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디지털영상 | 리뷰

영화 <괴물>의 특수 시각 효과는?

2006-09-07


한국 영화의 컴퓨터 그래픽 수준과 완성도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영화 <괴물> 은 그 해답의 중요한 단초를 보여주고 있다. '괴물'의 탄생에 처음부터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박재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영화 <괴물> 에선 봉준호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동시에 한국 영화에서 컴퓨터 그래픽-특수 시각효과-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작품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다만, 아쉬움이라면 '괴물'의 특수 시각 효과를 국내 제작사가 아닌 외국에서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국내 컴퓨터 그래픽 수준의 현실적인 한 단면이다.
한국 괴물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 <괴물> 은 어린 시절 봉준호 감독의 상상력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상상을 현실로 옮기는 그 작업을 컴퓨터 그래픽 특수 시각 효과로 유명한 <투모로우> <캐리비안의 해적> <해리포터> 등을 작업했던 미국의 오퍼너지(The Orphanage) 사가 맡았다.
<컴퓨터아트> 는 영화 <괴물> 에 처음부터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박재욱씨로 부터 '괴물' 탄생의 처음부터 끝까지 전 과정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괴물> 의 특수 시각 효과를 맡았던 오퍼너지의 시니어 테크니컬 디렉터로서 <괴물> 작업에 직접 참여했다. 그에게서 <괴물> 탄생의 전 과정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 보자.


본인 소개를 부탁합니다.
박재욱: 오퍼너지에서 시니어 테크니컬 디렉터로 일했고, 그 뒤 웨타에서 6개월 정도 일했습니다. <괴물> <슈퍼맨 리턴즈> <씬시티> <투머로우> 등의 특수 시각효과 작업에 참여했고, 오퍼너지에서는 2002년 <영웅> 때부터 일하게 되었습니다.

영화 <괴물> 의 특수 효과를 오퍼너지에서 맡게 된 과정을 소개해 주세요.
박: 2004년 한국에서 <투모로우> 가 개봉된 시점에 잠시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생겼어요. 이 영화의 제작 과정을 소개하는 세미나를 맡았어요. 그 때 삼성동 코엑스 커피숍에서 봉준호 감독과 조능연 피디 두 분을 처음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만들고 싶어했던 영화가 있는데, 이번이 특수효과에 돈 잔뜩 쏟아 부어 만들 수 있는 기회라면서 도와달라는 것이었어요.

봉준호 감독의 요청에 개인적으로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제작비를 아낄 수 있는지, CG와 애니 매트로닉스를 어떻게 섞어서 사용할 것인지,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제작비를 아끼려면 한국의 CG업체에 어떤 걸 맡기면 좋을 것인지 등에 대해서요.
그 때 이미 봉준호 감독은 웨타에 작업을 맡기고 싶어했고, 그렇게 된 걸로 알고 있었죠. 그런데 여러 가지 문제로 웨타와 같이 일하는 게 불발이 되었어요. 그래서 그렇다면 오퍼너지에 연결을 해 보자고 제안했죠. 그렇게 되면 제가 중간에서 다리 역활을 해서 더 나은 효과도 얻을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렇게 해서 오퍼너지에 얘기를 전하게 되었고, 조율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었어요. VFX 분량이나 요구하는 수준은 아주 높은 데 비해서 예산이 워낙 적었어요. 실제로는 (요청한)FX가 100억 이상 들어갈 만한 분량이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오퍼너지를 설득해야 했어요. 이번에 일을 잘하면 한국 쪽에서 앞으로 이런 영화들이 나올 때 오퍼너지에서 계속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포트폴리오 만든다 생각하고 손해 보지만 않으면 진행될 수 있도록 맞춰 보자는 것이었지요.

