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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마우스로 열리는 산타표 종합 선물 세트

2006-08-08


산타디자인에는 그래피티, 컴퓨터 그래픽, 플래시 등 한 남자의 손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작업물들이 올망졸망 모여있다. 그래피티를 보려고 들렀던 산타디자인엔 없는 거 빼고 다 있었다. 누가 메뉴가 많은 음식점의 음식 맛은 형편없다고 했던가? 또 한 우물만 파야 물을 얻을 수 있다고 했나? 이런 구시대적인 발상이 전혀 먹히지 않는 공간이 바로 산타디자인이다. 손 맛이 좋은 주방장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요리들 속에서의 행복한 고민과 지리학적 분석을 마친 5개의 우물에서 솟아나는 달콤한 물이 그득한 그래피티 겸 기타 등등 디자이너 임진영(이하 산타씨)의 산타디자인에 온 걸 환영한다.

취재| 이동숙 기자 (dslee@jungle.co.kr)


멋진 그래피티를 보러 온 사람, 군더더기 없는 플래시를 보러 온 사람, 중독성 있는 플래시 게임을 하러 온 사람, 컬러풀한 그래픽을 보러 온 사람 등 이 모든 사람이 산타디자인에 모였다. 산타디자인에 머물며 이들은 다양하고 감각적인 그의 작업물에 자극을 받기도 하고 갑자기 날아드는 하트에 괜스레 맘이 설레기도 한다.

많은 것을 담고 있는 만큼 사연도 많아 보이는 산타디자인(http://www.santadesign.com/),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가 궁금한가? 그렇다면 당신의 마우스를 산타디자인에서 절대 떼지 말 것!


화면 가운데 나타난 산타디자인의 메인 화면엔 방문자를 환영하는 다양한 초인종이 마련되어 있다. 딸깍딸깍 스프레이 캔 흔드는 소리, 어디선가 나타난 하트들이 날아다니고, DJ Hong의 깜찍한 부욱_ 스크래치 소리 등 마우스를 가져다 대면 재잘재잘 서로 할 얘기가 참 많다. 아무런 표시하나 없이 깜짝 선물처럼 숨죽이고 숨어있던 그것들은 마우스 화살표가 스치고 지나가면 자지러지게 웃어 재낀다.


▶ DJ.HONG (4years)


우선 도시 전체에 그래피티를 그려 넣으려는 듯한 포스의 듬직한 산타씨를 클릭하면 딸깍딸깍 소리와 함께 산타씨의 그래피티 모습을 담아낸 역동적인(!) 동영상을 볼 수 있다. 그래피티 작업을 실제로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신선한 느낌이었다. 그 느낌을 살려 그래피티 시작하기를 눌러 스프레이 캔 다루는 법을 살짝 배워본다. 스프레이 캔도 없고 보기만 하자니 손이 근질근질 하다면 왼쪽 아래에 있는 힘껏 팔 뻗고 있는 산타씨를 눌러보자. 컬러는 랜덤이요 그림은 프리덤!!! 홈페이지의 하얀 여백을 캔버스 삼아 즐겁게 그리다 보면 마우스 쥔 손가락 땀나는 건 시간문제다.

이쯤 대면 눈에 띄는 것이 하나 더 생겼을 것이다. 마우스를 움직일 때마다 어디선가 하트가 뿅뿅하고 나타난다. 홈페이지 구석구석 지뢰 찾듯이 마우스를 갖다 대고 찾은 것은 바로 양보 표지판! 양보 표지판 위로 마우스를 올리니 탱글탱글한 하트가 쏟아져 나온다. 후에 인터뷰에서 이 하트에 대해 물어보니 운전할 때 양보 좀(!) 하자는 뜻으로 만들었단다. 차를 싫어하는 산타씨의 사랑스런 경고장이 모든 운전자의 가슴에 콰-악 박히길!
쉽게 즐기고 느낄 수 있는 하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산타만의 고집스런 이야기가 담긴 산타디자인의 대문은 그렇게 여러 개의 초인종이 오늘도 방문객이 오길 숨죽여 기다리고 있다.


