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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영상 | 리뷰

올 여름을 접수한다! 3D애니메이션 <파이스토리>

2006-07-13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 의 앙증맞고 귀여운 니모와 <샤크> 의 개성적인 상어들을 기억한다면 올 여름은 이 작품, <파이스토리> 에 주목해보자.
‘니모’와 ‘샤크’의 강력한 라이벌 ‘파이’가 시원한 바다 속에서 한결 업그레이드된 ‘액션’의 진수를 보여준다. SS501, 박명수, 임채무가 성우를 맡은 점도 화제이지만 첫 한미합작 3D애니메이션이라는 프로젝트 자체도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과 기대를 모아왔다.
지난 6일, 드디어 공개된 올 여름 바다의 주인공 ‘파이’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한 여름 무더위를 통쾌하고 시원하게 떨쳐보는 것은 어떨까? 깜찍한 캐릭터, 망망대해의 신비한 탐험을 담은 <파이스토리> 가 탄생하기까지 한미합작 3D애니메이션을 창조해낸 ‘디지아트’ 이경호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취재| 오지연 객원기자 ( cinerilke@paran.com)


‘삐까뽀 친구들’은 삐삐와 휴대폰 등 가전제품들이 거대 수퍼 컴퓨터에 대항해서 가정을 지키는 코믹 물로 국내 최초의 3D 애니메이션 시리즈였고, ‘환상마을 토포토포’는 앙숙이었던 감자가족과 토마토 가족이 힘을 합쳐, 나쁜 쥐들을 물리친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범퍼킹 재퍼’는 꼬마 파일럿 타이온이 전설의 챔피언 바조의 도움을 받아, 반칙의 제왕 자마칸을 물리치고 레이싱에서 우승한다는 스포츠 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작품이다.
이처럼 국내에서 3D 애니메이션이 브라운관을 장식하며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의 시선을 사로잡기까지 이경호 감독의 행보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니모를 찾아서> <샤크> 에 버금가는 국내 제작 기술의 성과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파이스토리> 를 시작해 한미합작 <가필드> <아웃백> 의 감독으로, 그의 필모그라피는 이제 세계의 스크린을 향한다.

Jungle :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었어요. 근데 한국에서 전공은 국문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졸업을 한 후 일반 기업에서 수출입 업무를 담당했었는데, 정말 이건 아니다 싶더군요. 결정을 한 후 바로 짐을 싸서 캐나다로 날아갔습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애니메이션 관련학과를 들어갔습니다. 순수 미술은 배가 고프잖아요(웃음). 졸업 후 캐나다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교육용 애니메이션을 만들다가 한국의 인암 애니메이션이란 회사와 연결돼서 한국 최초의 full 3D 애니메이션 시리즈 ‘삐까뽀 친구들’(KBS 방영)의 제작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뚜벅뚜벅 제작 경험을 쌓다 보니 어느덧 감독의 위치에 있더군요.

Jungle : 캐나다 유학의 경험담을 들려달라.
캐나다는 컴퓨터 그래픽(CG)쪽으로 상당히 앞선 나라입니다. 그 당시만 해도 한국은 걸음마 수준이었죠(물론 지금은 상당히 발전한 상태입니다). 거기에서 많은 뛰어난 스튜디오의 아티스트들의 좋은 작품들과 많은 경험들을 보고 듣고 배웠습니다.

Jungle : 한미 합작 애니메이션 <파이스토리> 는 어떻게 참여하고 만들게 되었나?
2002년 애니메이션 ‘범퍼킹 재퍼’(SBS 방영)의 제작을 마칠 무렵 이 작품을 본 미국 원더월드 스튜디오에서 한미 합작 애니메이션을 만들자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미국의 큰 애니메이션 마켓과 한국의 CG 기술이 만나면 경제적인 버젯에 좋은 퀄리티의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거란 서로간의 확신이 있었던 거죠. 그리고 2003년 스토리 디벨롭과 캐릭터 디자인을 위해 미국으로 날아갔습니다.


