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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영상 | 리뷰

황금만능 사회에 대한 비유적 풍자

2003-08-19


‘모기...한숨을 쉬다.’ (Are you tired...?)는 2002년도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창작 애니메이션 제작지원 공모를 통해 제작지원 받아 만들어진 단편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애니메이션 창작그룹 ‘아집(Ajip)’팀의 두 번째 창작 프로젝트로 2003년 SICAF(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발) 영화제 ANINASIA 단편 경쟁부문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모기...한숨을 쉬다.’는 황금만능주의 사회를 풍자하여 비판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이는 요즘 세태가 그러하듯 돈으로 권력과 목숨, 사랑까지도 사고파는 현실을 풍자적 기법으로 잘 반영하고 있는 작품이다.

‘모기...’를 제작한 ‘아집(Ajip)’팀의 아집이란 'animation'의 'a'와 'house'의 우리말인 '집'의 합성어로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은 팀원들의 고집스러움을 나타내며 팀의 구성원은 2001년 이광욱, 이지윤, 문형범, 이 세 사람으로 구성되어 첫 작품 '달동네 토끼살해사건'을 제작한 후 허복문이 합류하여 현재의 모양새를 갖추어졌다.

청강문화산업대학 애니메이션과를 졸업한 동문들의 창작그룹으로 현재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창작지원실에 입주하여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올 상반기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애니메이션 제작지원을 받게 된 차기작을 진행 중인 젊은 그룹이다.
이 그룹의 구성원은 모두 4명으로 비슷한 연령 대와 서로 간에 친밀성 이외에 제작시스템에 맞는 직무적 역할분담을 통해 서로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팀웍을 장점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 팀의 프로듀서와 동화를 맡고 있는 이광욱, 캐릭터 디자인, 원화에 이지윤, 연출, 편집, 효과에 문형범, 레이아웃, 배경에 허복문 등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확보하면서도 작품전체를 위해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수시로 해가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여느 창작그룹과 다른 점은 분명히 상업적 애니메이션을 지향하며 준비해가는 과정으로 단편작업을 바라본다는 것이고 이는 그들의 서면 인터뷰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아집이 지향하는 작업방향과 스타일, 다른 제작그룹과의 차이점 및 특성은?
아집은 단편애니메이션 제작을 기반으로, 여러 상업적 애니메이션 제작을 목표로 작업 중인 창작집단입니다. 어렵지 않은 단편을 만들고 보는 이로 하여금 재미를 느끼게끔 하는 것이 아집의 제작 스타일이며, 사람들이 친숙해하는 영상을 만들어 냄으로써 좀 더 쉽게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강점이 있습니다.


그러면 이들의 작품 ‘모기...’를 보다 세밀히 살펴보자.

<연출의도>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맺게 되는 인간관계들로 가정, 사회적 관계, 교우관계 등이 있을 것이다. 순탄한 이야기의 전개 속에 숨어있는 반전의 묘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동시에 인간을 모기로, 돈을 피로 바꾸어 현대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물질 만능주의로 비롯된 인간관계의 붕괴를 비유적 방법으로 설명하여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희극적으로 표현하였다.

<시놉시스>
직장에서 해고를 당한 주인공은 쓸쓸히 집으로 돌아온다.
집 앞에서 만난 부인은 그런 남편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피를 벌어오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장과 비교하며 구박한다.
괴로운 마음에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는 주인공. 그러던 중 포장마차로 친구들이 들어오고 친구들의 변한 모습에 놀란 주인공은 어떻게 된 일인지를 묻는다. 사장의 집에서 피를 훔친 친구들은 주인공에게 같이 가서 피를 훔치자고 유혹하지만 용기가 없는 주인공은 거절한다. 집으로 돌아온 주인공은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며 괴로워하고 자신의 삶을 바꿀 해결책으로 마지막 선택을 한다.

<제작형식>
제작방식 : 2D 디지털 애니메이션
작품포멧 : Beta, color, stereo
런닝타임 : 10분
사용프로그램 : 레타스 프로, 포토샵, 애프터이펙트, 프리미어, 페인터, 일러스트레이터

2002년 4월부터 1년여의 기간에 걸쳐 제작한 이 작품은 기존 아집 스탭에 사운드 작업을 담당한 박희찬, 함종민이 결합하여 작품의 완성도를 확보하였다.
제작과정 상의 역점을 두었던 것은 전작 ‘달동네 토끼 살해사건’에서 미숙하다고 여겨졌던 타이밍과 컷의 연결, 화면의 밀도 등에 완성도를 높였으며 결과는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아래는 제작과정을 보다 세밀히 스케치하여 요약한 것이다.
일반적인 2D 디지털 셀 애니메이션 공정과 다르지 않지만 기획과정에서 시나리오 작업과 디자인 작업을 거의 동시에 들어가거나 제작과정에서 컷별로 최종 편집 전 작업까지 해나간 것 등은 일정에 따른 경제적 효율성보다는 완성도에 치중하는 단편작업의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 프리 프로덕션(약 4개월)
이야기 구상 -> 시나리오 작업 -> 캐릭터 디자인 -> 배경 디자인 -> 이미지 컷 제작
-> 스캔 -> 대체적인 흐름파악 -> 콘티 제작

: 시나리오 작업과 캐릭터 디자인 배경디자인은 동시에 진행, 회의를 거쳐 수정

* 프로덕션
레이아웃 -> 원화 -> 스캔 -> 레타스 프로에서 원화체크 -> 동화 -> 채색 -> 편집 -> 효과
: 전체적으로 작업 후 한번에 하는 방식이 아닌 한 컷 한 컷 위와 같은 순서로 작업.