산타씨의 작업물을 모아놓은 메뉴들을 보고 있자니 잘 말린 옷을 차곡차곡 개어놓은 서랍장이 떠올랐다. 못났건 잘났건 그 당시 머리 아파가며 가슴 아파가며 만들어 낸 작업물들은 그렇게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었다. 그가 괴로울 때 마다 만든 것들은 또다시 가슴을 쓸어내려야 할 때 그를 버티게 해주고, 어설프고 부끄럽기만 한 초기의 것들은 그가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일깨워준다.
산타디자인의 왼쪽 메뉴를 보면 정말 이사람이 이걸 다 한다는 말인가라는 생각부터 든다. 메뉴 순서대로 캐릭터, 그래피티, 그래픽, 플래시, 카툰, 핸디웍스, 웹워크까지 정말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느낌. 다양한 서랍장 속에 차곡차곡 쌓여있는 작업물들이 그의 열정적인 작업여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열정적이지 않고서야 저 많은 것들을 배우고 익히고 내것으로 소화해 내고 다시 세상으로 토해낼 수 있었을까. 성실하게 모아놓은 그의 서랍장 속을 찬찬히 들여다 보자.


그가 군복무 시절 우연히 본 테이프 자켓의 힙합그림이 그래피티인 걸 알게 된 후 그의 손은 쉼 없이 스프레이 캔을 흔들고 있다. 그가 컴퓨터 작업을 시작한 것도 그래피티를 좀 더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지 않을 까란 생각에서 출발하였으니 모든 작업의 모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그의 둥글둥글하고 화려한 색감의 그래피티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한다. 본인조차도 위로를 받게 된다는 그의 그림은 현실과 가상 두 공간에 생기를 불어 넣어주고 있었다, 가치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아직도 그래피티나 컴퓨터 그래픽 작업은 돈 거래를 무시해도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아직도’라는 말을 쓰기 부끄러울 정도의 아트 시장이 넓어졌지만 아직도 그래피티는 그릴 수 있는 벽이나 주면 감사히 그려야 하는 젊은 애들의 낙서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벽에 예술로 낙서하는 작업 그래피티는 감사의 사이다 한잔에 땀 한번 찍 닦으면 그만인 옆집 총각의 못 박아주기가 아니란 말이다.

둥글둥글한 그의 그래피티 만큼이나 귀여운 캐릭터들과 다양한 그래픽 작업물들이 메뉴 안에 한 가득 이다. 산타와 루돌프 캐릭터부터 위트가 돋보이는 그래픽 작업들은 그가 이제까지 열심히 공부하며 여기까지 왔구나 라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성실한 모습들이다.

그의 그래피티나 캐릭터, 그래픽의 그림들은 둥글고 완만한 모양의 귀여운 모습에 독특한 위트를 지니고 있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미소를 머금게 한다. 정작 자신은 너무 괴로운 상태로 작업을 했는데 밝고 건강한 결과물이 나와 오히려 자신의 작업물을 보고 위안을 받기도 한다고 했다.

홈페이지를 구성하는 플래시나 그의 작업물에서 본 플래시를 보면 ‘담백하다’라는 말이 딱 떠오른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계산된 플래시들은 컨트롤의 어려움이나 산만함이 없이 절제된(하지만 의도적은 아닌) 모션들은 부담 없이 그의 홈페이지를 즐길 수 있게 해 주었다.

그 중 미니 플래시 게임들은 기름기 쫙 뺀 그 맛에 중독되어 하루에 한 번은 슬쩍 시작버튼을 누르게 만든다. 또, 군데군데 숨어있는 감동이 있는 플래시들도 놓치지 말 것! 물론 이것 또한 담백하다.


▶ 오르골 토토로 음악이 함께 나오는 토토로 플래시


▶ 하트에 마우스를 대면 사정없이 하트가 뿜어져 나온다


▶ sunrise 2005


▶ 산타디자인 인기 게임 ‘pump’


▶ 신인가수 ‘고니야’ 의 지우개 플래시 애니메이션

산타씨에겐 4살 난 귀여운 아들이 있다. 못난 아빠를 만나 꽃미남이 되지 못한 설움을 아빠의 적극적인 트레이닝으로 극복하려 한다는 산타 주니어 찬홍군! 산타씨의 또 다른 그래픽 모델로 훌륭하게 활동 중이다.

아래의 스케이드 보드의 기술을 선보인 찬홍군의 사진은 물론 산타씨의 합성 작품! 보드 사이트에 올려 한때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깜찍한 작품이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찬홍군은 산타씨에게 아이디어의 샘이자 오브제로 앞으로도 그의 작품에서 다양하게 보여질 듯하다.


