persuasion』 by Robert B., PhD Cialdini
『Why We Buy: The Science of Shopping--Updated and Revised for the Internet, the Global Consumer, and Beyond』 by Paco Underhill
참고링크
Wikipedia l Propaganda(http://en.wikipedia.org/wiki/Propagan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