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7-03
서구만화사의 한획을 그은 크리스웨어 작품
저자 크리스 웨어는 올해 37살 되는 미국의 만화가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그의 작품을 두고 만화사의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한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시작한 그의 대표작
<아크메 노벨티 라이브러리>
연작과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아이 지미 코리건>
(이하
<지미 코리건>
)만으로 세계 만화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이다.
눈에 띄는 그림의 만화
<지미 코리건>지미>
<지미 코리건>
은 92년부터 대략 40페이지 안팎의 얇은 책들로 내오던 연작들을 한 권으로 묶은 책이다. 가로 20cm, 세로 16.5cm에 380쪽 분량의 이 책에서 우선 눈에 띠는 게 그림이다. 사실 만화로 포장되어 있지만, 이 책에는 기존의 만화에서 볼 수 없는 요소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그 요소들이 너무도 새롭고 강렬해 보는 사람의 눈을 황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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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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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풍의 색면들이 주는 즐거움
먼저 이 작품의 일차적인 포인트인 그림을 살펴보자. 모든 그림들이 면 단위로 단일한 톤의 색을 입혀 놓아 일러스트에 가까운 느낌을 갖게 한다. 그렇지만 이 일러스트 풍의 색면들이 주는 즐거움은 이루 형언할 수 없이 풍부한 뉘앙스를 담고 있는 중간색의 창안에서 비롯된다. 마치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그 모든 색조를 다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그 절묘한 중간색들의 배합이란...! 그 풍부함이란...!! 그래서 380쪽 매 쪽마다 감탄을 연발하지 않을 수 없다.
칸과 칸사이의 심리적 뉘앙스, 시각적 긴장감
다음으로 주목하게 되는 것은 20x16.5cm의 작은 화면에 펼쳐지는 칸나누기의 마술이다. 작게는 한 페이지 전체를 하나의 그림으로 채우는 것에서부터 수십 개의 오밀조밀한 칸들이 빽빽하게 채워져 있는 것에 이르기까지 칸과 칸을 엮어내는 크리스 웨어의 솜씨는 거의 마술에 가깝다. 칸과 칸 사이에서 펼쳐지는 미묘한 심리적 뉘앙스와 시각적 긴장감은 스토리가 전개되는 맥과 같이 하여 씹고 또 씹게 만들며, 거기서 우러나는 맛은 정교함과 정갈함, 그리고 기발함, 그리고 숨을 멈추게 할 듯한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우리가 생활 속에서 감지하지만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그 시간의 흐름이 몇 칸 속에 표현되고 있는 것을 보노라면, 만화가 칸의 예술이라는 정의를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꿈속의 또 다른 자아, 로보트 오려만들기 작업
<지미 코리건>
은 표지싸개부터 독특하다. 지미가 꿈 속에서 만난 또 다른 자아인 로보트를 오려만드는 작업이 표지싸개 한 귀탱이에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오려볼 수 있는 이 오려만들기 작업은 책의 도처에서 만날 수 있다. 이미
<쥐>
의 작가로 유명한 아트 슈피겔만 부부가 기획한
<호롱불>
(소금창고 출간, 2001)의 앞뒤 표지 안쪽에서 크리스 웨어가 만든 기발한 자동차경주게임판과 단어놀이게임판이 우리에게도 소개된 바 있지만, 크리스 웨어는 기존의 게임판과는 차원이 다른 놀이 작업을 계속해서 선보이고 있다.
호롱불>
쥐>
지미>
지독한 생활언어와 슬랭, 중얼거림과 머뭇거림, 감동적 스토리
고백하건대, 사실 이 글을 쓰기 전까지 필자는
<지미 코리건>
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통독한 적이 없다. 우선 그림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즐거워 스토리와 텍스트에까지 미처 관심을 둘 만한 여유가 없었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단언컨대
<지미 코리건>
의 이야기는 정말로 감동적인 스토리다. 저자의 자전적인 스토리가 상당히 반영되어 있는
<지미 코리건>
의 이야기는 페이지와 페이지 사이에서 혹은 칸과 칸 사이에서 의외로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다. 현실과 꿈, 그리고 환상과 욕망 사이, 현재와 과거 사이를 넘나드는 그 경계를 꼼꼼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지독한 생활언어와 슬랭, 쉽게 그 뜻을 알아차릴 수 없게 하는 중얼거림과 머뭇거림 등이 원어의 독서를 꽤 어렵게 하고 있지만,
<지미 코리건>
의 스토리는 이 작품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야기를 다음 회에 소개하기로 하자.
글/김수기 현실문화연구 발행인(biensuki@chol.com)
92년 갤러리아미술관장을 역임하고 89년부터 96년까지 한국교원대 등에서 현대미술론이나 미술사, 미학 등을 강의하고, 96년부터 99년까지 광주비엔날레 전문위원으로서 디자인미술관 준비를 했다. 현실문화연구에는 92년도부터 참여하였고, 99년도에 대표를 맡게 되었으며, 2000년도엔 소금창고 대표도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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