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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보그걸' 사이트의 컬러풀 커뮤니케이션

2002-02-21

스타워즈….
웹사이트 시장에서 대기업의 사이트나 규모가 큰 프로젝트들을 두고 별들의 전쟁이 벌어지는 것은 다반사이다. 하지만 그 중에 규모도 규모지만, 디자이너들이 너무나 하고 싶어하는 프로젝트가 있다.
2001년 10월 두산잡지BU에서 발간하는 새로운 잡지 ‘보그걸’을 두고 치른 전쟁이 바로 그러하다.
그 결과, 신세대의 감성과 고급스러움, 새로운 디자인등 디자이너가 실험해보고 싶은 아이템으로 가득찬 사이트 ‘보그걸’의 전쟁은 ㈜이모션이 승자로 선정되었다.
하지만, 진짜 전쟁은 그 이후였다. 이모션 ‘보그걸’구축 팀이 스스로와 치룬 파란만장한 디자인싸움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글 : 임지선 (이모션 디자인 그룹 실장)
취재 : 이진실 기자 (whiskybar@yoondesign.co.kr)

정말, 꼭 하고 싶은 프로젝트란 게 있다.
왠지 끌리고, 안 하면 속상해서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그런 프로젝트 말이다. (^_^;;)
처음 voguegirl 사이트 구축과 관련된 제안의뢰를 받았을 때가 그랬다.
엄청난 에너지와 전투력으로 가슴이 두근두근거렸으니까.
반드시! 따내고야 말리라! (불끈!)

01. warming up
voguegirl 과의 첫 미팅.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정말 매력적인 느낌이었다.
새로운 브랜드, 유니크한 감성, 슬림한 타겟층. 온오프라인이 함께 연계되는 마케팅 플랜.
무엇보다도 잡지 자체가 주는 신선하고 발랄한 유쾌함이 좋았다.
‘좋았어!. 한번 뒤집어 보자!’
팀원들은 정말 즐거워했고 난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
신나게 하는 일은 결과도 좋은 법이니까!
앗싸!

그러나…

02. star wars
이모션을 포함한 5개의 에이전시.
Voguegirl을 위한 제안작업은 그 어느 때보다 숨가쁘게 진행되었다.
사실 어느 정도의 신경전이란 게 없을 수야 없는 법. 쟁쟁한 에이전시들이 붙었으니 결과야 어떻든 최선을 다했어..라는 말로는 스스로를 위로하기 힘들 것만 같았다.
그 엄청난 부담과 스트레스…
팀원들은 모두 voguegirl에 미친 듯이 매달렸다.
무엇이 이모션을 다르게 보일 수 있을 것인가!
클라이언트를 매료시킬 수 있는 이모션만의 스타일은 무엇인가!
매일매일 전략회의와 기획회의가 끊임없이 이어졌고 컨셉을 도출해 내는 과정들이 피를 마르게 했다.
누구나 생각해 낼 수 있는 컨셉은 안 되는 거야.
좀 더 다르게, 좀 더 다르게.
컨텐츠 기획, 마케팅 기획, 디자인 기획, 모든 것이 정말 새로와야만 했다.
크리에이티브. 아..난 솔직히 그 단어를 들을 때마다 머릿속에 비누거품이 나는 것만 같다.

그 어떤 프로젝트보다 많은 디자인 시안.
꼼꼼하게 수십 번도 더 챙겨 본 기획제안서.
수도 없이 뒤집고 다시 시작하면서 생긴 자신감과 확신.
입안이 바짝바짝 말라가던 두번의 PT.
그리고 결과를 기다리는 모두에게 하루하루가 천일처럼 느껴졌을 시간들이 지나갔다.

