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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즐거운 작업이 가득한 무한 상상지대

2006-07-18


인터뷰에 앞서 클럽_개미핥기의 장재민 씨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대해 어떤 곳이라는 정의를 내린다거나 설명하는 일을 되도록이면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이 홈페이지는 어떤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 어떤 곳입니다’ 라고 해버리면 그저 마우스 클릭 몇 번 만에 홈페이지는 자신이 말해준 그대로 정의되고 이해되어 버리고 그 이상의 상상이나 재미를 찾을 수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의 두 번째 프로젝트인 ‘우유’도 그랬다. 단순히 베고 잔다는 카피 하나로 그것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만들어 낸 자신조차 그 카피에 묶여 더 이상의 상상을 금지 당했었다. 그런 끔찍한 경험 때문 인지 그는 평소에 자신의 프로젝트에 대한 질문을 받아도 장황하게 설명하기 보다는 스스로 답을 구할 수 있도록 그냥 ‘내버려’둔다고 했다. 그런 그의 ‘알아서 생각하시오’ 식의 답변은 기자에게도 요구하고 있었다. 그래?! 그렇다면 나도 마음대로 상상해 드리리다.

취재| 이동숙 객원기자 (syukiyab@hotmail.com)

주목! 마이홈피 : 디자인이나 기능 등이 뛰어나 세간에 주목을 끌고 있는 혹은 충분히 주목을 끌 수 있는 개인홈페이지를 소개하는 코너.
코너를 만족시킬만한 개인 홈페이지를 찾느라 며칠 밤낮을 노트북이 터져라 개인홈페이지 서핑을 해댔다. 링크를 따라 건너건너 개인홈페이지 여행을 시작하면서 살펴본 홈페이지들은 크게 세가지 분류로 구분되었다. 웹 디자이너의 Feel이 팍팍 느껴지는 스킬 100%, 트렌드 반영 100%의 놀랄 만큼 디자인적인 홈페이지와 스스로를 변두리 아티스트라 칭하며 음지에서 작품활동을 하며 나름 독특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음이 확연히 드러나는 홈페이지들 그리고 다이어리와 방명록이 너무나도 활성화된 사랑방의 오순도순 함이 느껴지는 개인 친목형 홈페이지로 나뉘어졌다.

클럽_개미핥기는 두 번째 분류에 속할 것이다.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는 홈페이지들 중에서도 그저 디자인으로만 보기에 클럽_개미핥기는 한참 선택권 밖에 있는 홈페이지였다. 며칠을 두고 홈페이지를 둘러보다가 우연찮게 클럽_개미핥기의 홈페이지를 찬찬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고 그 단순한 디자인으로 인한 쉬운 접근성과 의도하지 않게 찾아진 재미있는 요소들이 보이면서 클럽_개미핥기의 매력을 파헤쳐 보기로 결심했다. 더불어 홈페이지의 엉뚱한 프로젝트들이 궁금해 견딜 수 없었던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음을 밝혀 둔다.

우선, 클럽_개미핥기 홈페이지의 메인 페이지를 열었다면 너무 장시간 바라보는 일이 없도록 하자. 홈페이지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빗금무늬가 모니터와 함께 자글거려 순간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온통 파란색으로 도배되어 촌스러운데 어지럽기 까지 해 모니터를 확 꺼버릴 위험이 따른다. 눈이 아파오기 전에 왼쪽에 보이는 십 원짜리 동전에 주목하자. 길쭉한 얼굴이 10원짜리 뒤에서 나타났다 숨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을 클릭하면 그의 네 번째 프로젝트인 ‘10원 초상화 프로젝트’를 만나게 된다. 이 곳은 홈페이지 소개를 결정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초상화 프로젝트 페이지도 역시 빗금으로 둘러 쌓여 성의 없어 보이기까지 했고 게다가 스크롤도 길게 생겨 불편함까지 주는 그 곳에는 단지 그가 10초 만에 그린 10원짜리 초상화를 든 손님의 사진들이 있었다. 그의 무심한 듯 따뜻한 코멘트와 함께 올려진 사진 속의 사람들의 다양한 얼굴은 그의 재미난 초상화와 함께 활짝 웃고 있었다.

이것들은 스크롤의 압박도, 58페이지라는 페이지의 압박도 잊은 채 마지막까지 깔끔하게 읽어버리게 만들었다. 말도 안 되게 어설픈 홈페이지 안에 그냥 툭 올려놓은 것이 감동을 주는 순간이었다. 단순히 기존 초상화에 대한 관념을 깨는 재미에서 시작된 십 원 초상화는 때론 프리마켓의 손님 끌기 용으로도 쓰이며 소소하게 진행되다가 네 번째 프로젝트로 자리잡게 된 것도 바로 이런 감동을 느꼈기 때문이다. 십 원 초상화는 1천명을 끝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때가 되면 그의 마음 속에 담았던 10원 초상화에 대한 진심 어린 고백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그 천 번째 주인공이 되고 싶다면 비가 오지 않고 너무 무덥지 않은 토요일 홍대 프리마켓을 찾아가보도록.

