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디지털영상 | 리뷰

맛과 멋을 더한 비하인드 CG 스토리

2005-09-13


안녕하세요, 이번 가을부터 새롭게 “영화 CG 스토리” 컬럼을 맡게 된 김금영입니다. 이 컬럼을 통해 평소 영화 그래픽에 관심을 가졌던 분들에게 신나고 맛깔나는 영화 그래픽의 세계를 보여드리게 되었습니다.

요즘 나오는 거의 모든 영화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크게든 작게든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가 비용 절감입니다.
예를 들어 전투기 하나 날리려면 고액의 대가를 지불해야 할테니까요. 그리고 위험부담의 감소를 들 수 있습니다. 고공비행이나,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장면, 폭파 장면 등은 스턴트맨의 생명에 위험을 줄 수 있습니다.
아티스트의 관점에서 본다면 무한대로 표현 가능한 창조의 매력을 들 수 있겠습니다. 실제 카메라로는 불가능한 다이나믹한 컴퓨터로 창조된 카메라 무빙, 실존할 수 없는 생물의 창조 등 한계를 뛰어넘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완성했을 때 200% 성취감을 맛볼 수 있습니다.

블록버스터 영화는 사실 그 내용보다는 흥행성적이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개봉 후 한달 동안 한국영화 점유율(서울관객기준)이 71%를 기록한 “웰컴투 동막골”은, 2000년 이후 동기간의 점유율 중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태극기 휘날리며’가 개봉했던 지난 2004년의 82%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인 것입니다.
이번 작품의 성공이 현란한 CG에 있지는 않지만, 제작비를 절감하고 맛과 멋을 더해 영화의 완성도를 뒷받침하고 있어 영화CG의 한 모범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500컷도 넘는 그 많은 CG장면을 연출했을까요? 이번 회를 포함, 총 2회에 걸쳐 동막골의 주요 장면을 예제로 작업과정을 알아보겠습니다.

>> 프리비주얼라이제이션 (Pre-Visualization, 이하 PreViz.)
헐리웃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활용되어 오다, 그 실효성을 인정받아 국내에서도 최근 영화를 찍기 전 컴퓨터로 미리 장면을 시뮬레이션 해보는 PreViz 컨셉이 도입되었습니다.
PreViz.는 촬영 전 머리 속에만 있던 생각들을 실제로 구체적으로 컴퓨터로 구현해 봄으로써 같이 작업하는 사람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결론을 끌어내 최상의 컷을 비교적 단시간에 촬영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 팝콘씬 I 제작과정
TV나 인터넷 광고의 트레일러를 통해 많이들 보셨죠? 푸른 하늘로 두둥실 떠오르던, 꽃처럼 피어나는 팝콘들.. 물론 실제로 옥수수 알갱이를 하늘로 터트려 올리긴 힘들지요. 여기서 영화 CG의 힘이 발휘됩니다.

작업 초에는 이 장면을 모두 3D로 만들려고 했지만, 화면 중앙을 크게 차지할 옥수수를 3D로 만들기엔 위험부담이 컸습니다. 옥수수 알갱이가 팝콘이 되는 과정의 애니메이션 자료도 많이 부족했구요.
결국 크게 들어가는 옥수수는 촬영하고, 뒤에 자잘하게 깔릴 옥수수는 촬영된 팝콘 애니메이션을 참조해서 3D로 여러 다른 모양의 옥수수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참고로 3D 프로그램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영화에서는 주로 커스터마이즈가 용이하고 기능이 다양한 마야를 선호합니다.)

먼저 블루스크린에 옥수수 알갱이를 대고 열을 가해 팝콘이 되는 부분을 고속촬영 장비인 액션마스터로 찍습니다. 이건 화면 중앙에 크게 들어가는 주인공 옥수수가 됩니다.
합성 프로그램인 Shake나 After Effects로 배경의 블루 매트를 없애고 그 뒤로 자잘하게 들어가는 옥수수는 3D에서 만들어서 올립니다. 컬러나 애니메이션도 역시 Shake에서 맞춰 나갑니다.