다른 한편으론 한국 쪽을 설득해야 했어요. “지금 이렇게는 도저히 어디에도 맡길 수 없다. 해외에다 맡기려면 돈을 좀더 써야한다.”는 것이었죠. 이렇게 조율해서 약 35억인가.. 40억 정도에 맞춘 것 같아요.
이 과정에서 봉준호 감독이 큰 일을 했어요. 샷 수가 줄어 들면 제작비가 줄어드니까 봉준호 감독이 내용을 해치치 않으면서 샷을 줄여 나가는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걸 억지로 하는게 아니고 크레이티브한 아이디어를 더 많이 담게 되었다고 즐거워하면서...
이렇게 하여 계약이 성사될 쯤 나는 웨타로 가버렸습니다. <킹콩> 을 하기로 예전부터 계약을 했거든요. 대신에 후배인 정유진에게 내가 해 오던 걸 맡기구요..

<괴물> 에서 웨타의 역할은.
박: 웨타는 2개 파트로 나뉘어 있어요.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특수효과를 진행하는 '웨타 디지탈'이 일반에게 널리 알려진 곳입니다. 다른 한 파트는 특수분장, 미니어처, 모형제작 등을 담당하는 '웨타 워크샵'입니다.
장희철은 괴물 모형을 만들기 위해 한국에서 미국의 '웨타 워크샵'으로 보내졌어요. 웨타 워크샵에서는 장희철에게 장소를 제공하고, 모형 제작을 위해 교육을 해 주고, 그걸 바탕으로 장희철이 클레이 모형을 만들었지요.

<괴물> 에 투입된 특수 효과 부분의 제작 기간과 인원은.
박: 기간은 약 7개월 쯤 걸린 것 같아요. 프리 비주얼라이제이션이라고, 비교적 간단한 형태의 괴물이 어떻게 움직이는 가에 대한 것은 한국에서 대부분 작업이 되었어요. 오퍼너지에서는 순수하게 후반 작업 중 난이도가 높은 것만 작업했습니다. 와이어를 지우는 작업들은 한국에서 처리된 것도 꽤 있을 겁니다. 인원은 오퍼너지에서만 80명 정도가 투입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관리직까지 포함해서.

'괴물'의 자연스러운 애니메이션은 어떻게 제작되었나.
박: 애니메이션은 전부 키프레임으로 작업되었습니다. 모델링과 캐릭터 셋업, 그리고 애니메이션은 마야에서 진행되었어요. 셋업 자체에 머슬 시물레이션이 적용되도록 작업이 되어 있긴 했지만, 클로우즈 업 장면같은 경우 좀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컨트롤을 위해 블랜드 쉐입을 이용해서 근육의 움직임을 추가해 주었어요.
괴물의 CG작업이 다른 파이프라인과 다른 점은 마야와 맥스를 혼용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모델링, 셋업, 애니메이션은 마야에서 했어요. Look Develop(텍스춰, 머터리얼), 라이팅, 렌더링은 맥스/브라질로 진행되었어요.
약간 특별한 것은 셋업된 캐릭터의 애니메이션을 맥스로 넘기기 위해서 지오메트리 정보를 각 프레임별로 캐쉬화시켜서 맥스에서 캐쉬 데이터를 읽어들이는 툴을 개발했다는 점이지요. 렌더러는 브라질 렌더를 사용했습니다.

특수 시각 효과를 위한 그 밖의 작업들에 대해서는.
박: 웨타에서는 장희철이 작업한 괴물 모형을 3D 스캔해서 데이터를 오퍼너지로 넘겼어요. 그리고 라이팅은 크롬볼을 현장에서 각 장면별로 촬영해서 그걸 이용해서 HDRI 맵을 만들고, 그걸로 대부분의 라이팅과 반사를 만들었어요.
물론 배경에 나오는 땅과 건물들은 똑같은 형태와 크기로 모델링하고 샷에 그 배경 모델 데이터를 넣고, 촬영한 plate를 배경 모델 데이터에 카메라 프로젝션을 해서 정확도를 높였어요. 물론 그걸 이용해서 괴물이 바닥이나 벽에 반사가 일어난다든지 그림자가 생기는 것 등을 표현해 나갔습니다.

