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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터에서는 어떻게 색을 써야 할까?

2010-04-27

색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사실 색에 대한 것은 개인적인 감각이 정말 많이 좌우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누가 가르쳐 준다고 해도 쉽게 따라 하거나 그 감각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저도 색에 대해서 참 많이 고민하고 좌절한 기억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색을 찍어서 따라 해보기도 하고 그리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 시연회에 가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면서 저 나름대로 조금씩 머리 속에서 법칙 비슷한 것이 정리가 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정리된 몇 가지의 내용을 여기에서 이야기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글 | 조용준(제로원디자인센터 강사, 홈페이지 xmas.pe.kr)
에디터 | 정윤희(yhjung@jungle.co.kr)




예전에 대학교를 휴학하고 아동교육용 게임을 제작하는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에 일을 주신 분께 색이 너무 탁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림을 그렇게 잘 그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속으로는 자존심도 상하고 야속하기도 했습니다. 그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그림을 그릴 일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림을 그리기 위해 파일을 열면 그 허허벌판(흰 색 배경)에 무슨 색을 어떻게 시작해서 채워나가야 할지 정말 막막했습니다. 지금도 색에 대한 계획 없이 습관적으로 색을 넣어가기 시작하면, 뭘 그리는지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 막막하게 느껴질 때가 많이 있습니다.



저는 그림을 그리기 전에 전체적인 색의 레이아웃을 잡고 시작합니다. 전체적으로 어떤 색 계열을 사용할 것이며, 주제 부분이 되는 곳은 어떤 색을 사용할지, 부 주제 부분은 어떤 색을 사용할지에 대해서 어느 정도 머리 속에서 윤곽을 잡은 후에 하나하나 색을 넣어갑니다. 간혹 일정이나 그 밖의 이유로 인해서 계획 없이 그림을 그리는 경우에는 앞에서 말했듯이 여지없이 다시 그리거나 생각만큼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색채 레이아웃이라는 것이 정해진 하나의 색만을 이용해서 그림을 그리겠다고 계획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림을 그려나가는 과정에서 색채 레이아웃의 범위를 지키며 색상의 변화를 주어야 합니다. 집을 빨간 색으로 그리고 길을 노란 색으로 그리고 사람의 옷을 파란 색으로 그리겠다고 계획을 잡았다고 해서 그 밖의 색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단일 계열만을 사용한다면 색이 탁해지게 됩니다. 색은 혼합을 통해서 탁해지기도 하고 맑아지기도 하는 여러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혼합을 하느냐에 따라서 맑게도 탁하게도 보일 수 있는 것입니다. 빨간 집을 그리겠다고 색채 레이아웃을 잡았다고 해도 빨간 집 안에 파란 창틀과 노란 기둥 녹색 문을 넣어서 다양한 색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빨간 집이 더 빨갛고 화려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물론 색채 레이아웃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다양한 색을 사용해야 최종적으로 완성되었을 때 자신이 원하는 분위기의 그림이 될 수 있습니다. 색은 예쁘더라도 자신이 원하지 않는 색으로 마무리가 되었다면 색채 레이아웃은 의미가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백설공주의 사과를 탐스럽고 먹음직한 빨간 색 사과로 그리기 위해서 사과를 그리는데, 다양한 색을 넣다 보니 빨간 사과라는 것을 알 수 없게 되었다면 작가의 의지가 반영되지 못한 그림이 되어 버리는 겁니다. 아무리 색이 맑고 투명하고 예쁘다고 해도 말입니다.



제가 발견한 색을 사용하는 방법은 굉장히 간단합니다. 사실은 너무 간단하고 기초적이라서 남들은 다 아는데 저만 이제 발견한지도 모릅니다. 혹시나 알고 계시더라도 복습하는 차원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중에서 첫 번째는, 하나의 색을 만들기 위해서 여러 가지 색을 넣는 방법입니다. 전공자 분들께서는 색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학교에서 배우는지 아니면 그냥 저처럼 혼자 알게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비 전공인 저로서는 유레카 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의 발견이었습니다. 덕분에 왜 내가 그리는 그림은 탁해질까? 하는 의문이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습니다.