클럽_개미핥기의 홈페이지는 시장 한 켠에 대충 적당히 벌여놓은 좌판을 닮았다. 그냥 쓰윽 지나치면 절대 못 찾을 매력들을 꽁꽁 숨긴 채 손님과 적당히 거리를 두고 앉아 있는 좌판을 떠올리게 한다. 쭈그리고 앉아서 이것도 건드리고 저것도 건드려 봐야 이게 어떤 물건인지 알게 만들고 절대 그냥 일어서지 못하게 만든다. 그의 세 번째 프로젝트인 심장 프로젝트도 오래 앉아 놀다 발견한 보물. 자신의 마음을 담아낸 심장을 툭하고 티셔츠 밖으로 꺼내 보인다. ‘나 우울해’, ‘너 때문에 애가 탄다’, ‘외로워 죽겠네’ 라며 내 심장이 이렇단다 하고 말해주는 티셔츠다. 이렇게 자신의 펄떡거리는 심장을 보여주는 댓가의 일부는 심장병을 앓고 있는 어린아이들을 위해 쓰인다고 한다.


좌판의 재미는 보물찾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제 주인장의 넉살 좋은 설명이 뒤따라야 제 맛! 그의 홈페이지 에서 판매되고 있는 티셔츠의 상품설명은 제대로 ‘그’답다. 사장님인 본인이 직접 쓴 아기자기한 상품 설명에는 돈이 없어 카드결제를 도입하지 못한데 대한 심심한 ‘미안~’멘트와 전화만 주면 어디서든 달려올 것 같은 로켓 배송시스템이라는 둥 혹여 장난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들 정도. 하지만 의심은 하되 걱정하지는 말지어다. 그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장난하자는 게 아니라 재미 있자는 거니까.

이렇듯 그의 재미 있자고 하는 작업은 머리 속에 떠오를 때마다 일단 만들어 보고 시작된다. 생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조물거리며 실제로 만들어 내야만 한다는 것이 그의 작업 룰이라면 룰. 그렇게 만들어 진 것은 페이지에 가면 볼 수 있다. 희망 티셔츠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배우던 시절, 디자인이랍시고(본인의 말에 따르면) 해본 것들을 티셔츠로 만들어 본 것이라고 한다. 그게 그의 첫 번째 프로젝트로 기록되어 지금도 그 재고(!)는 판매되고 있다. 단추로 짐작되지만 쓰임은 역시 단추가 아닐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뱃지다. 소소한 소모품들을 뱃지로 만들었던 것으로 두 번째가 될 뻔한 빗나간 작업의 부산물 이라고 해두자. 두 번째 프로젝트는 앞에서도 언급한바 있는 ‘우유’프로젝트다. 우유의 모양새를 한 이 것은 어떠한 용도로 쓰느냐는 그것을 받아 든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처음에 말한 것처럼 베고 자던 냉장고에 넣어놓고 장식용으로 쓰던 커플끼리 애교스런 싸움도구로 쓰던 그 것은 순전히 사용자의 몫이다. 당신이라면 이걸 어디에 써먹을까 하며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그 밖에 쌀롱 드링크 라던지 근근이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가내수공업 환등기와 시계 등을 보면서 뭐가 대단하고 특이하냐 나도 생각도 해봤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자신 있게 내보이는 이유는 무엇이든 생각에만 그치는 사람보다는 생각을 실천하고 만들어 낸 자신의 작업에 가치를 두기 때문이다. 물론 더욱 특이하고 기발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그는 오늘도 머리 싸매고 고민하고 있지만 말이다. 당신이 그를 당당하게 욕하려거든 당신의 생각을 밖으로 끄집어 내놓은 다음에 하도록.

그가 처음부터 끝까지 강조하는 것은 재미! Fun! 이다. 이런 그의 고집스러운 모토는 홈페이지 디자인에도 반영하려고 노력 중이다. 반영한 것이 아닌 노력 중인 진행형인 이유는 끝임 없는 그의 홈페이지 리뉴얼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것이라고 해두자. 그만큼 그는 자신은 물론 자신의 클럽_개미핥기 홈페이지를 찾는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고자 아이디어가 고갈되는 그날까지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홈페이지에 올릴 것이다. 2005년 1월에 홈페이지를 오픈하고 크게는 네 번의 리뉴얼을 거쳤으며 작게는 틈날 때마다 조금씩 고쳐왔다고 한다. 오픈 당시 홈페이지 메인 디자인은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 좀 했다는 티를 내려고 했던 걸까? 상큼한 색상에 플래시가 대거 등장한 메인이 왠지 그와 어울리지 않게 평범하게 예쁜 느낌이다.