03 fighting!
‘축하드립니다. 이모션이 선정되셨습니다’
10월 26일 오전.
이모션을 선정했다는 클라이언트의 전화를 받고 팀원들은 모두 환호성을 질러댔다.
정말 짜릿했다.
지금도 그 때를 상각하면 너무 기분이 좋아서 소름이 돋는다. 백마디 말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_^;;) 그날, 업체 선정 소식을 듣자마자 전사에 뿌린 메일로 조금이나마 그 당시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04. start!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모든 프로젝트는 힘들고 어렵고 난해하다.
새로 창간되는 잡지를 위한 사이트. 온라인만의 유니크한 매력이 살아있어야 하는 곳.
Voguegirl에 대한 기존의 어떤 스타일도 없다는 것이 팀원들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제안서를 기반으로 실질적인 사이트 기획에 들어갔고
무엇보다도 중점을 둔 부분은 Voguegirl의 eBranding과 새로운 trend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일단 신규 브랜드에 대한 홍보와 기대감 붐업을 위해 플래쉬로 구현되는 간단한 형태로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스타일의 Parking page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기본적인 컨텐츠 구성안과 사이트 런칭전략이 세워지고 차츰차츰 온라인 Voguegirl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가속이 붙어가기 시작할 때쯤.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비중이 큰 부분 중의 하나인 디자인전략을 세워가기 시작했다.
정말.많은 시안들이 만들어 졌다.
그리고.너무나 힘들었다.
처음 생각했던 스타일처럼 포토 비주얼이 강화된 시안은 작업 중간에 사진의 저작권 등의 문제로 포기해야만 했고 캐릭터 개발에 대한 부분들도 작업 막바지까지 결정에 난항을 겪었다.
최종적으로 캐릭터 컨셉이 도출되고 사용 방향에 대한 정책이 나오게 된 후에는 결국 다시 새로운 디자인을 생각해야만 했으니까..
정말이지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는 스타일에 대한 방향성에 대해 수도 없이 많은 혼란을 겪었던 시간들이었다.어림잡아 스무 개가 넘는 시안 작업으로 디자이너들은 조금씩 지쳐갔고,클라이언트는 만족스럽지 못한 디자인에 대해 계속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변명 같겠지만…솔직히 시안들은 모두 괜찮았었다.

죽고싶었다.
정말 멋지고 근사하게 해내고 싶은데.. 도저히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스타일에 대한 감이 오지 않는 것이었다. 디자이너라면 조금씩 겪어보았을 딜레마. 나도 팀원들도 클라이언트도… 헤어나오기 힘든 늪에 빠진 기분이었다.
그러나, 뜻이 있다면 길이 있다고들 하지 않는가?
결국, 시안은 3가지로 좁혀졌고 클라이언트 실무진들과의 협의가 이루어졌다.
그래그래, 이제 한가지로 결정만 난다면 다시 한번 파이팅이다!!
사장님께 최종 프리젠테이션을 남겨놓고 모두들 숨을 고르고 있었다.

12월 18일.

05. Oh! My god!
결론적으로 사장님 프리젠테이션은 실패였다.
디자인은 정말 좋은데. Voguegirl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다시 원점.
그렇다면 Voguegirl 은 무얼까.
무조건! 죽었다 깨어나도! 잡지 창간 1달 전에는 오픈을 해야만 한다.
그런데 겨우 한달 남짓 남은 기간..
디자인은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는데..프로젝트 매니저로서 모두에게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심란해 하고 주눅들어 있기에 절대적인 시간이 너무나 부족했다.
시간에 쫒기고 계속되는 작업에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만큼 지쳐갈 때쯤.
드디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메인 디자인이 결정 났다.
아…다행이다..오픈은 하겠구나... ㅜ_ㅜ.

그러나, 마음은 너무나 무거웠다.
정말이지 끔찍하게도 마음에 들지 않는 디자인...
이런 Voguegirl을 보여주기 위해서 지금까지 그렇게 고생해 왔다니..
스스로에게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오픈은 해야 하는데.. 팀원들의 사기도 거의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을..