괴물에서 중점을 둔 점이나 감독이 특별히 요구한 점이 있었는가?
박: 애니메이션의 경우, 이는 배우가 연기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니까 봉준호 감독이 신경을 많이 썼어요. 라이팅, 컴파지팅, 이펙트 등은 대체로 믿고 맡기는 분위기였어요. 이펙트는 비, 한강물, 불에 대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불의 경우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현재 개발 중인 유체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로 제작되었어요. 봉준호 감독이 작은 디테일도 아주 구체적으로 요구하였기 때문에 꽤나 까다로웠어요. 하지만 봉준호 감독이 구체적인 내용을 공부한 상태에서 요구하는 것이어서 함께 일하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다른 영화를 제작할 때에 비해 어려웠던 점은.
박: 전반적인 공정 자체는 크게 어려운 게 없었어요. 다행히 대부분의 이펙트들이 이미 다른 영화를 하면서 연구 개발했던 것이어서 효과를 개발하는데 시행착오를 좀 줄일 수 있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미있게 작업했던 것 같습니다.

가장 인상깊은 장면을 하나 꼽는다면?
박: '괴물'이 현서를 감고 물에서 수영해 가는, 그리고 휘발류를 꿀꺽꿀꺽 마시는 것이 기억에 남네요. 현서는 직접 물에 빠진 촬영본을 가지고 그 위에 합성했고, 감고 물에 뛰어드는 건 디지털 더블일 겁니다. 3D로 사람을 똑같이 만들어 사용하는 걸 디지털 더블이라고 해요. 디지털로 만들어진 대역이라고 해석하면 될 겁니다.

특수 시각 효과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환경은.
박: 음... 컴퓨터 그래픽의 특수 시각 효과 부분의 시스템 환경에서 한국과 미국 회사들은 서로 차이가 있어요. 가장 큰 차이점은 장비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고정관념)의 차이라고 봅니다. ‘헐리우드의 특수효과는 대단한 장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며, 그 때문에 비싼 장비를 사야 한다’는 것이 대부분 한국 회사들의 생각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전혀 다릅니다. <괴물> 뿐 만이 아니라 <킹콩> 의 경우도 2, 3년 된 펜티엄 CPU에 메모리 2GB인 일반적인 컴퓨터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절대로 장비가 작업을 해 주는게 아니예요. 장비에 돈을 아끼고 사람한테 투자해야죠. 경험이 많은 비싼 인력이 그런 퀄리티를 만들어 주는 거예요.

한국은 장비가 아니라 인력에 투자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장비와 함께 미래도 감가상각될 겁니다. 예를 들어서 ‘인페르노 같은 장비로 해야지 영화합성을 할 수 있다’고 얘기들을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애플의 쉐이크나 어도비의 애프터 이펙트같은 개인용 컴퓨터에서 쓰는 소프트웨어로 작업합니다.

특수효과에 대한 평소의 생각은?
박: 재미있는 장난감이예요. CG의 퀄리티는 투자한 금액과 주어진 시간에 비례하는 것입니다. 한국인이 외국인보다 개개인의 역량이 나은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더 나은 월급과 환경이 주어진다면 훨씬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서로 정보공개와 교류에 대한 개방적인 마인드가 좀더 확산되면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특수효과를 공부하는 학생이나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한다면.
박: 아마도 이 분야를 선택한 사람들은 자신이 정말 이 분야를 '좋아해서' 일 겁니다.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라면 더더욱 푸욱 빠져보세요. 내가 최고가 되어주겠다는 욕심을 맘 속에 담고.

웨타 워크샵(Weta Workshop)
장희철 크리처 디자이너와 함께 매우 사실적이고 정교하게 표현된 축소 사이즈 모델링 작업을 완성해냈다.
hwww.wetaworkshop.co.nz

2003년 12월부터 작업을 시작하여 2000여장의 작업 끝에 탄생하게 되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확정된 디자인을 바탕으로 크기,무게,피부,근육 등 세부적인 요소들을 고려해서, 섬세하고 리얼한 움직임과 표면작업을 통해 비로서 영화속에 살아움직이는 괴생물체로 탄생하게 되었다.

facebook twitter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