* 포스트 프로덕션
전체적인 컷 편집 -> 사운드 제작 -> 믹싱 -> Beta tape으로 출력
: 애니메이션 센터 사전 제작 지원작이기 때문에 후반 작업을 센터내 공용기기실에서 해결함.

작품의 내용은 시놉시스에서 나타나듯이 다소 뻔한 이야기일 수 있는 소재를 모기라는 캐릭터와 연결지어 모기인간으로 풍자해 참신함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이러한 풍자적 기법이 전작 ‘달동네 토끼 살해사건’ 보다는 시나리오적으로 치밀하지는 않지만 보다 대중성을 확보하였다고 본다.

캐릭터는 모기를 의인화시켜 모기인간을 창조하였는데 사장, 아내, 아이, 친구들, 주인공 등으로 구성된다. 돈(피)가 모든 것의 척도인 모기사회에서 주인공 모기인간을 중심으로 놓고 등장인물 모두가 사기와 거짓, 배신을 행하는 인간관계의 파괴를 그리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전편에 등장한 경찰관들이 이 작품에서도 특별 출현한다는 것이다.

또한 애니메이션에서 중요한 타이밍에 신경을 많이 써 라인테스트를 레타스 프로에서 컷별로 여러 번에 걸쳐 실시하였다. 배경 또한 페인터를 활용해 풍부한 톤을 구사하고 중채도의 안정된 컬러 톤과 빛의 효과를 통해 배경과 캐릭터의 입체적 표현에 더욱 신경을 많이 썼다.


아집의 작품배급 또는 상영은 서울애니메이션센터의 씨네마떼크 사업의 실질적 중심주체인 현재 작가모임 ‘인디아니마’를 통해 상영회를 갖고 여러 영화제와 공모전에 출품하여 홍보하고 있다.

‘달동네 토끼 살해사건’의 경우는 KTF - Fimm에서 현재 동영상 서비스 중이다. 인터넷 서비스도 배급라인의 하나로 염두에 두고 있지만 단편의 경우 아직 정상적인 배급과 유통망이 형성되어 있지 못한 영세한 영역으로 아집도 많은 부분 관객을 만나기 위해 스스로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한 해 한 해 작품으로 성숙해 가는 후진들을 보며 가슴 뿌듯함과 함께 이들에게 녹녹하지 않은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현실 속에 이들이 추구하는 창작의 무한질주로 맞이할 미래의 한국애니메이션의 희망도 더불어 보고 싶다.

<모기... 한숨을 쉬다> 서면인터뷰


1. 아집(Ajip)팀의 성격과 작업방향은 무엇인가?

많은 작가 분들이 단편작업을 하실 때는 상업적인 것 보다는 작가주의적인 방향으로 나가는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장단점이 있겠지만 관객이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은 그 작품성이 어떤지를 따져보기 전에 죽은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관객들이 함께 하지 못하는 작품은 진정한 작품이 아니라는 생각에서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좀더 관객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고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방향과 보여주고자 하는 방향이 일치하는 것이 상업애니메이션 스타일이었고 지금까지 그렇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좀 더 실험을 해볼 생각입니다.


2. 팀의 추구하는 작품의 스타일이 있는 것 같다. 주제나 제재, 캐릭터, 이야기의 구성 등 아집 팀만의 독특함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위에서도 말했지만 대중에게 친숙한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만든 작품들을 되돌아볼 때 그 신념에 충실히 따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을 보여주면서 그 안에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담는 것이 지금까지 아집이 보여주었던 스타일인 것 같습니다. 그런 제작 방향을 가지고 있다보니 캐릭터나 이야기의 구성 등이 대중에게 가깝게 다가 갈 수 있는 방향으로 작업이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3. <모기...> 는 이전의 작품 <달동네 토끼 살해사건> 과 비교해서 보다 완성도를 고려해 화면의 밀도를 높인 점 그리고 풍부한 컬러 톤의 사용 등으로 전체적으로 가벼움을 보완한 안정감을 보여주었다. 작품의 제작과 연출적 측면에서 변화를 꾀한 점을 든다면?

좀 더 타이밍을 충실히 따르고 싶었고 컷과 컷 사이의 시간적 오류도 많이 해결해 보고 싶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전체적인 화면이나 액션의 타이밍, 그리고 컷과 컷의 시간적인 오류도 많이 해결했다고 생각되지만 그에 비해 이야기가 전작 보다 좀 허술 해진 것이 아쉬운 점입니다. 다음번 작품은 이러한 것을 또 보완하여 제작될 것입니다.


