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디지털영상 | 리뷰

'武'가 아닌 '舞' - 매트릭스의 액션 속으로

2003-05-06

지난 1999년 상영돼 공상과학 액션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매트릭스(The Matrix)”… 그 영화의 속편들, “매트릭스: 리로디드 (The Matrix: Reloaded)”와 “매트릭스: 레볼루션 (The Matrix: Revolutions)”이 각각 이달 중순과 오는 11월에 극장가에 나타날 예정이다.

벌써부터 설레는 것은 전편의 스타일 있는 액션 시퀀스와 완벽한 비주얼이펙츠로부터 받은 인상이 4년이 다 된 지금까지 퇴색되지 않고 생생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역시 날아오는 총알과 그를 피하는 키아누 리브스(Keanu Reeves)의 슬로우모션 액션 장면이다 (그림 1).

지금 보아도 “와우!”가 절로 나오는 이 “플로모(Flow-Mo)” 효과는 실상 홍콩 영화 팬으로서 존 우(John Woo) 감독의 “영웅본색”과 그 주인공 주윤발을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 연출법이다. 총알이 난무하는 가운데로 스타일 있게 걸으며, 머리칼 하나 흩트러뜨리지 않은 채 적들을 명중시키는… 한마디로 “Co~ol”한 영웅적 주인공에 익숙하며 그를 묘사하는 방법으로서의 슬로우모션의 위력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트릭스”의 연출이 보다 강하게 각인되었던 이유는 액션 자체가 하나의 춤과 같이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는데다 카메라 연출의 완벽성이 감탄할 만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액션 연출의 핵심에는 “불렛타임(Bullet Time)”이라 부르는 비주얼이펙츠가 있다. 이미 1999년 아카데미 비주얼이펙츠 부문 최고상을 받았던 불렛타임” 효과. 기대되는 후속편의 비주얼이펙츠와 함께 다시 살펴본다.

“불렛타임”은 원래 “매트릭스”의 감독인 워쇼스키 형제 (Wachowski Brothers: Larry and Andy Wachowski) (그림 2)가 보통 영화 이미지로서는 표현할 수 없는 특정 대결 장면을 가리킨 데서 비롯되었지만 현재는 비주얼이펙츠 수퍼바이저 존 가에타(John Gaeta) (그림 3)가 그 대결 장면을 시각화하기 위해 개발한 비주얼이펙츠 효과까지를 총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배우의 액션을 스틸카메라를 사용해 촬영한 뒤, 그 사진 이미지를 컴퓨터로 애니메이트하는 것으로 정교한 비주얼 효과와는 달리 그 원리에 있어서는 19세기 중엽 지도제작자들이 사용했던 포토그래머트리 (Photogrammetry)에 전통적인 셀 애니메이션을 더한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불란서의 지도제작자 아이메 로세다 (Aimé Laussedat)가 파리 지형을 보다 상세하게 그려내기 위해 개발한 포토그래머트리는 고공에서 찍은 사진 (2D) - 당시에는 은판사진( Daguerreotype) 카메라를 연에 달아 하늘에 올려 촬영한 사진 - 에 삼각함수 알고리즘을 적용해 지형의 위치와 높고 낮음을 입체적으로 (3D) 생성해내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1990년대에 이르러 두개의 평면 사진을 모핑(Morphing: 1982년 시그래프에서 처음 선보였으며 한 형체에서 다른 형체로 변형하는 기술로 “매트릭스”에서 에이전트들이 타인의 몸을 빌어 다시 태어날 때 이용되었다) 해 3D 지오메트리 모델을 생성해내는 디지털 이미지 기술로 진보하면서 (디지털 포토그래머트리) 현대에 가장 자주 사용되는 비주얼이펙츠로 자리잡았다.