그래피티를 좀 더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시작한 컴퓨터 그래픽 공부를 하게 되고 그 작업물들을 올려놓을 홈페이지를 만들면 좋겠다 싶어 홈페이지 만드는 법을 공부하고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홈페이지는 이제 그가 ‘산타디자인으로 먹고 삽니다’라고 말해도 좋을 만큼 그에게 중요한 공간이 되었다. 은행 이자 타먹듯이 안정적이거나 앉아만 있어도 돈이 들어오는 황금알을 낳는 홈페이지는 아니더라도 그가 노력한 만큼은 꼭 돌려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


촉박한 마감 일정과 그의 올빼미 생활패턴이 맞물려 밤 12시 메신저 인터뷰라는 특이한 만남이 성사되었다. 뜨거웠던 여름 밤, 메신저로 나눈 대화는 조금은 감성적이고 주제에서 벗어나는 수다가 반이었지만 평생 모르고 지나쳤을 산타디자인의 속 이야기를 엿들은 것 같아 설레는 밤이었다.

Jungle : 작업물들이 무척 다양하신데 처음에 시작은 무엇이었나요?
산타 임진영(이하 산타) : 저는 처음에 "그래피티"로 시작했습니다.

Jungle :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산타 : 군복무시절, 상병 무렵에 후임병이 휴가 복귀하면서 사온 테이프의 자켓에 그려진그래피티를 보고서 입니다.
당시엔 그게 그래피티 인줄 몰랐습니다. 그냥 힙합그림 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림 속에서 글씨가 보이는 순간 아찔한 전율이 흘렀습니다. 그날부터 저는 계속 저만의 그래피티를 그렸습니다. 그리고 제대 후, 한국에서 그래피티하는 분(반달)을 만나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래피티를 하면서, "컴퓨터로 그리면, 작업이 좀더 수월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컴퓨터를 배웠고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면서 나도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그림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으로 홈페이지 제작법을 공부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신기하게도! 작업의뢰가 들어오고, 회사에서 입사제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회사에서 일을 하고 인터넷으로 플래시를 접하고 또 플래시를 공부하고 애니메이션이나 간단한 게임들을 만들고…말이 게임이지 정말 잔머리의 승부였습니다.
암튼, 그 당시 99년 2000년 에는 그런 플래시게임들이 조금씩 생겨날 때였습니다.
그 물결을 타고, 저는 다른 회사로 가게 되어서 플래시와 디자인 등을 작업하게 되었습니다.
보시다가, '이건 좀 촌스럽네, 구리네' 하는 것들은 대부분 초기 작업물입니다.

Jungle : 홈페이지 오픈은 언제이고 그 뒤로 닫았던 적이 있었나요? 리뉴얼 작업은 몇 번 정도 있었는지.
99년에 오픈 했고요. 산타디자인닷컴이란 도메인으로는 2001년 부터일 것입니다.
닫았던 적은 없고 리뉴얼은 4~5번 한 것 같습니다.

Jungle : 지금의 형태는 언제부터인가요
작년 초로 기억됩니다.

Jungle : 산타디자인 홈페이지 팬도 꽤 있는 것 같아요.
산타 :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종종 문자 주시는 분들도 계신데...아, 행복합니다(늙은이의 주책).

Jungle : 현재 홈페이지 작업 컨셉! 그리고 산타디자인 홈페이지의 기본 컨셉이나 모토가 있다면?
산타 : 우선 지금 홈페이지 말고 그 이전 홈페이지들은 html 작업이었어요. 메뉴부분에만 플래시가 들어가고. 그때까지의 생각은 "홈페이지 껍데기는 심플하게 가고, 내용에 충실하자." 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제 홈페이지에서 그림 몇 개 보고 나가는 듯한 모습을 느낀 후로는 생각이 바뀌어서,"저도 플래시로 홈페이지 만들수 있어요~^^ " 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다이나믹한 움직임으로 작업했습니다.

