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0-30
무서운 20대 평가단이 까르르~~~
ID10100은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20대의 정체성을 나타내고자 ‘20’을 이진법으로 환산한 20대의 대표 ID로서 20대의 생각과 고민에 대해 서로 공감하고 더 나아가 서로의 희망을 공유할 수 있는 삼성이 마련한 인터넷상의 장으로 20대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다.
1,2,3차를 거치면서 ID10100은 20대들의 많은 반응을 이끌어 내었고 여러 분야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반면 새로운 스토리의 업데이트 요구 뿐만 아니라 사용자 편의성을 비롯한 스토리텔링 방식의 구조나 사이트 운영에 대한 새로운 변화가 기대 되고 있었다.
제4차 ID10100을 위한 RFP를 받고 고민이 시작되었다. ‘뭐 새로운 거 없을까!’ 기존의 1,2,3차 ID10100을 분석 해 보며 회의는 계속 되었다. ‘세번이나 같은 방식의 스토리텔링 이었어….’ 언제나 그렇듯이 시간이 촉박했다. 클라이언트를 깜짝 놀래 줄 아이디어와 디자인 시안이 필요했다. 20대! 그 까다로운 20대를 만족시켜야 하는데…
우리는 제안서의 일반적인 폼을 포기했다. 우리는 오직 20대가 공감할 수 있는 사이트에만 집중했다. 그래야만 사이트 본래의 취지도 살릴 수 있고 당장 클라이언트만을 만족시키는 제안보다는 20대와의 공감을 최우선으로 하는 우리의 선택이 결국은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Presentation Room에는 Presentation을 평가할 삼성, 제일기획과 20대 평가단이 기다리고 있었고 Presentation이 시작되었다. 고개를 끄덕이면 수긍하는 얼굴들이 보였다. ‘Neo Classic’ 이라는 에피소드의 디자인 화면이 Presentation Room의 하얀 스크린 가득 열리자 20대 평가단과 참석자들이 결국 까르르~~~ 웃고 말았다. 이미지드롬과 20대의 마음이 통하는 순간이었다.
20대의 이유있는 선택 Alternative
ID10100이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하는 사항은 20대들에게 전달 할 소재, 메시지와 이를 표현하는 새로운 시도들이라고 생각 되었다.
‘친구동생이 시티뱅크를 그만 두었고 레스토랑 매니저라는 꿈을 위해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서빙을 하며 일을 배우고 있었다. 기성세대의 시각으로는 이해 하기 힘들 수 있는 부분이었다.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둔 20대의 선택에 인생을 더 살아봐야 한다고 매섭게 질책 할지도 모를 일 이었다.
친구 동생 이야기 속에 20대의 특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자기의 꿈을 위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과감하게 벗어 던지는 용기’ 이것을 정리, 발전시켜 나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국 20대의 사고나 행동양식을 잘 들여 다 볼 수 있는 상황이 ‘선택’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것은 관념의 선택일 수도 단순 상황의 선택일 수도 있다. 여러가지 다양한 경우가 존재한다. 무엇을 선택하는 가에는 그 사람의 단순 기호에서부터 인생관, 가치관 등 선택한 사람의 많은 부분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Alternative’라는 키워드를 통해서 그들의 선택에는 이유와 가치가 있으며 20대 그들에게는 언제나 또 다른 대안이 있다라고 응원을 보낸다는 컨셉이 정리 되었다.
이러한 스토리는 현실에서 일어난 실화적인 내용으로 구성함으로써 다른 길을 가고 있는 내가 아닌 또 다른 20대의 모습이지만 본인의 이야기라고 충분하게 공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로 구성되었다.
새로운 각도의 구조, 네비게이션 그리고 운영
ID10100은 1,2,3차를 거치면서 내용, 형식, 표현방식등에 있어서 스타일이 생겨났다. 이러한 스타일은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였지만 문제점도 발견된 것이 사실 이였다. 그 동안 ID10100이 보여 주었던 새로운 시도들의 사용자 학습효과에 따른 신선도 저하, 네비게이션나 에피소드 진행방식 상에서 사용자 어려움을 초래했던 부분들을 극복해 보는 시도들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사용자 편의성만 생각하고 사이트를 만들 수는 없었다. 단순히 스토리를 통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만이 목적이라면 사용자 편의성을 최대한 고려하여 네비게이션도 편하고 누구에게도 명확하고 익숙한 HTML구조를 바탕으로 스토리라는 메뉴버튼을 클릭하면 스토리가 나오고 메시지를 클릭하면 ‘20대 당신의 이유 있는 선택을 응원합니다’라고 확실하게 보여 주면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이 어떤 감성의 자극을 가져 올 수 있겠는가? 조금은 불편할 수 있지만 메시지에 도달하려는 20대의 감성을 더욱 세심하게 부축해 줄 수 있는 접근은 사용자 편의성 때문에 쉽기 포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이다.