“불렛타임”은 우선 프리비주얼라이제이션을 통해 프레임에 들어갈 인물 및 오브젝트의 액션 및 위치, 카메라 각도 등을 세밀하게 맵핑하는데서 시작한다. 이때 스토리보드는 액션의 연출과 카메라의 위치를 결정하는데 주요한 자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림 4).

프리비즈에 대한 감독의 승인이 떨어지고 배우의 액션 연기가 완성단계에 이르면 (쿵후 연기 지도는 와호장룡의 무술감독 옌우핑이 담당했다) 그린 스크린을 배경으로 “불렛타임” 효과에 쓰일 배우의 액션 촬영이 시작되는데 360도 각도로 촘촘하게 설치된 총 120개 스틸 카메라가 “큐” 신호와 함께 초당 1만2천개 프레임을 쏟아내며 와이어 장비를 걸치고 무용에 가까운 액션을 연기하는 배우의 움직임을 자세하게 기록하게 된다 (그림 5).

이렇게 기록된 액션 이미지는 초고해상도 스캐너를 통해 전통적인 애니메이션의 셀과 같은 스틸이미지로 컴퓨터로 불러들여져 역시 셀 애니메이션과 같은 원리로 “매트릭스”의 액션 스타일, 예를 들어 오프닝 씬에서 보여지는 트리니티 (캐리-앤 모스 분)의 공중발차기 (정지 화면 및 슬로우모션 – 많은 프레임이 이용된다) 또는 에이전트의 총알피하기 액션 등을 시뮬레이트하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불렛타임”은 가에타의 말대로 “실체를 이용한 완전 셀 애니메이션” 효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의 복잡성에 있어서는 사뭇 다르다. 불가피하게 찍힌 스틸카메라와 배우가 걸친 와이어를 각 사진에서 제거하는 클린업 작업, 그린스크린 대신 디지털 배경을 넣는 디지털 이미징 합성 작업 등은 실체가 이용된 프레임들이기에 셀 애니메이션의 수정 작업과는 그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후속편은 등장인물이나 액션의 구성, 스토리가 전편의 복잡성을 능가한다고 해 벌써부터 화제다. 주인공 키아누 리브스는 “전편이 ‘걷는’ 거라면 후속편들은 ‘체조’와 같다”고 후속편의 액션을 표현하고 있는데… 사실 전편의 마지막 장면을 생각하면 당연한 얘기다. 에이전트 스미스와 대결하다 죽은 네오가 트리니티의 키스를 받아 “더 원(The One)”으로 다시 태어났고 매트릭스를 초월하는 가공의 힘을 가지고 총알마저 멈추게 하는 존재가 됐었다. 그리고 그 가공의 힘 앞에서 에이전트 스미스는 말 그대로 “산산이 흩어진” 존재가 돼버렸었지 않은가?

그런데 에이전트 스미스는 “매트릭스 리로디드”에서 다시 나타난다. 한 사람이 아니라 이번에는8개, 24개, , , 100개 이상으로 자신을 복제하는 일종의 매트릭스 바이러스로서 네오와 대적하는 가공의 존재로 나타난다 (그림 6). 그리고 이들의 대결 씬 연출은 “매트릭스 리로디드” 비주얼이펙츠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 이펙츠팀에 의해 “벌리브롤(The Burly Brawl)”이라 명명된 이 대결 장면은 1:1이 아니라 1:100의 대결 씬으로 철저한 맵핑이 앞서야 하는 “불렛타임” 기술로는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수년이 걸릴 수 있는 실상은 불가능한 작업이었다.

가에타는 이를 버추얼 카메라를 통한 “버추얼 시네마토그래피(Virtual Cinematography)”를 통해 실현해보기로 선택한다. 물리법칙을 초월해 존재하는 네오의 움직임을 잡아내기 위해서는 각도 및 속도, 위치 등을 자유자재로 변경할 수 있는 버추얼 카메라야말로 최적의 수단이라는 판단에 의해서였다. 이 카메라는 세트 안의 모든 물체와 그 주변은 물론 어떤 각도에서 어떤 물체가 가려지는지도 파악할 수 있도록 코드되어 있어 일단 세트가 입력되고 나면 액션의 패스 및 카메라 각도를 실제 세트와 마찬가지로 쉽게 변경할 수 있다.

