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디자인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모든 논리와 사고의 기준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사용자다. 다양한 이론과 기법들도 사용자를 바로 이해하고, 그들의 잠재적이고 구체적인 니즈를 파악하여, 이를 제품에 투영함으로써 사용자의 경험가치를 높여주기 위한 도구인 것이다.

글 | 임형진, ㈜씽크유저 선임 컨설턴트, 제로원디자인센터 UX디자인과정 전담강사

UX 디자인이 사용자의 경험가치를 높여주기 위한 것이라면 혁신적인 제품 개발을 위한 사용자의 잠재적이고 구체적인 니즈는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예전 국내 전자회사에서 TV가 내장된 냉장고 출시를 앞두고, 주부를 대상으로 선호도 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대다수 주부가 주방에서도 TV를 볼 수 있어 좋다고 대답을 했다. 결국 제품은 출시 되었지만, 전자회사의 기대와는 다르게 판매율은 저조하게 나타났다. 이 같은 일화가 시사하는 점은 사용자의 말을 항상 귀담아 들을 필요는 있지만, 이를 항상 제품에 반영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는 사용자가 조사과정에서 본인의 생각이 아닌 타인을 생각을 말하거나, 자존심이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본인의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 하지 않는 경우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용자 조사를 통해 나온 결과물들은 대부분 구체적인 콘셉트 또는 아이디어로의 연결하기가 쉽지 않다. 이는 대부분의 사용자가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불편한 부분 또는 니즈를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심리학이나 인류학 등에서는 오래 전부터 물리적 흔적(Physical traces)이라는 리서치 기법을 사용해 왔으며, UX 디자인에서도 사용자의 행태 관찰과 관련하여 이 같은 기법이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물리적 흔적은 그리 어려운 기법이 아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제품이나 주변상황으로 인해 사용자들이 반응하는 행동과 행동의 결과가 담긴 흔적들을 발견하는 것이다. 아래의 사진은 필자가 현재 근무하는 곳에서 UX 디자이너들이 물리적 흔적과 관련하여 수집한 사진들이다.

사진 1은 기능이 단순한 라디오 겸 카세트지만, 중요한 기능이 깨알만하게 표시되어 있어, 손녀가 할머니를 위해 포스트잍에 글씨를 크게 적어 붙여 놓은 사진이다.

사진 2는 아마 관광지에서 자주 봤을 것이다. 아이스크림을 주로 사먹는 어린이의 키높이를 고려하여 편의점 주인이 바닥에 높은 대리석을 깔아 논 사진이다.

사진 3은 새로 구입한 휴대폰의 글자가 잘 보이지 않고, 문자 입력방식을 포함한 메뉴구조가 이전의 휴대폰과 달라 직접 사용자가 숫자키를 중심으로 본인이 자주 사용하는 기능들을 일일이 기록해 놓은 사진이다.

사진 4는 택시기사가 대낮에 네비게이션에 반사되는 빛으로 화면이 잘 보이지 않아 이를 막기 위해 네비게이션 주변을 두꺼운 종이로 막아 논 사진이다.

이 같은 물리적 흔적 자료는 그 결과가 사용자들의 니즈를 구체적으로 반영하고 있어 제품 혁신을 위한 아이디어를 직접적으로 제시해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물리적 흔적 조사에도 한계는 있다. 그 이유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막상 사용자의 물리적 흔적을 조사하려 필드리서치를 나가면 흔적을 발견 할 수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물리적 흔적 발견은 짧은 시간의 관찰을 통해 그 결과물을 제품에 투영하기 힘들므로, 꾸준한 시간을 가지고 관찰을 해야 한다. 따라서, 평소 버스와 지하철, 길거리 등에서 특정상황에서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나 행동의 결과가 담긴 흔적들을 관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렇게 하나 둘 모이는 관찰데이터는 추후 사용자의 잠재적이고 구체적인 니즈 파악과 혁신적인 제품의 아이디어 도출에 있어서 크나큰 도움이 될 것이며, 사용자의 행태를 관찰하고 해석 하는 능력을 빠르게 향상시켜 줄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지금 바로 사람들의 행태와 그들의 흔적을 관찰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 보자. 그 동안 보던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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