<파이스토리> 는 미국 원더월드 LLC사와 국내 ‘에펙스 디지털’, ‘디지아트’가 초기 단계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해 기획한 작품이다. 세계적인 보편 정서에 부합하기 위해 미국 스토리 라인작가를 선임, 한미 공동 감독 하에 스토리 기획 및 집필이 이루어졌다. 애니메이션 기획 노하우가 풍부한 미국에서는 스토리 라인 기획과 음악, 음향 파트에 집중하고 크리에이티브와 제작 노하우가 뛰어난 한국에서는 스토리 보드, 40여종이 넘는 캐릭터 개발을 전담한 것이다.

탄탄한 구성을 통한 스크립트, 40여종이 넘는 개성만점 캐릭터, 해저공간의 생생한 구현으로 미국 제작진의 찬사를 받았다는 <파이스토리> 의 제작과정을 공개한다.

Jungle : 한미 합작 3D 애니메이션 <파이스토리> 의 구체적인 제작과정은?
2003년 10월, (1)시나리오 작업을 미국에서 작가 어누락 메타와 프로듀서 마크 디페 등과 함께 개발하고 스캇이 다듬어서 완성시켰다. 2004년 1월, 작품상에 나오는 캐릭터들과 배경 소품들을 (2)디자인하게 되는데, 그때 한국에서 같이 작업하던 연정훈 미술감독이 미국으로 건너와서 같이 컨셉 디자인을 발전시켜 나갔다.
2004년 3월 디자인된 캐릭터, 배경, 소품들을 컴퓨터 안의 가상 3차원 공간 속에서 전재호 팀장이 이끄는 캐릭터 팀과 추찬희 팀장이 이끄는 배경 팀이 (3)모델링을 하고, 모델링 된 사물에 색체나 질감 등을 입히는 (4)텍스쳐링 작업을 한 뒤. 그 사물들이 움직일 수 있게 애니메이션 팀과 함께 (5)‘rigging 작업’(캐릭터의 경우)을 하게 되면 기본적인 배경과 소품 그리고 등장인물들이 준비되는데 이때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에펙스 디지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스텝들과 같이 하였다.

2004년 2월에는 다른 한편으로는 text로 된 시나리오를 비주얼화 하는 과정인 (6)스토리 보드를 그리게 되는데 이때 ‘범퍼킹 재퍼’때 같이 작업했던 이원재 연출감독과 같이 준비했고, 2004년 6월 준비된 배경과 소품과 등장인물들을 사용해 3D레이아웃을 만들고, 스토리보드상에 나타난 캐릭터들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7)애니메이팅 과정을 하였는데 이때는 한재승,한언덕 팀장의 애니메이팅 팀과 같이 작업을 하였다. 이때 하워드 베이크 미국감독이 미국에서 건너와서 같이 애니메이션 연출 작업을 하게 되었다. 2004년 9월 애니메이팅이 제작됨과 동시에 완성된 샷들 위에 이근엽 팀장의 라이팅 팀과 함께 (8)라이팅을 설치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고 라이팅 까지 설치된 샷들을 그림파일로 만드는 (9)렌더링 과정을 통해 1초당 24장의 그림파일들을 완성시켰다. 대개 샷에 나오는 (10)비주얼 이펙트는 따로 작업해서 나중에 합성으로 완성시키는데 최문영팀장의 FX팀과 작업하였다.

2005년 1월 이렇게 그림파일로 나온 샷들을 합치고 색을 보정하고 하는 (11)합성 작업이 시작되어 먼저 작업 되어져 있던 샷들을 2005년 12월에 최종 비주얼을 완성했다. 2005년 2월 달부터는 디지아트 스튜디오로 장소를 이동하면서 더 많은 스텝들이 보강되어 작업 막바지에 불이 붙어갔다.

이 완성된 비주얼을 2006년 3월에 최종편집을 했고 2006년 5월에 SS 501 맴버들과 박명수씨 임채무씨 권희덕씨 그리고 전문성우들과 함께 녹음을 마쳤고, 웨이브 랩 스튜디오에서 (12)더빙된 대사를 합치고 음악과 사운드 이펙트를 합치는 (13)믹싱작업을 끝내고, 6월에 세방 현상소에서 (14)현상하여 ‘파이스토리’가 탄생하게 되었다.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폭주해서 달려왔다.