Jungle : 핸디웍스 작업들이 굉장히 재밌더군요. 그 삐삐는 정말 대단한 발상!
산타 : 저는 6살 때부터 조립식 장난감에 빠졌었습니다. 하나하나 완성해나가는 재미.
어쩌면 그 재미가 저에겐 큰 의미였나 봅니다.
삐삐는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닳았어요. 그래서 만들게 된 것이고..
저는 어렸을 때 조립식장난감 그리고 공부는 수학,과학, 물리 같은걸 좋아했습니다.
한가지 답이 있는 거요.
플래시 액션스크립트 공부할 때 제일 좋았던 건... 수학적 사고였습니다.
“답은 하나. 문제 풀어라!” 이런 식으로...
제가 그림에 관심 없었다면, 프로그래머가 되었을 수도...
아... 제 미니홈피에서 "산타씨 만들기" 메뉴를 보시면 핸디웍스에 대한 약간의 설명이 나와있습니다.

미니홈피를 만들게 된 계기도...

산타디자인 닷컴에는 "가능한 글을 쓰지 말자!" 라는 식이기 때문에 "한국시장 공략!" 을 위해 미니홈피 가동을 한 것입니다.
현재 산타디자인 홈페이지는 디자이너이기 전에 그래피티 하는 사람으로써 외국에 큰 그래피티 사이트에 링크를 걸었기 때문입니다. (제 링크란 보시면 art crime 이라고 맨 위에 있는 거 있습니다)
거기에 등록한 후 외국인들이 많이 들어왔는데, 한국말을 많이 쓰면 그분들께 실례라는 생각에 말 줄이고. 그림 위주로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뭔가 부연설명을 하고는 싶은데. 영어로는 표현이 안되니까요.

Jungle : 최근에 작업하고 계신 것들 있나요? 온라인 오프라인 통 털어서.
산타 : 요즘엔 그래피티 작업은 잘 안 들어옵니다.
그래피티 하면 사람들의 인식이 아직도 낙서, 다리 밑 그림...
‘그릴 곳 없으면 우리가게에 그려봐~ 그래피티 공짜로 그려주는 거 아닌가요?’
뭐 이렇기 때문에 그리고 그림을 그림으로 안보고 그냥 휑한 벽 보다는 뭔가 채워놓자 는 식이니까...아직도 인식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전 주로 저희 동네 다리 밑을 애용합니다. ^^
컴퓨터 작업에 너무 지쳐있을 때 한번 그리고 오면 시원합니다. 친절하게도 올해 초에 다리밑 페인트 공사를 해주셔서...^^ 새로운 캔버스에 그리고 있습니다.
온라인 작업으로는 쇼핑몰 제작과 캐나다에 위치한 어느 회사의 인트로 페이지(플래시) 제작 중 입니다.

Jungle : 메인 페이지 이미지는 어떤 의도로 제작된 건 가요?
산타 : 원래 제가 세운 기획은 신촌, 이대, 종로 등 제가 다니는 곳들 사진을 찍어서 그 사진들을 조합해서 이미지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처음 나온 게 "이대" 편이구요.
하지만 신촌, 종로는 사진은 찍었는데 아직 편집을 못해서…….
제 홈페이지를 찾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이란 이런 나라야~’ 라고 보여주고 싶어서 시리즈 물로 계속 만들어야겠다는 야심 찬 아이디어는 저의 바쁨을 핑계로 묻어가고 있습니다.
지금 이렇게 쓰고 나니 작업하고 싶네요.

Jungle : 산타와 산타디자인이 가진 생각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사실 저는 물 흐르듯 살고 있습니다.
그래피티를 시작으로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고 홈페이지도 만들게 되고 회사에서 플래시를 접하게 되고 또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접하고, 만들고 지금은 모션 그래픽 쪽에 관심이 있습니다. 또 한동안은 캐릭터제작에 매진했구요.
그러니, 딱히 한 개의 주제를 가진 홈페이지라기 보다는 제가 가진 잔재주들을 모아놓은 홈페이지라고 할까요? 뭐 그런 식입니다.
한 우물을 깊게 파야 한다는데 얕게 여러 번 판다는 느낌도 있지만 하나하나 공부하고 익힐수록 중간 이상은 하자라는 생각으로 매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프로그램은 정말 도구에 불과합니다. 중요한 건 아이디어죠. 아이디어가 고갈되면 이 바닥에서 끝입니다. 회사를 보면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기획자, 스크립터... 등등으로 나뉘지만 (회사의 경우는, 부족한 부분을 인력보충으로 채우면 되지만.)
저는 부족한 부분이 생기면 오로지 공부해서 메워야 해요...^^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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