“벌리브롤”에서 네오와 에이전트 스미스는 각각 실제 키아누 리브스와 휴고 위빙이 나타나 몇 마디를 서로 주고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곧 대결장면으로 이어지는데 이 장면들은 캐릭터는 물론 카메라, 조명, 배경까지가 모두 버추얼카메라로 통제된 완전 CGI 시네마토그래피라고 전한다. 또한 이 장면에 등장하는 디지털 네오 및 에이전트 스미스, 배경 및 기타 모든 요소들이 전혀 CGI(Computer Generated Image)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사실적이기까지 하다고 한다.

자칭 “유니버설 캡처(Universal Capture)”라 부르는 과정을 통해 극사실적인 재현을 이루어내고 있기 때문이라는데… 비주얼이펙츠팀이 개발한 이 시스템은 실제 물체를 샘플링하는 이미지 기반 렌더링 (image-based rendering)에 기초한 것으로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초당 1GB의 비디오카메라에 잡힌 이미지 데이터를 컴퓨터에 저장한 다음 특정 알고리즘을 사용해 각 픽셀의 위치를 지정하고 그 픽셀들을 추적해 3D 지오메트리에 재위치시키는 기술이다. 그러니까 컴퓨터 지오메트리에 실제 비디오 정보를 그대로 입혀버린다는 얘기다 (그림 7).

놀라운 것은 이 비디오 카메라의 해상도다.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은 물론 피부의 핏줄의 변화까지도 그대로 잡아내 초당 1만2천 컴퓨터 데이터로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데이터는 곧바로 3D 지오메트리에 입혀지게 되는데 이 지오메트리가 25 마이크론 (곰팡이 분자의 직경)까지 잡아내는 초고해상도 스캐너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한마디로 사람 눈보다 훨씬 세밀하게 실제를 포착해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지오메트리에 덮어 실제감을 재현한다는 거다.

2002년 완전 CG 영화 “파이널 판타시(Final Fantasy)”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배우가 사라질 날이 도래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수근거렸었다. 얼굴 표정의 묘사나 움직임 표현에 있어 배우를 대체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어보였지만 테크놀러지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시대이니 말도 안돼는 얘기는 아니었다.

“매트릭스”의 속편들이 버추얼 시네마토그래피의 수준을 어디까지 끌어올렸는지는 영화를 직접 보아야 확인될 문제다. 하지만 실제 배우의 정교한 사진 정보를 그대로 입힌 디지털 캐릭터라고 하니 이번에는 정말 진지하게 배우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벌리브롤” 대결 장면에서 리브스와 위빙의 연기는 소니 HDW-900 비디오 카메라 앞에 앉아 갖가지 얼굴 표정을 짓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에이전트 스미스들의 액션은 수많은 검은 벨트 쿵후 유단자들의 모션을 캡처한 데이터에다 검은 양복과 위빙의 얼굴만을 입힌 결과며 춤추듯 움직이는 네오 역시 몇몇 움직임을 제외하고는 모두 CGI라고 한다.

그런데 그 CGI가 실체와 구분이 되지 않을 만큼 똑같다니... 그렇다면 모르피우스 (Morpheus: 로렌스 피시번 분)가 말하는 현실이 아닌 드림월드(Dream World) 매트릭스는 2199년이 아니라 이미 현재 우리 눈 앞에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만일 그렇다면 매트릭스 = 비주얼이펙츠(?)라는 얘기인데... 어쩌면 모르피우스가 가르치듯 “Free my mind”를 해야만 할 지도 모른다. 속편들을 직접 보면 확인이 되겠지.

All Images: Copyright 2003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facebook twitter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