첫 번째 리뉴얼에서는 그가 ‘우유’ 프로젝트에 심취해 있음을 보여준다. 자신의 작품인 ‘우유’를 만들기 위한 우유공장 ‘소’가 떡 하니 중앙에 자리잡고 있다. 두 번째 리뉴얼 된 메인은 자신도 편하고 보는 사람도 편하게 하고 싶었던 듯하다. 음식점 스티커를 모아 붙여놓은 노트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다. 세 번째 리뉴얼 작업은 심장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얻은 빗금 모티브만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현재 메인 페이지가 네 번째로 산만하게 뿌려진 메뉴들을 하나의 좌판인 듯 펼쳐진 채로 ‘천천히 구경하다 가면 뭔가 재미는 있을 꺼요’ 란 여유로운 주인장의 마인드를 한껏 보여준다.

홈페이지의 에는 클럽_개미핥기의 경영 이념과 함께 덤으로 무한한 상상을 요구하는 그의 사진도 볼 수 있다. 자신의 독특한 아이디어들을 실현하기 위해서 그는 혼자서 삽질을 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노사협력과 기타 등등을 부수적인 가치로 하찮게 여기며 오늘도 자신 스스로에게 노동력 착취를 감행하고 있다.

자신의 머리 속에서 자라나는 생각을 일단 만들고 보자고 저지른 일이라 체계도 잡히지 않았고 어린 놈의 생각이 다 그렇지 않냐며 자신은 돈도 못 버는 삽질만 하고 있다고 하지만 자신이 즐거울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것이 큰 축복인지 알며 이런 삽질로도 언젠가는 큰 보물을 캐내고 말 것이라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정확하게 자신의 직업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디자이너는 아니고 뭔가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말만 던져주길래 마음대로 ‘상상 공작왕’ 이라 부르기로 했다. 상상하는 모든 것을 만들어 내는 최고의 그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Jungle : 개미핥기란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 졌으며 언제부터 사용했나?
장재민(이하 장) : 대학교 일학년 때 뭔가 독특한 이름을 만들어 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특이하고 재미난 클럽(모임)의 느낌도 나면서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를 생각하던 중에 개미핥기가 떠올랐다. 그 이름을 떠올리고 신이 나서 학교 곳곳에 깨알 같은 그림과 글씨로 클럽_개미핥기를 낙서하고 다녔다.

Jungle : 홈페이지에 올라가지 않은 또 다른 프로젝트가 있나.
장 : ‘DILEMMA’ 라는 프로젝트가 있다. 델몬트의 상표를 패러디 한 스티커인 딜레마는 델몬트가 추구하는 언제나 신선한 제품이라는 이미지가 가진 모순을 집어내고자 시작한 작업이다. 썩고 변질된 과일 등에 딜레마 스티커를 붙이고 사진을 찍는 것으로 프로젝트는 시작된다.

Jungle : 작품구상을 위해 참고하는 자료나 아티스트가 있는지.
장 : 되도록이면 다른 작가의 작품을 보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나보다 뛰어난 작가들의 작품을 보는 것은 배움이 될 수 있으나 스스로 너무 영향을 받아 나의 생각을 제한하는 역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Jungle : 이러한 작업들에 대한 스스로의 정의를 내리자면.
장 : 내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재미난 일을 하면서 돈도 벌자. 더불어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이 공감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대중적인 작품을 추구하지는 않고 그저 내 자신 스스로가 새롭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을 만든다. 그런 작업들에 대해서 사람들이 이해하고 구입을 하는 공감행위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이런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수 있다면 행복할 것이다.

Jungle : 재미있는 작업은 계속 진행 중인 거 같은데 돈은 많이 벌었나?
장 : 일단 우유 프로젝트는 공방에서 제작한 수작업이기 때문에 단가가 높아질 수 밖에 없어서 팔아봐야 손해인 경우고, 심장 티셔츠는 원단부터 프린트, 봉제까지 스스로 뛰어다니며 만든 것이라 이것도 제작단가가 높은 편이다. 거기다 배송료까지 부담하고 있고 잘 팔리지도 않아 돈은 벌지 못하고 있다.

Jungle : 온라인 홈페이지 말고 당신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장 : 작년 8월에 가나 아트 스페이스에서 있었던 티왕 전시회에 작은 부스를 얻어 심장 티셔츠를 전시를 했었다. 그때는 티셔츠에 국한되어 다른 작품들을 선보일 수 없어 아쉬웠다. 오는 9월 7일 갤러리 BMH에서 전시를 가질 예정이다. 갤러리를 찾는 모든 분들이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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