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1-12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CF로 삼성전자의 이미지가 갑자기 친근하게 다가온 적이 있었다. 아들을 군대 보낸 어머니가 눈물을 뚝 떨어뜨리는 장면이라던가 몽실몽실한 아이들과 강아지의 모습은 클레이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지 않았더라면 표현하기 힘든 정감 가득한 장면이었다. 최신의 디지털기술을 흙으로 빚은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통해 홍보하는, 이러한 효과적인 표현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잊혀지지 않는 작품이 되었다.
하지만, 2002년부터 2003년까지 제작된 시리즈 작품이 ‘이미지플러스’라는 클레이 애니메이션 전문회사가 만들었다는 사실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까.
삼성전자의 CF, ‘또 하나의 가족’ (이미지출처 http://www.sec.co.kr)
진로에 대해 고민하며 여러가지 분야를 알아보던 중, 2학년 즈음에 클레이 애니메이션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당시 삼성전자의 CF 등으로 잘 알려진 ‘이미지플러스’를 목표로 준비했는데 포트폴리오나 졸업작품도 클레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 상태에서 작품을 새롭게 만드는 기획단계가 특히 어렵고 힘들다. 하나의 작품을 준비하고, 모든 과정에 책임감을 가지고 만든다는 것 자체가 힘든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클레이 작업에서는 특히 체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밤샘작업은 없지만 한창 작업 중일 때에는 9시30분에 출근해서 9시 반이나 10시에 퇴근을 한다. 단순히 재미있어 보이고 멋있어 보여서 시작하는 사람들이라면 견디기 힘들 것이고, 진심으로 일을 즐기고 사명감을 가지면 비교할 수 없이 보람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어, ‘호두마루’와 ‘체리마루’라는 아이스크림CF가 화제가 되었는데, 귀여운 호두와 체리들이 최고의 아이스크림이 되려고 노력하는 코믹한 내용이었다.
귀여운 캐릭터가 움직이며 보여주는 CF 이미지들은 ‘어른들만 먹는 호두 맛 아이스크림’ 이라는 고정관념을 부수고, 매출을 극대화시키는 아주 대단한 역할을 해냈었다.
역시 이것도 클레이 애니메이션이다.
클레이에 대한 관심을 한층 더 집중시킨 이 호두마루CF와 체리마루CF의 제작을 맡은 것도 ‘이미지플러스’.
해태제과, ‘체리마루CF’ (이미지출처 http://webzine.ht.co.kr)
위의 CF들이 하나같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고 사랑을 받았으며 제품도 함께 인기를 누렸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CF를 제작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이토록 무관심했다는 점이 상당히 많이 이상할 뿐이다.
국내에서 많지 않는 클레이 애니메이션 전문회사인 ‘이미지플러스’와 이곳을 짊어지고 나아갈 젊은 애니메이터들 중 하나인 김혜진PD를 만나보았다.
‘이미지플러스’의 입사시험은 (지금도 그렇지만) 모델링 시험을 치러야 했다. 드로잉, 그리고 캐릭터(점토 모델링) 등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작업으로 아주 까다로운 시험이었다.
2002년, KBS와 EBS에서 방영된 ‘핑퐁1’이후에 ㈜몬테소리 자회사인 ‘더 큰 컴퍼니’와 합작하여 이미지플러스의 주관으로 공동제작, 기술자문은 EBS가 맡아 제작하게 되었다. ‘핑퐁2’는 2005년 하반기부터 기획작업을 시작했는데 2006년 3월에 방영 예정이다. 현재 25편중 9편이 완성되었다. 2002년에 5분 * 26편의 시리즈 1을 제작, KBS TV유치원을 통해 방영하였다.
현재, 전세계를 대상으로 판권 판매가 활발하게 추진 중이며, ‘Curious Ping&Pong’에 대해 ‘빅텐트 엔터테인먼트’社와 ‘개프니’社가 전세계 판권 및 머천다이징 에이젼시 계약을 추진 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상황을 통해 과학적 상식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과학교육 애니메이션으로 친근하고 귀여운 토끼 캐릭터, ‘핑’과 ‘퐁’이 주인공이며 거북박사 ‘에디손’이 재미있게 등장하고 설명한다.
회사에서 대량으로 구입하거나 한가람문고, 남대문 등에서 소량씩 구입하기도 한다. ‘JOVI’社의 Plastilina, Sculpey(열에 의해 구워짐), Super Flex 등 여러가지의 재료가 있다. 무르거나 단단한 것의 차이로 재료를 선별하고 사용하는데 수입재료가 많으므로 재료비가 높다. (심지어, 3D작품의 제작단가보다 제작비가 높다)
클레이애니메이션 작업에서 세트장을 최대한 활용하며 조명을 설치한다. 그러다보면 마치 정글처럼 빈틈없이 세팅이 되어서 캐릭터의 액팅(움직임)을 연출하다 보면 그 속에서 허리를 펴고 서 있기도 힘들다. 또 조명기구의 열 때문에 쉽게 피곤하기도 하고, 공기가 건조해지는데 이런 작업들은 강한 체력 없이는 제대로 해 나가기 불가능하다. 하루에 단 몇 초의 분량을 촬영하는 작업이어서 오래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
애니메이션 컨텐츠들의 상품가치를 높여주고 보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투자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싶다. SICAF(시카프)나 PISAF(피사프) 프로그램들의 콘텐츠들을 활성화시키는 마케터로서,
눈이 돌아갈 만큼 멋들어지게 애니메이션으로 잘 만든 CF를 보면 해외의 유명한 에이전시에서 제작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 적이 많았다.
뿐만 아니라 이번 기사에서 다룬 삼성전자나 호두마루, 체리마루 등의 CF를 보고서도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일 것이라는 생각을 쉽게 하지 못했었다.
이번 취재를 통해 국내 클레이 애니메이션의 눈부신 성장과 선진국 못지않은 기술과 실력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게 되어 뿌듯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