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9-13
남의 홈페이지를 찾아 다니는 것.
나와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그들이 지금까지 이룬 것은 무엇인지, 그는 나를 모르지만 나는 그를 알고 있다.
그것을 일종의 관음증이라고 말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지금 소개될 김태중 작가의 홈페이지는 기자의 관음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화려한 원색의 홈페이지(http://fromydream.net)에 있는 100장이 넘는 일기들과 사진들을 보며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기 때문이다.
유쾌할 것만 같은 남자, 하지만 결코 가벼울 것 같지는 않은 그런 남자.
대중과 가까운 작가로 알려져 있는 김태중 작가는 이미 수많은 미디어들을 통해 알려져 있다. 재미난 작업과 작업실, 그리고 매력적인 미남작가라는 것만으로도 그를 알고 있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김태중 작가는 사람들과 작업을 통해 이야기 하고, 그리고 홈페이지를 통해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취재 | 권영선 기자 (happy@yoondesign.co.kr)
홈페이지가 처음 만들어진 건 그가 작가로 데뷔하면서부터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곳은 김태중 작가에게 큰 의미를 가져온다. 작가로써의 포트폴리오를 홈페이지의 시작과 함께 모아두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겪어왔던 무수히 많은 일들을 일기장에 옮겨 놓았기 때문이다.
그가 대중적인 작가로 우리에게 알려질 수 있었던 이유도 홈페이지가 큰 몫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고전적인 작가는 이상한 사람이고, 사회에 부적응자고, 히스테리가 강한 사람으로 생각하는데 현대의 작가는 그런 작가들이 없습니다"는 그의 말처럼 그는 다분히 대중적이고, 유쾌한 사람이었다.
정신 없는 벽화, 그래피티를 연상시키는 그의 작업은 자유롭고, 젊은 느낌이 난다.
말 그대로 젊은 작가가 자유분방한 작업을 하는 데는 이유가 없었다. 다면, 표현되어지고, 공유되고 끊임없이 살아 움직일 뿐이었다.
그는 홈페이지에 끊임없이 작업물을 채우고, 스크랩하고, 사진 찍고, 일기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사진과 사생활을 드러내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 망가지는 것이 두렵지 않은 개성 있는 작가
외부와 단절된 채, 자신을 내보이기 싫어하는 작가이기 보다 자신의 색깔이 두렷한 개성 있는 작가로 남고 싶은 것이 김태중의 바람이다.
다양한 작업만큼이나 표정이 풍부한 그는 망가지는 것이 두렵지 않다. 작가에게 표정이 풍부하다는 것은 그만큼 감수성이 풍부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김태중 작가는 사진기 앞에서 절대 주눅들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을 표현하고, 드러내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홈페이지에 있는 메뉴 바 또한 그의 이런 성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 인간적인 냄새가 나는 재미있는 곳 만들기
넘치는 메뉴와 형형색색의 화려한 원색으로 포장된 그의 홈페이지는 단연 눈에 띈다. 무지개처럼 변화하는 개성 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드는데……
하지만, 많은 메뉴를 클릭하면 창이 안 뜨는 것이 많이 있다. 궁금한 기자가 이유를 묻자 그는 활짝 웃으며 ‘인간적이잖아요’ 라고 말을 하며 머리를 긁적인다.
어느 날 무심코 들어와서 클릭이 되었을 때의 즐거움을 모두에게 선사하고자 싶다고 말하는 그는, 이 곳을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재미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단다.
2001년부터 홈페이지를 만들어 지금까지 운영해 왔으니, 이 안에 있는 내용의 양은 짐작이 갈 것이다.
넘쳐나는 사진과 작품, 그리고 일기들은 하루를 꼬박 보아도 모자랄 판이다.
그는 2001년부터 매년 개인전을 열고 있으며, 그룹전시의 경우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참가했다고 한다. 실제로 개인전을 지난 5년간 계속 열고 있으며, 그룹전은 한 달에 한 두 번씩은 꼭 참여를 하고 있었다.
김태중 작가는 친구들을 만나거나,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작업을 하는데 할애한다.
그리고, 그 외에 시간에는 취미활동을 하기도 하고, 대중과 공감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한다.
많은 작가들이 그렇듯, 그는 그의 작품을 대중과 진정으로 즐기기를 원한다. 그런 이유로 그는 여러 전시를 통해 대중과 호흡하고 있었다.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전시는 무척이나 유쾌해 보인다.
예민한 감성으로 살아가는 그의 하루하루는 끊임없는 이벤트들로 가득하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이 김태중 작가에게 있어 삶의 모티브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다양한 일들이 그에게 있어서는 일기의 소재가 된다.
그 일기를 벌써 4년이 넘도록 써오고 있고, 그 일기장 속에는 그의 감성과 느낌이 가득 찬 그만의 작업물들이 함께 올라와 있다.
이 작업들이 모아 전시에 내 보내기도 하고, 그 일기의 일부가 또 다른 작업의 새로운 모티브가 되기도 한다. 그는 일기를 쓰는 것으로 인해 하루 동안 자신이 헛되이 살지 않았음을 돌아볼 수 있다고 한다.