색을 섞는 다는 것은 참 신기합니다. 머리 속으로 상상을 해보면 빨간 사과를 그릴 때 파란 색과 녹색을 넣으면 사과가 탁해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빨간 색을 더 빨갛게 돋보이도록 해주는 양념 같은 역할을 합니다. 떡볶이 속에 들어있는 어묵 같은 느낌일까요? 그래서 맛있는 사과를 그리기 위해서는 빨간 색 만이 아니라 파란색과 녹색의 전혀 다른 계열의 색을 조금씩 넣어 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맛있는 사과를 그리는 비결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다른 계열을 넣어서 그림이 더 많이 탁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건 색을 넣다가 기존의 색과 뒤엉켜져서 색이 뭉개졌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빨간 색과 파란 색의 중간인 탁한 회색이 되어 버립니다. 그러면 다른 계열의 색을 썼더니 더 그림이 탁해진다고 겁을 먹고는 다른 계열의 색은 쳐다보지도 않게 되는 것입니다. 즉 빨간 색을 더 빨갛게 보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색이 뭉개지지 않도록 하면서 다른 계열의 색을 넣어 주어야 합니다.
다음의 그림은 빨간 바탕 위에 파란색을 먼저 칠하고 그 위에 녹색을 칠한 그림입니다. A와 B는 오일파스텔, C와 D는 심플워터 입니다. A와 C는 뭉개진 상태이고, B와 D는 뭉개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오일파스텔은 브러시를 얼마나 강하게 누르는가에 따라서 뭉개지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고, 심플워터의 경우는 겹쳐지는 색에 따라서 그리고 겹쳐지는 횟수에 따라서 뭉개지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질문이 하나 생깁니다. 어떻게 해야 색이 뭉개지지 않을까요?
감산혼합과 가산혼합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감산혼합은 물감처럼 여러 가지 색이 섞일수록 색이 탁하고 어두워지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가산혼합은 빛처럼 여러 가지 색이 섞일수록 색이 밝고 맑아지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페인터라는 프로그램은 컴퓨터 안에서 사용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실제의 물감처럼 감산혼합으로 그림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색이 많이 섞일수록 탁하고 어두워지는 것입니다. 색이 탁하고 어두워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색을 만들 때 많은 색이 겹쳐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페인터의 대표적인 브러시인 심플워터와 오일파스텔을 사용해서 예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심플워터는 물의 성질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말리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그래서 말리고 덧칠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다 보면 감산혼합으로 인해 색이 어둡고 탁하게 변해 버립니다. 그러므로 다른 계열의 색을 넣을 때 밝은 색으로 옅게 한 두 번만 넣어줘야 합니다.
오일파스텔은 심플워터와는 다르게 칠해진 색 위에 새로운 색을 칠하면 아래의 색과 섞이면서 새로운 색이 자리를 잡습니다. 그러므로 아래의 색과 섞이지 않으면서 새로운 색을 칠하기 위해서는 연필로 그리듯이 가는 선을 사용해서 계속해서 겹치는 방법과 짧은 선으로 짧게 짧게 찍으면서 색을 칠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합니다.



두 번째 색을 사용하는 방법은 명도의 대비를 크게 주는 방법입니다.
그림의 분위기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일반적으로 그림을 그릴 때 주제와 부 주제의 대비를 강하게 주면 색이 탁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바닥에 깔린 색이 채도가 낮은 색이라고 해도, 그 위에 올라가는 색의 명도가 아래의 색과 차이가 많이 난다면 두 색의 대비로 인해서 전체적인 그림의 탁한 느낌이 사라지게 됩니다.
같은 배경 위에 각각 명도 차이가 많은 인물과 적은 인물의 두 그림을 비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둘 다 배경은 채도가 높지 않은 다양한 색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는 배경과 비교해서 명도의 차이가 큰 인물이 올라가있고, 나머지 하나는 배경과 비교해서 명도의 차이가 적은 인물이 올라가 있습니다. 앞의 인물은 선명하게 눈에 띄지만 뒤의 인물은 눈에 띄지 않고 배경에 묻혀 보입니다. 이렇게 명도의 차이에 의한 그림의 선명도가, 낮은 채도의 그림이라고 해도 채도가 낮은 것을 느낄 수 없는 선명한 그림으로 보이게 해 주는 것입니다. 명도의 차이 때문에 채도의 인식이 약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감칠맛 나는 조연이 있어야 주연이 두드러지게 부각되는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모두가 주연인 영화는 뭔가 중구난방에 힘이 없는 조잡한 영화가 됩니다. 그림도 영화처럼 그렇게 주연을 두드러지게 만들어주는 조연의 역할이 중요한 것입니다.

처음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에게 색을 잘 사용한다는 것은, 언뜻 보면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실제로 그림을 그려보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신의 감각과 이론과 반복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어서 노력해야만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아직까지 색을 잘 사용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끔 생각보다 잘 나오는 경우가 있지만 아직도 좋은 그림, 다양한 느낌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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