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4-24
사람들은 언제 휴대폰을 사용할까? 당연한 얘기지만 전화 받거나 걸 때 쓴다. 하지만 이제 휴대폰은, 이미 그 자신을 넘어선 디지털 미디어 컨버젼스에 가깝게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음성통화에서 벗어나 데이터 통신, mp3기능, 디지털 카메라, 게임기 등 여러 가지 기능들이 접목된 종합기기로서 신세대들의 취향과 개성을 보여주는 문화상품으로 생활에 녹아 들고 있다. 이렇게 휴대폰은 이미 너무도 다양한 기능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되고 있고 다양한 기능으로 활용 되는 모습은 전 세계의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 되었다.
삼성이라는 브랜드 가치와 삼성 모바일이라는 브랜드 가치는 수치로 헤아리기 힘들 만큼 전세계적인 인지도를 지니고 있다. 세계 굴지의 통신회사들이 포진한 유럽시장에서도 삼성이라는 이름은 명품으로써의 가치를 당당하게 지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삼성의 휴대폰이 유럽시장에서, 유럽인들의 일상생활에서, 다른 모바일 기기들을 제쳐두고 어디에 어떻게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까. 여기에 이 사이트가 존재하게 된 중요한 포인트다. 이런 포인트는 일반 고객들에게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기술 박람회인 세빗(CeBIT)에서도 사이트의 스토리 텔링을 제공해 삼성 휴대폰의 다양한 기능들을 자연스럽게 전달하고자 했다.
이 두 가지가 우리가 mobile Experience 사이트를 기획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사항이었다. 우선은 한국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유럽 사람들의 관심사나 생활 패턴에 대한 조사가 필요했다.
이러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그들에게 호감이 갈 수 있는 스토리를 구상하는 두 번째 단계로 넘어가게 되었다.
유럽의 문화와 민족성을 어느 정도 이해한 우리들은 이제 클라이언트가 요청했던 휴대폰의 기능에 대한 정확하게 수치와 버튼 클릭 등을 통한 정보 전달 사이트가 아닌 사이트의 콘텐츠를 이야기나 짧은 드라마를 보듯 보면서 그 안에 삼성 휴대폰의 활약을 담기 위해 구체적인 기획에 들어갔다.
유럽의 많은 국가에서 보게 될 사이트임을 고려해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구성 해야 했던 우리는 두 가지 아이디어를 내게 되었다.
a안으로도 여러 가지 아이디어와 스토리텔링이 진행되었으나, 자칫 휴대폰의 다양한 기능을 정직하게 전달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목적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판단으로 b안을 구체화 시켜 작업을 진행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렇게 기획의 가장 큰 방향을 설정한 후 가족과 친구, 그리고 축구를 좋아하는 유럽인들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위해 각자 다른 에피소드로 스토리 텔링을 해 보거나, 핸드폰 기능을 담고 코믹하게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등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와 방법이 제시 되었다.
그 중 가족과 친구를 중시하는 유럽인 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공감갈 수 있는 하나의 일상 스토리에 4개의 기능을 담는 것으로 방향이 정해졌다.
이젠 삼성 휴대폰의 다양한 기능 중 위의 4개의 기능을 자연스럽게 풀어 낼 수 있는, 즉 사이트의 가장 중요 콘텐츠인 스토리와 최대한 정교한 콘티를 잡는 일이다.
사이트의 주 타겟 유저들이 가장 공감이 갈 수 있는, 친구들과 사랑하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로 뼈대를 잡고 구체적인 스토리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보다 파티 문화가 발달했다는 점과 사랑에 대한 표현이 좀 더 자연스럽다는 점에 착안해 “파티에서의 깜짝 놀랄만한 프로포즈”라는 주제로 스토리를 잡고 필요한 인물을 만들어내고 이야기를 만들어갔다.
유럽 문화를 이것 저것 조사해서 이렇게 잡은 구성안이었지만 역시나 100%이해하기는 어려웠었다. 내부에서 잡았던 스토리는 유럽 현지인과의 회의를 통해 많은 부분들이 수정되었다.