메인 디자인이 결정 난 다음 날.
퇴근시간이 훨씬 지난 밤 11시.
3시간 가까이.. 다들 퇴근한 사무실에서 혼자 눈을 부릅뜨고 결정된 Voguegirl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건 아니다..이건 아니야..
낮에 팀원들의 표정에서도 읽을 수 있었다.
모두들 맘에 안 드는 것이다.

엄청난 갈등이 생겼다.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
좋아.
어차피 사나흘. 더 늦어진다고 해서 사이트 오픈을 못할 건 아니다.
하기 싫어서 억지로 하느니 신나게 즐겁게 할 수 있도록 하자.
한번만 더! 생각해 보자.

다음날 아침. 팀원들을 모아놓고 신념에 가득 차서 내 생각을 말했다.
디자이너들도 모두 좋아하며 찬성했다. 우리는 곧바로 디자인 아이디어 회의에 들어갔고 몇 시간의 릴레이 회의를 거쳐 만족할만한 컨셉을 잡아냈다.
Voguegirl 캐릭터와 Voguegirl 세상. 일러스트 캐릭터와 포토 비주얼을 합성한 스타일.
온라인 상에서 Voguegirl 만의 가상의 세상을 보여주는 컨셉 이었다.
아이디어가 쏟아졌고 모두들 들뜬 기분으로 새로운 디자인 시안을 잡기 시작했다.
자칫 지나치게 큐트 할 수 있는 캐릭터의 비중을 조절하면서 포토 비주얼과 깔끔한 일러스트를 보여주는 디자인을 채택했고, 무엇보다도 컬러!
과감하고 자칫하면 리스크가 너무 클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지만…그래도 한번 해보기로 하고 파격적인 컬러매치를 선택해 디자인을 전개 시켜 나갔다.

그리고 클라이언트에게 알리는 것은 내 몫이었다.

“도저히 지금 결정된 디자인으로는 작업을 진행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정말 맘에 안 들거든요. 방금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작업해서 내일 오전 중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마음에 안 드실 수도 있겠지만 믿어 주세요. 마음에 안 드신다고 해도.. 저희는 그냥 새로운 디자인으로 갈 겁니다. 오픈 하고 도저히 싫으시다면 차라리 다시 메인을 갈겠습니다.”
나름대로 너무나 비장하지 않은가? 하하.

잊지 못할 것 같다.

클라이언트는 새로운 디자인에 너무나!!!! 만족했고.
팀원들은 다시 처음 같은 활기와 에너지로 생기를 되찾았다.
디렉팅을 하면서 그 순간처럼 뿌듯했던 경우도 흔하지 않았던 듯 싶다.
나나 팀원들 모두 그 동안의 맘 고생과 불면의 밤들이 몽땅 날아가 버렸으니까.

06. go! go!
자아~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멋대로 다시 잡은 디자인 덕에 시간은 더 촉박해 졌지만 다행히 의욕적인 마인드로 중무장 되었으니 두려울 게 없었다!
디자이너들과 코더들, 기획자, 개발자. 모두들 정신 없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일사천리라는 말이 정말 실감나는 프로젝트였다.
메인 디자인이 결정 나고 다른 페이지들에 대한 컨펌도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무엇보다도 클라이언트들이 보여주는 믿음이 너무나 큰 힘이 되었다.
차근차근.
1월 25일 오픈이 다가왔다.
세상에 Voguegirl을 보여주기 위한 시간.