Jungle : 제작 시의 에피소드가 있나?
사실 그리 많지 않은 버젯과 스케줄 때문에 상당히 힘들게 작업했다. 미국에서의 회의에서도 LA 와 다른 주 들을 쉴새없이 오가며 회의를 해야 했기 때문에 나의 앞니 세 개가 흔들리는 불상사(결국 갈아 끼웠다)가 발생하고, 내가 다른 주에서 회의를 할 때 LA 에 남아있던 한국 스텝들이 영어를 하지 못해 며칠간이나 쇼핑을 하지 못하고 굶고(?) 있었다. 내가 LA 스튜디오로 돌아 왔을 때 구세주를 영접하듯 하던 그들의 초췌한 모습은 아직도 내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든다. (웃음)

주인공 파이의 모습은 청새치에서 결국 상상의 물고기가 되었다. 타이거 상어 '트로이'와 사이즈나 스피드 면에서 대적할만한 물고기를 먼저 찾았었다. 빠른 스피드를 가진 1m 정도의 청새치가 캐스팅 되었다. 청새치는 기본적으로 긴 주둥이와 푸른색을 띠고 있다.
긴 주둥이는 얼굴의 표정연기에 방해 될 뿐만 아니라, 여자 주인공 '코딜리아'와의 키스 씬에서 코딜리아의 거부로 과감하게 잘라내게 되었다. 색상도 바다 속이라 푸른색은 눈에 잘 띄지 않았기 때문에 보색인 오렌지색으로 교체하게 되었다.

코딜리아는 캐리비안의 슈퍼모델이다. 가장 하늘거리는 지느러미를 한 물고기를 물색하던 중 우연히 스튜디오에서 기르던 늙은 금붕어 한 마리를 해질녘 노을을 역광으로 보게 되었다. 민물고기인 금붕어가 바다에서도 살 수 있을까? 한번 넣어보지 뭐! 애니메이션 속에선 잘 살 수 있을 거야!!

Jungle : 한미 합작 애니메이션을 만들어가는데 힘들었던 점과 장단점은 무엇인가?
한국과 미국간의 물리적인 거리가 힘들었고,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디테일한 감정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한계를 느꼈었다. 그리고 양국간의 문화적 코드를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서로간에 많은 양보를 해야 했기 때문에, 좀 문안한 작품이 되지 않았나 싶다. 미국이라는 큰 애니메이션 마켓을 등에 지고 가기 때문에, 투자회수 측면에선 큰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어서 적극적인 투자 유치가 가능할 것 같고, 한국의 높은 작품적 퀄리티와 미국의 상업적 프로듀싱 마인드가 잘 결합된다면, 주어진 시간적 그리고 금전적 환경에서 많은 작품들을 만들 수 있을 거란 장점이 눈에 보인다. 그래서 다음 작품 ‘아웃백’ 도 벌써 진행하고 있다

Jungle : <니모를 찾아서> 와 <샤크> 에 비교되고 있는데, 차별화된 <파이스토리> 만의 특징이 있나?
특별히 다른 기술적인 부분을 개발하거나, 우리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다만 전혀 다른 스토리이기 때문에 아류라는 소리만은 듣기 싫다. <니모를 찾아서> 는 정말 훌륭한 작품이다. 일단 미국의 블록버스터 작품들과 비교될 수 있는 것 만으로도 처음 시도치곤 꽤 만족한다.

몇 십 분의 일 정도밖에 안 되는 제작비와 스케줄을 가지고 만들었다. 니모의 제작팀이 수중탐사를 위해 스쿠버 다이빙을 할 때 난 아쿠아리움을 전전했다. 니모팀이 수중생물의 연구를 위해 대형 수족관을 설치했을 때 난 마트에 가서 열대어 몇 마리를 아크릴 판으로 만든 상자에 넣어서 관찰했다. 사실 비주얼적으로나 완성도에서 뒤진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 스텝들이 보여준 열정과 노력은 같은 조건에서 할리우드와 경쟁할 때는 이미 우리의 승리를 단정지을 수 있을 정도의 건방짐이 생겨버렸다.