인터뷰를 위해 일정을 물어보니, 언제든지 작업실로 찾아오란다. 그래서 대뜸 물었다.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세요?' 그러자 김태중 디자이너는 자신의 직업은 '작가'라는걸 강조하며 말을 한다.
그가 생각하는 자신의 정체성은 순수 회화작가이다. 그에게 있어 일러스트, 아트상품 제작과 티셔츠 제작은 단지 경제적 활동을 위해 병행하는 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작가라는 직업이 좋은 이유에 대해서는 묻자, 그는 얼굴에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작가로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이름은 알려질 테고, 옷과 아트상품 등은 작업물로 저절로 만들어지게 된다고 말한다. 세일즈를 따로 하지 않아도 되고, 어떻게 상품에 그의 작업이 활용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의 이론으로는 작가를 열정적으로 하면서 살면, 모든 일은 저절로 다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유쾌한 그의 이론에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정말, 좋아하는 일만 열심히 하는 그에게 있어 세상은 행복해 보였으니 말이다.
영혼을 자극하는 것은 모티브는 모두에게 다를 수 있다. 김태중 작가의 생각과 생활을 이루는 대다수는 그가 그 동안 그려오고 모아온 수집품과 그리고, 그 동안 그렇게 모아온 것을 보여주는 전시회와 홈페이지이다.
무엇인가 기록하고 모으는 그의 습관은 어린 시절 방을 가득 매운 장난감들을 정리하고, 종류별로 구분해서 모아온 습관으로부터 시작되었단다. 지금 그의 장난감은 종이 한 장과 펜 한 자루이고, 이 두 개만 있으면 무엇이든 기록하고, 구별해서 정리하고 즐길 수 있다.
Jungle : 엽기라는 말을 들을 것도 같은데?
엽기 코드는 아닌 것 같다. 재미있다는 말은 간혹 듣긴 하는데, 알고 보면 그렇게 재미있는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운전을 하거나 가만히 있을 때 인상을 써서 그런지 다들 무섭게 보기도 하고, 알고 보면 조금 진지한 것 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Jungle : 회화작업은 얼마 정도 했는가?
대학교를 2001년에 졸업하고 작가로 데뷔하면서 홈페이지를 함께 만들었다. 본격적으로 해보자는 마음에서 시작한 것이 어느덧 4년이 되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햇수로 5년째라고 하면 좀 오래된 느낌이 드는데 4년이라고 말하니, 오래되지 않은 느낌이 든다. 그냥 루키작가 김태중으로 불러주었으면 좋겠다.
Jungle : 많은 취미활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무선 자동 자동차에 한때 빠졌었다. 만들기도 하고, 조립도 하고, 작은 자동차지만 시속 100km까지 달릴 수 있어 매력적이다.
그리고, 음악을 좋아해 기타를 치고, 전시장에서 직접 디제이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여름엔 수영장에 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요즘엔 자동차에 빠져 있다. 주차장 세워져 있는 이상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는 하얀 차가 내 것이다.
많은 취미활동이 그렇듯 한번 빠지게 되면 끝도 없이 빠지는 것 같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행복감을 느꼈다고 생각하면 스스로 자제하고 그만하는 편이다. 그래서 스스로 많은 취미활동을 적당히 즐기며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Jungle :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즐거울 때는 언제인가?
신기하게도 사람들이 즐거운 것보다는 우울한 것에 리플이 더 많이 단다. 자신의 슬픔과 동일시 하는 인터넷의 습성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를 모르는 어떤 사람이 응원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니 힘이 되기도 하고, 내가 무언가를 올리면 봐주는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 내가 살아있는 의미를 찾기도 한다.
그리고 홈페이지를 보고 작업 의뢰가 들어오기도 하고, 이제는 굳이 내 포트폴리오를 힘들게 CD나 브로슈어로 보낼 필요가 없다. 홈페이지 URL만 알려주면 되기 때문이다.
홈페이지로 인해 작업에 능률이 오르기도 하고, 그리고 작업의 모티브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나의 글과 작업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의무감이 생기기도 한다.
Jungle : 홈페이지는 김태중에게 있어 어떤 곳인가...
말을 하지 않고 있을 때의 내 모습 같다. 그때그때 다르겠지만, 말하지 않고 있는 내 안에 숨겨진 것이 많이 있다. 내가 다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다 보여줄 수 없고, 다 보여줄 필요도 없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그리고 느끼는 대로 그렇게 살아가는 또 하나의 나와 같다는 생각을 한다.
Jungle : 김태중의 홈페이지는 앞으로 어떻게 변화될 예정인가?
조만간 리뉴얼을 해 볼 생각이다. 하지만, 깔끔한 디자인과 플래시를 이용해 화려하게 만든 홈페이지들은 너무 많은 것 같아 슬그머니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많은 홈페이지 중에 나의 홈페이지를 찾아 오는 분들은 나의 작업을 보러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생각에 나의 작업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아주 원시적이고 간단한 홈페이지를 만들 예정이다. 지금까지의 홈페이지가 자기 PR이란 느낌이 강한 디자인적인 곳이었다면, 앞으로 만들어질 홈페이지는 지금보다 작업물이 잘 보여지는 것에 신경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