그렇게 수정된 스토리는 4명의(남2, 여2)주인공들의 우정과 사랑의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이렇게 구성되고 결정된 스토리를 어떻게 보여줄까 즉, 방법적인 부분을 고민하던 우리는 전체 스토리 촬영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우리가 생각하는 장면을 사진 작가, 클라이언트와 충분히 공유하기 위해 콘티작업을 진행했다.
최종적으로 Creative Writer가 작성한 스토리 라인에 따른 이미지 수급이 필요하게 됨에 따라 스토리텔링에 필요한 장소 및 모델의 촬영이 선행되었다.
세빗(CeBIT) 전시회를 앞둔 최종 작업 3주 전, 시간이 촉박한 가운데 본격적으로 촬영을 위한 사전 섭외가 마무리 되면서 비용을 최소화 하기 위해 ‘하루’라는 빠듯한 촬영 일정 이 잡혔다. 그로 인해 약 8시간 동안 콘티에 따른 일련의 모든 과정들을 마쳤다.
워낙 다양한 장면들이 많아 포토그래퍼를 비롯한 모든 스텝들이 한 순간의 시간낭비도 허용되지 않는 빠듯한 촬영이었다. 장소를 헌팅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장소의 큰 이동 없이 한 장소에서 세련된 유럽스타일의 다양한 공간의 모양을 담아낼 수 있을까?’에 대한 여부였다. 이렇게 결정된 곳이 서울의 한 호텔. 최근 드라마에서도 나온 적이 있어 몸값이 꽤 뛰어 있었던 상태였지만 공간의 다양성과 방마다 차별되는 인테리어 때문에 최종 결정하게 되었다.
오프라인 광고와는 다르게 웹에서 필요한 이미지의 경우 시퀀스의 개념으로 접근할 수 있다. 동영상 시퀀스라는 가장 집중도 높은 매체를 적극 사용하려고 하였으나, 한국과는 확연히 다른 유럽의 인터넷 환경을 무시할 수 없었다. low bandwidth와 broad bandwidth처럼, 두 가지 버전이라는 대안이 있기는 하지만 물리적인 시간의 제약으로 하나의 버전, 그리고 스틸 사진만으로 모든 경험들을 표현하고 만들어내야 했다.
동영상처럼 모든 프레임을 다 보여줄 수 는 없기 때문에 스토리 라인에 따른 화면의 구성, 인물의 위치나 행동, 플래시 작업을 위한 시선의 이동을 고려하여 정교하게 촬영이 이루어져야 했으며, 그때그때마다 현장에서 사진작가와의 수많은 조율이 이루어졌다.
게다가 좀 더 높은 퀄리티의 사진을 얻기 위해 스튜디오 플래시 조명이 아닌 영화 촬영 조명을 이용하였고, 시간과 장소의 이동에 따른 의상의 변화와 장소사용의 시간적 제약 때문에 6시간을 단 한번도 쉬지 못하고 촬영팀, 조명팀, 의상팀 그리고 모델 모두가 집중하여 작업해야 했다.
이렇게 제작된 소스를 바탕으로 전체 디자인 컨셉을 잡기 위해 접근한 최초의 방식은 스토리를 하나의 이미지로 표현하기 보다는 수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삼성휴대폰의 여러 기능적인 측면을 경험을 통해 나타낼 수 있는가에 맞추어졌다. 세상에 넓게 펼쳐져 있는 수많은 사진 속 이야기를 새롭게 sorting하고 그것이 새로운 내러티브와 이미지를 창조해나가는 과정을 디자인과 모션에서 느낄 수 있도록 작업이 진행되었다.
이러한 컨셉을 바탕으로 제작된 프로토타입을 종합하여 사용자에 반응할 수 있는 네비게이션과 각 이야기들간의 상호작용을 유념하여 메인 비주얼에 접근하였다. 컨셉을 압축하여 보여줄수 있는 인트로 플래쉬 무비를 비롯하여 다섯 개의 스토리를 썸네일로 압축하고 이 다섯 가지의 스토리가 서로 엉켜있는 sphere line으로 연결시켰다. 각각의 단독적인 스토리가 아님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였고, 마우스의 움직임에 따라 line의 커브점이 바뀌는 간단한 팁으로 동적 이미지를 구현하였다.