1,2,3차에서는 웹의 특성상 스토리를 전달 함에 있어서 하나의 에피소드를 여러 단위로 분절 시켜서 사용자에게 제공하였고 앞의 내용을 인지해야만 다음 내용을 인지할 수 있는 시계성 및 연계성으로 짜여진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이로서 전체 스토리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에피소드 분절을 상당한 로딩시간을 기다리며 순차적으로 모두 보아야만 했고 이는 사용자 인내심을 요구하는 부분으로 지적 되기도 하였다.
따라서 4차에서는 하나의 대주제인 ‘Alternative’ 아래 서로 시계성이나 연관성이 없는 짧지만 주제전달이 용이한 분절적 스토리로 구성함으로써 전체 내용을 모두 보지 않고도 부분적인 이해만으로도 주제 전달이 용이한 구조를 설계하여 1,2,3차의 약점들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기존에는 사용자 참여가 전혀 없이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만을 하였다면 이번에는 각각의 스토리와 함께 ‘Let’s Talk Together’라는 게시판이 제공되어 해당 에피소드에 관한 공감대가 형성 될 수 있도록 하였으며 “Send to friend’라는 기능을 통하여 에피소드를 친구에게 보내어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하였다.
* 전체 구조는 Prologue, 시계성이나 연관성이 없는 3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 된 Body, Epilogue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운영방식에 있어서도 1,2,3차에서 오픈 당시 받았던 관심을 3-4개월의 에피소드 유지기간 동안 지속시키지 못하고 있다가 새로운 버전을 오픈 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사용자 관심을 유도하기 위하여 주 단위로 총 30개의 에피소드를 추가 오픈 하는 운영 플랜을 계획하였다.
이로써 일상적이며 고정적이어서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구조 속에 준비되어 있던 컨텐츠를 경험하는 컨텐츠 중심의 사이트를 넘어서서 새로운 구조, 네비게이션, 운영 플랜, 사소하게는 에피소드에 숨겨 둔 스크린세이버 다운로드 등의 예외성을 통하여 사용자가 컨텐츠를 접하게 되는 과정 자체에서도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사고를 여는 디자인
에피소드가 실화이고 흥미성이 충분하여 20대가 공감할 수 있는 여러가지 요소가 충분하다고 하여도 일단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비주얼적 표현이 그들이 감성코드와 잘 맞아야 했다.
하나하나의 에피소드가 짧긴 하였지만 로딩시간 등 그 동안의 사용자가 겪었을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기존의 방식처럼 여러 플레임을 할애하여 스토리를 마치 동영상처럼 보여 주는 Quick Motion Style의 표현은 피하기로 하였다.
또한 영화처럼 스토리를 자유롭게 보여 줄 수도 없기 때문에 스토리 자체를 사실적으로 표현하여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시도는 웹상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이로 인하여 비주얼적 표현은 효율적인 면이나 감성적 접근의 용이성면에서 에피소드가 전달 하고자 하는 주제를 사용자가 생각하고 느낄 수 있게 유도하는 간접적이고 은유적인 방식을 채택하였다. 그리고 구체적이며 정확한 내용 전달은 각 에피소드의 스토리 페이지의 텍스트를 통해서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이러한 표현 과정 속에서 감성적 접근을 위한 크리에이티브의 시도와 웹이라는 매체의 특성이 상충되는 부분을 해결해 나가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메시지 전달이라는 목표를 단순하게 달성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20대가 더욱 공감하고 좋아할 수 있도록 포장하는 단계에서 웹이 가지는 네비게이션이나 로딩시간 등 여러가지 매체의 특성과 부딪히게 되는데 이를 앞에서 말한 구조, 네비게이션, 운영방식 등의 즐거움으로 재포장하는 어려움이 컸다.
20대 감성연습이 필요한 우리
사이트의 컨셉, 구조, 비주얼, 운영플랜 등 대부분의 요소가 이미 Presentation을 통해 결정 된 상황이었으나 대행사를 통한 클라이언트 컨펌 등 진행과정에서 다소 시간이 소비되면서 상대적으로 제작 시간이 많이 부족했었다.
우리가 가장 아쉬운 점은 짧은 제작기간으로 인한 작업자들의 제작물에 대한 아쉬움도 있지만 처음 의도와는 조금은 달라진 듯한 사이트의 모습이다. 처음부터 20대를 철저하게 고려했고 20대들에게 자유롭게 느끼고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고 싶었던 의도가 회원가입이라는 프로세스로 조금은 사용자의 불편함이나 자유로움을 막고 있지는 않은지… 무시할 수 없는 현실과 끝없이 베풀어주고 싶은 사고와 표현의 자유속에 갈등 하게 된다.
매주 계속해서 오픈 되고 있는 다양한 20대의 삶의 모습을 담은 에피소드와 진지하게 서로의 사고를 공유하는 그들의 활동을 지켜보며 가슴 뿌듯함을 느낀다.
ID10100은 분명 20대들의 사고의 쉼터이고 나를 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의미 있는 공간이다. 정보 중심의 딱딱한 프로젝트들 속에서 이러한 또 다른 느낌의 감성적인 작업이 다시 한번 나를 뒤돌아 보게 한다
세대를 넘어서 항상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우리 기획자나 크리에이터들은 언제나 내 안에 내재한 20대 마인드와 감성을 가꾸어 나가야 하는 과제를 잊지 않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