07. open!
복잡하고 험난했던 것에 비해 사이트 오픈은 비교적 편하고 쉽게 진행되었다.
다행히 반응도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무척 좋았다!.
무엇보다도 신이 났던 것은 타겟 층의 호의적인 반응들이었다..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파격적인 컬러와 아기자기한 일러스트. 온라인의 매력이 넘치는 강화된 커뮤니티에 대한 호감들을 축하메시지를 통해 직접 접할 수 있었기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입장에서의 보람이 더 크게 느껴진 부분도 있었고 말이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90% 이상의 성공이었다.
흑흑..ㅠ_ㅠ
나이 서른이 다 된 나와 20대 중반의 팀원들이 파릇파릇 1821세대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성공한 것이니 얼마나 기뻤는지..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2월 18일 잡지 창간과 함께 다시한번 Voguegirl이 업그레이드 되어야 하니까. ^_^


08. episode
오늘부터, 소녀졸업!
드디어 2월 18일~
새로운 이벤트와 플래쉬 매거진 작업을 끝으로 파란만장했던 Voguegirl프로젝트가 완료되었다.
너무나 신나는 것은 Voguegirl 잡지 역시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발간 하루 만에 대형 서점에서 모두 팔려나갔다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_^

온 오프라인에서 직접적으로 고객의 반응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 너무나 유쾌했고
처음 프리젠테이션부터 3달여 동안 함께 해 오면서 팀원 모두가 많은 것을 생각하고 얻었던 프로젝트였다.
무엇보다도 Voguegirl이 맺어 준 두산잡지BU 클라이언트와의 소중한 인연.
에이전시와 클라이언트와의 업무적 관계를 떠나 정말 좋은 사람들과 멋진 프로젝트를 함께 해 왔다는 것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진정한 에이전시란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니라 오너쉽을 가지고 함께하는 파트너일 때 더욱 더 빛이 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 Voguegirl 프로젝트와
함께 했던 모든 팀원들, 그리고 두산잡지BU 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미니 인터뷰]


보그걸’사이트는 기존 10대잡지 사이트의 인터페이스와는 많이 다른데, 어떤 기획의도가 있었는지
보그걸 사이트가 추구하는 인터페이스는 관리자 업데이트의 부담을 줄이고 커뮤니티를 강화하자는 것이었다. 보그걸 잡지와는 달리 웹에서 살릴 수 있는 인터랙티브라는 특성을 잘 활용하여 독자들에게 오프잡지와는 또 다른 재미와 붐을 형성해 주는 것이다. 온라인 컨텐츠가 오프잡지와 독자성을 가지는데 80%가 참여할 수 있는 게시판기능이다.
Cool Girl Cool Boy라든지 커플커플등 다이렉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고, 잡지모델처럼 자신의 모습을 출력할 수도 있는 인터랙티브 하면서도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이 가미되었다.

칼라가 무척 튀던데, 어떤 컨셉으로 제작되었나.
'보그걸'의 메인칼라는 보그걸 더미판이나 홍보용 플랫카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더 현란한 형광핑크이다.
아이덴티티를 통일시키기 위해 같은 형광핑크를 주로 사용하되, 웹칼라에 맞게 적용시켰다.
그 외 칼라톤은 작업한 디자이너들이 쓰고 싶은 칼라들을 쓴 거다. 이번 작업 때는 디자이너들이 시안작업에서 엄청 힘들었기 때문에 세세한 부분들은 일일이 터치 하지 않고 맡기고 진행시켰다.
그래서, 디자이너들이 더 책임감있고 즐겁게 작업한 것 같고, 성과도 좋은 것 같다.

제작 기간 중 가장 힘들었던 때는?
마지막으로 결정된 시안을 내가 뒤집을때였다.
클라이언트에게 컨폼이 떨어진 안을 스스로 뒤집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잘 하고 싶었고, 의욕있는 작업이었다. 오픈 시기를 한치도 연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시안을 20개가 넘게 만들고, 결정이 늦어지는 것은 피를 말리는 심정이었지만 많은 시도와 마지막 결단으로 흡족하게 프로젝트를 완료한 듯 싶다.

많은 웹디자이너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면접을 볼 때 정말 이모션을 선망하는 반짝이는 눈들을 본다. 물론 좋은 일터를 선망하고 바라는 것이나 열심히 하고 싶다는 열망이 참 사랑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자신이 일하는 일터를 모두가 선망하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열의, 자신이 선망의 대상이 되겠다는 결의를 가지는 디자이너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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