마우스를 오버하면 해당 썸네일이 확대 되고 클릭하면 다른 스토리들은 화면 밖 좌표로 흩어지게 된다. 그리고 하나의 대표 이미지는 세포가 분열되듯이 해당 스토리의 여러 개 썸네일 이미지로 분해된다. 이것들이 다시 모이면서 하단에 새로운 타임라인을 형성하게 된다.
이제는 너무 흔해져 버린 “경험”과 이른바 브랜드의 새로운 내러티브를 소지하고 있는 스토리 텔링을 어떻게 부각시키는가에 대한 방법은 아직도 많은 부분이 숙제로 남아있다. 매번 영화사이트나 브랜드 프로모션에서 심심치 않게 이루어지는 이러한 일련의 작업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점은 상품 그 자체의 소개를 메인 스토리로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상품에 담겨져 있는 의미나 혹은 새로 만들어낸 개인적인 이야기를 통하여 몰입시키고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일련의 요소를 찾는 어려움일 것이다.
딱딱하고 상업적인 마케팅의 기능과 인간적인 이야기를 결합하기 위한,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 가능한 데코레이션이나 불필요한 요소들을 모두 제거하였고, 영상을 삽입시킬 수 없는 환경을 고려하여 화면을 전체적으로 채울 수 있는 크고 간결한 크로핑과 가독성 높은 폰트의 사용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스토리를 짜는데 주력하였다.
게다가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 런칭되는 사이트이며 본토의 느린 인터넷망을 고려한 만큼 용량과 cpu 점유에 대한 문제를 줄이기 위해 플래시 이미지 압축률을 최대한으로 하였다.
에피소드 하나를 클릭했을 때 읽어 들이게 되는 썸네일 10개의 총 용량이 50KB도 채 안되게 가볍지만, 유럽의 서버에서 preload하는데 꽤 시간이 필요할 정도로 현지 서버라인의 속도가 생각보다 상당하여, 이미지의 퀄러티와 용량을 조율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어떤 부분을 user들에게 재미있게 내세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Tell a Friend(친구에게 알리기) 부분에까지 미쳤다. 단순히 주어진 메일폼에 제목과 내용을 적어서 친구들에게 딱딱한 메일을 보내는 것 이상의 감성적인 경험을 제공해주고 싶었다.
메일을 쓰면서 사용자의 경험이 발생될 수 있는 부분은 ‘키보드입력’단계가 아닐까. 이 입력단계에 ‘수많은 경험들의 결합과 분해’라는 사이트 전체의 비주얼 컨셉에 걸맞는 감성을 더했다.
일명 ASCII 코드로 불리워지는, 키보드에 존재하는 모든 기호, 숫자, 영문 알파벳 등을 썸네일로 만들어, 간단한 모션과 함께 삼성 모바일 경험을 조합한 비주얼을 사용자가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메일을 받는 사람들은 딱딱한 메일이 아닌, 삼성 모바일 경험의 여러 조각들을 간접 경험하며 ‘파급’이 일어난다. 사용자의 창의력에 따라 이 글자조각들로 다양한 모양도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이 Tell A Friend 는 재밌고 참신한 시도라는 좋은 반응에도 불구하고, 런칭되는 현지의 서버와의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 등으로 아쉽게도 함께 런칭되지는 못하고 보류되었다.)
이번 삼성 익스피리언스 프로젝트에서는 휴대폰이라는 기계의 기능적인 부분에 초점을 두기보다 좀 더 감성적인 접근으로 우리들의 일상생활에 휴대폰의 기본적인 기능을 비롯한 다양한 기능의 활용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여 넣을 수 있는지에 중점을 두었다.
그리고 이렇게 휴대폰이 일상 생활 속의 다양한 활용이 해외에서도 동일하다는 사실, 그 중심에 우리나라 브랜드인 삼성이 있다는 사실이 짧은 시간 안에 많은 프로젝트 인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작업하게 하는 하나의 원동력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STAFF
Creative Director : 이한
Project Manager : 임수현
Planner : 박찬헌
Flash, Action Scripter : 박상우, 방윤수, 김유경, 윤대규, 차정미
3D Designer : 장령
Depeloper : 박종우, 배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