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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지고 굴러도 ‘빼꼼’은 일어난다.

2007-04-10


참 어렵다. 하지만 포기는 절대 없다.
다시 또 굴러 떨어진다. 하지만 깨진 무릎 툭툭 털고 다시 올라간다.
‘빼꼼’이라는 앙증맞은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는 산만한 덩치를 하고 쉴 새 없이 돌아다니는 이 녀석.
넘어지고 깨져도 이것 저것 시도 안 하는 스포츠가 없고 죽다가도 살아난다. 죽다 살기가 좀비와 맞먹는 빼꼼의 이런 모습은 그를 탄생시킨 임아론 감독에서도 찾을 수 있다. 애니메이션에 발을 들인 후 쉼 없이 맨 땅 일구기만 몇 년 째인 그의 근성과 닮았다. 또한 국내시장에서 외면당하고 무시당해도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려고 기를 쓰는 한국 애니메이션과 닮았다.
빼꼼은 백곰이고, 임아론 감독이고 또 한국 애니메이션이다.

취재| 이동숙 기자 (dslee@jungle.co.kr)

올 해는 국산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작정을 하고 쏟아진다. 극장에서 국산 애니메이션을 만나는 일은 아직도 우리에겐 도전적인 일이고 생소한 일이다.
과연 잘될까? 보는 내내 부끄러운 건 아니겠지? 하는 의문들은 아직도 붙어 다닌다.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라며 무릎 꿇고 손 내미는 식의 등장이 아니면 헐리웃이나 일본 애니를 들먹이며 무참히 짓밟아 버린다. 그렇지 않아도 작은 시장에서 부대끼며 고생하는 그들에게 우린 너무 스파르타식이다.
하지만 또 다시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죽을 법도 한데 그러기에 그들은 애니메이션에 단단히 빠져버렸다. 이제 그 애정은 결과로 우리 앞에 툭툭 던져진다. 올해만해도 필름을 돌린 애니메이션이 벌써 두 편이다. 사춘기 소녀를 가장한 구미호와 부활을 외친 태권브이가 그들이다. 그들은 의외로 승승장구를 했고 애국심으로 강요된 가능성이 아닌 그들의 실력에서 보여지는 가능성으로 우리는 한껏 흥분했다. 아! 이제 우리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이제 그 다음 주자로 스포트라이트 제대로 받고 있는 애니메이션이 바로 ‘빼꼼의 머그잔 여행(이하 머그잔 여행)’이다. 3D 장편 애니메이션, 빼꼼 캐릭터 단편 TV시리즈의 해외에서 선전 등 여러 가지 이슈거리를 가지고 나타난 이 애니메이션은 알지애니메이션의 임아론 감독 작품이다.

2002년 인터넷 상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부터 빼꼼은 이슈캐릭터였다. 좌충우돌의 수준을 뛰어넘은 극의 전개와 뚜렷한 캐릭터 성격, 그리고 정체성을 모호하게 하는 비언어의 단편 3D 애니메이션에 모두 빠져들었다.
빼꼼은 원래 미취학 아동을 위한 장편을 만들던 중 태어난 캐릭터다. 그러다 보니 종(種)은 곰이 되었고 그 중에서도 임감독의 취향으로 백곰이 선택되었다. 그 백곰은 아이들을 위해 둥글둥글 살을 굴렸고 눈은 순진하다. 또한 잘 넘어지고 구르는 것에서뿐만 아니라 이름에서 발단된 호기심은 그의 유아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성질은 단숨에 이름 좀 날렸고 이번 22일 개봉한 ‘빼꼼의 머그잔 여행’에서도 원래 주인공인 듯 보이는 베베의 자리를 꿰차게 된다.


이런 빼꼼이 칭찬만 듣느냐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 애니의 배경은 북극과 제휴라도? 횡~ 한 배경이 참 시원하니 낯익고 좋네~ 거기에 또 곰?! 아니 곰 맞아? 개 아니고?’ 등 예상했던 비난들은 어김없이 쏟아진다. 사실 그런 비난에 대해 임아론 감독은 배경은 최소한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한 최선의 선택도 있었다고 말한다. 북극을 벗어나기엔 아직 주머니가 가벼웠고 가장 흔하지만 가장 친근하기도 한 곰이기에 아이들은 사족을 못쓴다고. 때로는 어른들도 그렇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라면 우리가 임아론 감독을 주목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경제적 상황 등으로 포기하고 들어갔던 것들을 뒤엎어버릴 통쾌한 임감독의 액션은 바로 “곰탱이가 대사 한 마디 없이 육중한 몸을 날렵하게 날리며 죽여주는 슬랩스틱 실력으로 캐릭터 표현을 극대화”시키고 아이들의 시선을 붙잡아 주는 것. 미취학 아동 애니메이션으로 타켓을 좁게 잡은 것도 제작여건 때문이었지만 오히려 스토리와 캐릭터의 성격은 분명해 진 것이다.


임아론 감독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바로 스토리와 캐릭터다. 머그잔 여행도 자신이 보여주고자 하는 스토리와 캐릭터들로만 구성되었기에 잡스러운 캐릭터도 없고 그들을 소화하기 위한 늘어지는 스토리도 없다.
또한 아직 드러나진 않았지만 이제 곧 드러낼지도 모르는(아니 꼭 드러내야 하는!) 캐릭터들도 범상치 않은 태생과 성격을 가지고 있다. 기대해 봄 직한 캐릭터들이 많은 데 그 중 기자의 눈에 띈 것이 바로 ‘Sheep’이다. 고기 맛을 알아버린 양이라니 일반적인 온순한 모습은 절대 기대도 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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