>> 팝콘씬 II 제작과정

컴퓨터 그래픽은 화려한 비쥬얼을 중심으로 CG인 것을 드러내 놓고 보여주는 것이 있는가 하면, 이게 CG인지 실제 촬영한 것인지 모르게 실제와 똑같이 만들어내는 방식이 있습니다.
위의 팝콘이 눈처럼 내리는 일명 “팝콘눈”씬은 후자가 됩니다. 팝콘을 촬영 당시 지붕 위에서 뿌려 촬영했지만, 바람이 제대로 불지 않아 오른쪽이 비어 보이게 촬영 되어 컴퓨터로 오른쪽 화면의 빈 부분을 채워주는 작업이었습니다.
아예 팝콘이 없었다면 CG로 눈속임이 쉬웠겠지만, 이미 촬영된 팝콘의 움직임이나 사이즈, 컬러, 바람의 방향 등 모든 것을 반영해서 실제 찍힌 것과 똑같이 만들어 3D 팝콘을 섞어 놓아도 어느 것이 실제인지 어느 것이 CG인지 모르게 하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팝콘 하나 하나 만들어 애니메이션 했나고 물어보는 순진한 후배에게 농담으로 그렇다고 했더니 존경스럽게 처다보더군요.
이렇게 많은 오브젝트가 비슷한 운동 방향으로 움직일 때는 파티클이라는 기특한 놈을 활용합니다. 마야에서 여러 모양의 팝콘을 ,약 3~4 종류의, 모델링해서 만들고, 다이나믹으로 파티클을 생성해서 인스턴스 했습니다.
다이나믹을 쓸떄는 실제와 똑같이 만들어 내기 위해서 수치값을 조금씩, 아주 조금씩 올리고 내리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며 테스트해야 되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고, 인내심이 요구되는 작업 과정입니다.


동막골 영화 전체를 통틀어 디지털 사람 캐릭터가 나오는 유일한 장면으로, 마을을 공격하기 위해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군인들 장면 입니다. 깜깜한 밤에 배우들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 오는 장면을 찍기란 힘들죠. 우선 화면 중앙에 크게 나올 군인 역할의 배우를 와이어에 달아, 내려오는 장면을 블루 스크린에서 찍고, 배경은 매트 페인팅해서 마을 전경을 만듭니다. 그 뒤로 보이는 군인들은 3D로 만들어졌습니다.

실제 낙하산에서 떨어지는 사람을 참조로 애니메이션하고, 조명은 마야에서 키 라이트를 실제 군인 찍었을 때와 같은 조명의 위치에 두고, 푸른 기운이 돌도록 라이트 컬러를 맞춰 밤 조명을 세팅했습니다.
감독이 캐릭터가 드러나지 않기를 원해서. 캐릭터 동작이 다 보이면서 동시에 도드라지게 드러나지 않게 라이트를 맞추는게 중요했고, 강도가 약한 3~4개의 라이트를 캐릭터 주위에 배치함으로써 마무리 될 수 있었습니다.

>> 절벽씬

매트 페인팅은 영화 작업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많이 쓰이고, 작업자의 감각에 따라 비쥬얼의 승패가 결정됩니다.
개인적으로는 동막골 매트 페인팅 장면 중 가장 잘 된 장면이라 생각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장면은 인민군 장교인 수하가 살아남은 장병들을 이끌고 적군을 피해 도망가는 장면입니다.
강원도 평창에서 촬영된 절벽씬은 절벽 아주 아래, 떨어져도 다치지 않을 높이에서, 촬영해서 매트 페인팅으로 아주 높은 절벽 위를 걷는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위 예제 그림에서는 단지 몇 차례의 작업 과정을 보여 드렸지만, 실제로 작업된 포토샾 파일의 무수한 레이어들을 보시면 눈이 돌아갈 정도지요. 촬영장소와 같은 장소에서 절벽 소스를 촬영 해서, 절벽씬의 아래 부분과 합성해서 실제 높은 절벽처럼 만들고, 구름 소스를 여러겹 레이어로 겹쳐 높은 곳이라는 분위기를 더했습니다.

>> 멧돼지씬

처음 감독의 의도는 만화처럼 코믹하게 비주얼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배경은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있고, 배우들의 리액션만 강조해서 보여주는 것이 컨셉이었죠.
그 컨셉에 맞추기 위해 배우의 액션은 블루 스크린에서 촬영하고, 배경은 스틸컷으로 만화처럼 바람에 지나가는 느낌으로 과장해서 만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의도한 만큼 재미난 그림이 나오지 않고 앞뒤 촬영본과 느낌이 많이 달라, 처음의 컨셉을 약간 우회해 사실감을 좀 더 부여하는 배경을 실제 촬영본에 합성했습니다.

멧돼지의 경우는 3D로 만든 멧돼지와 촬영한 실제 멧돼지를 적절하게 씬에 맞게 활용했습니다. 멧돼지도 블루 스크린에서 촬영했는데, 나중에 합성할 때 돼지의 털 하나하나를 다 따내는 작업을 하느라 작업자가 며칠 밤을 샜었지요.

이렇게 동막골의 일부는 끝이 났네요. 다음 회에서는 동막골 CG의 하이라이트, 초반 추락씬과 멋진 전투기가 나오는 마지막 전투씬의 작업 과정을 알아보겠습니다.

자료제공: 한상선, 서성길

facebook twitter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