4. <모기...> 는 어찌보면 사회 통념적인 이야기로 부자와 가난뱅이 남자를 대비시키며, 부자의 아이를 낳은 아내의 계획적 배신과 버려진 불쌍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모기와 피(돈)로 풍자해 보여주고 있다. 모기인간이라는 캐릭터 설정과 이야기의 컨셉을 생각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처음부터 특별히 모기를 소재로 제작할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전체적인 줄거리를 봤을 때, 직접적인 사람으로 표현은 재미없을 거 같았고...
우리나라 남편들의 생활이란 현실적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돈을 버는 가장의 임무에만 집중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타 다른 생물들도 생각해 보긴 했는데, 모기가 일생동안 하는 일이 피를 빨아먹는 일이고 그것을 적절히 대입하면 가장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5. 아집은 2D인 컴퓨터를 활용한 셀 애니메이션을 기본 제작기법으로 활용하여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2D 애니메이션을 고집하는 이유 또는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어렸을 때부터 흥미있게 본 애니메이션들은 전부 2D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기억 속에 남겨져있는 영상들이 너무나도 따스하게 느껴졌고...
풍부한 캐릭터 표현과 색감이 계속 2D 애니메이션을 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 들어 픽사나 다른 스튜디오에서 나온 3D 작품들을 보면 경이로운 생각들도 있지만... 어딘가 쉽게 융화되지 못하고 붕 떠 있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아직까지 2D의 따스한 느낌을 쉽게 따라오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너무 3D 쪽으로 편중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입니다. 좀 더 다양한 작업 방식이 유지됐으면 합니다.


6. 아집 팀은 4명의 인원이 서로 역할을 나누어 협업의 방식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를 좀더 구체적으로 소개한다면? 그리고 이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선 연출과 동화는 제(이광욱)가 하고 있습니다. 원화와 캐릭터 디자인은 이지윤 씨가 하고 계시구요, 편집과 효과는 문형범 씨가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트웍 작업과 배경디자인은 허복문 씨가 하고 있습니다. 장점은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는 부분의 퀄리티를 매우 높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애니메이션을 혼자 제작한다면 자칫 폐쇄적인 작품이 나올 확률이 높지만 여럿이서 팀을 이뤄 각자의 파트를 가지고 작업한다면 좀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좋은 작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점으로는 자신의 의견을 혼자 할 때 보다는 많이 줄여야 한다는데 있을 것입니다. 장단점이 다 있겠지만 저희들의 생각은 팀 작업이 더 편하고 좋습니다.


7. 아집 팀은 지금껏 사전제작지원 형식의 지원금을 받아 작품을 제작하고 있는데 이러한 지원방식 외에 취하고 있는 개인적 창작 작업과 커머셜 한 작업들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가? 그리고 생계는 어떻게 꾸려나가는가?

생계를 위해 버는 것은 한가지의 아르바이트 밖에 없습니다.
과학 잡지에 만화를 연재하고 있는 것이 전부 입니다. 이유는 아르바이트를 많이 한다면 돈은 좀 벌 수 있겠지만 그만큼 작업을 진행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건 곧 우리 아집에게는 더 큰 마이너스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약간의 안정을 위해 우리들 자신을 담을 수 있는 시간을 버리게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기획한 작품들을 사전제작지원을 받을 수가 있어서 경제적으로 약간씩의 도움을 받고 있긴 합니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이런 패턴을 유지하려 합니다. 물론 가족 분들의 많은 이해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겠죠...^^


8. 이후 기획 또는 진행 중인 작업의 특징 또는 방향은 어떠한가?

‘모기...한숨을 쉬다’ 이후로 기획된 작품 ‘아기나무’가 영화진흥위원회 사전제작지원을 받아서 현재 제작 중에 있습니다.
이 작품은 조금 실험적인 방법을 이용하여 기존 아집팀이 보여줬던 애니메이션의 색깔이 아닌 좀 색다른 화면을 보여줄 계획입니다. 내용은 비슷한 스타일이지만 위트나 사회풍자와는 거리가 좀 멀고 재구성에 바탕을 둔 작품이며, 또 다른 작품 ‘2-1=4’는 기존 아집 방식을 거의 계승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현재 프리단계가 진행 중이며 ‘아기나무’와 비슷한 시간에 완성될 것 같습니다.


9. 독립애니메이션에 대한 아집 팀의 생각은?

독립이란 단어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작가 분들 사이에서 많은 얘기들이 오간 것으로 압니다. 솔직히 저희는 그런 사전적인 의미 같은 것을 생각하고 싶진 않고 단편애니메이션의 제작을 장편으로 가는 정도의 길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독립이고 무엇이 아니라는 그런 얘기들 보다는 좀 더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을 모두들 고민해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좋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와 한국 애니메이션의 앞날이 어서 빨리 밝아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그래야 지금 공부를 하고 있는 많은 후배들도 용기를 내서 작업을 할 거 같구요...
부족한 얘기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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