Jungle : <파이스토리> 에서 가장 자신 있고, 마음에 드는 장면은?
역시 액션 씬들이 아닌가 싶다. 파이와 네리사의 훈련장면, 그리고 파이와 트로이의 추격씬 등은 잘 구성이 된 것 같다. 좀 가볍게 터치를 한 감이 없진 않지만, 마음에 드는 장면은 어린 파이가 부모를 잃고 난 뒤의 감정이 비교적 잘 살아난 것 같다.

Jungle : 감독으로서 작품에 임했을 때, 가장 중요시 하는 부분은?
감동이다. 그러나, 작품의 성격에 따라 많이 달라질 것 같다. 파이스토리의 경우는 어린이 관객을 대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교훈적 성격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모든 연출들을 상당히 가볍게 터치 하려고 노력했다. 연출은 관객의 이해를 구걸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어린 관객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을 가에 대해 고민했던 것 같다.

Jungle : 애니메이션 감독의 고뇌와 보람은?
애니메이션 작업은 다른 어떤 포멧의 작품보다 호흡이 길다. 기획부터 완성까지 최소 3년 이상은 걸리는 마라톤과 같은 작업이다. 긴 시간 동안 같은 감정으로 작품에 임하다 보면 때론 지치고 때론 식상해 질 때도 생긴다. 그리고 여러 파트의 스텝들과 호흡을 맞춰야 되기 때문에,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문제가 생길 경우가 생긴다. 무엇보다 3D 애니메이션쪽에 숙련된 작업자들이 대거 게임 쪽으로 옮겨가서, 인력수급문제도 지금 상황으로선 어려움 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다. 보람은 이렇게 긴 시간 동안 고생해서 작품이 나왔을 때 성공여부와 상관없이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Jungle : 감독님 개인적으로 또 회사는 각각 앞으로 어떤 작품들을 만들어가고 싶나요? 또 회사에서 추구하는 목표나 비전은?
애니메이션만 만들고 싶다. 온 가족이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애니메이션 영화. 개인적으론 ‘라이온 킹’과 ‘아이언 자이언트’를 최고의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꼽고 있지만, 어릴 때 나의 가치관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들도 샘플이 될 수 있다. 나의 애니메이션을 본 어린이들이 훗날 기억하고, 추억할 수 있는 그런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가고 싶다. 지금 한국 스튜디오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자생이다. 스튜디오 파워로 작품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자금력을 확보해야 하고 ‘디지아트’가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은 ‘픽사’가 아닌가 싶다. 많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유통회사로 탈바꿈하고 있다. ‘디지아트’는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순수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되는 것이 목표(손석현 대표이사의 말)이다.

Jungle : 한국 애니메이션계, 혹은 관객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나?
70년대 이후 한국에선 저급 문화로 평가되어 하청 산업으로 전락하고 사장되었던 애니메이션(만화)산업이 국내 창작의 열기로 부활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실사 영화 산업의 많은 방화들이 '쉬리'의 밑거름이 되었듯이 지금 나오는 많은 좋은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앞으로 있을 애니메이션 산업의 영광에 주춧돌이 되었으면 하고, 이제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로 노력하면 ‘태권브이’의 옛 명성을 다시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좀 더 많은 관심과 격려 그리고 지원을 당부하고 싶다.

Jungle : 마지막으로 앞으로 애니메이션 감독을 꿈꾸는 후배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말은?
어떠한 포맷이나 장르의 작품을 막론하고, 많이 보고 듣고 느끼라고 말하고 싶다. 앞서 얘기 했듯이 장편 애니메이션의 제작공정은 참으로 복잡하고,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작업이다. 포기하거나 지치지 않으려면 감독 본인은 애니메이션을 진정으로 즐길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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