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16
취재 | 김용삼 draegon3@maruid.co.kr
사진 | 최정복
오래된 건축물의 가치를 지속시킨다는 점에서 리모델링은 그 건축적 의미를 새롭게 쓰게 된다. 1992년 개관한 시공갤러리 역시 지은 지 이미 15년이 넘어 시간의 흔적에 점차 그 빛을 바래가고 있었고, 디자이너의 섬세한 디자인 통합작업을 통해 ‘리안갤러리’로 새롭게 생명력을 머금게 된다.
디자이너는 작업과정에서 억지스럽거나 과장되지 않으면서 겸손과 융화의 해법으로 기존 건물과 동화되는 방식을 추구한다. ‘LEEAHN’이라는 깔끔한 이미지를 만들고 CI의 주색상으로 갤러리의 새로운 열정을 상징하는 레드를 적용하기 시작한다. 외부는 ‘LEEAHN GALLERY’로 사인이 교체되고 기존 수장고의 셔터는 붉은 색 철문과 캐노피가 설치된다. 이로 인해 마치 중세의 견고한 성 같은 노출콘크리트의 매스는 묘한 기운을 더하고 외부의 인지성을 갖게 된다.
지하 1,2층으로 나누어진 갤러리공간은 기능적인 측면이 고려된다. 불필요한 냉난방공조실은 전시공간으로, 유광의 밝은 에폭시 바닥재는 다크 그레이 컬러로 바뀌면서 본래의 바닥 역할을 이행한다. 전시공간은 전시라는 기능적인 면만 고민하면 되고 디자인은 그것을 더하는 수단일 뿐이라는 디자이너의 디자인관이 녹아든 것이다. 사무실 용도로 사용되는 1층은 새로움보다 오래된 듯한 신선함을 부여한다. 확장된 바닥은 강화투명유리로 처리됨으로써 지하층과의 소통을 이어주고 답답한 사무공간에 활력을 불어넣은 장치로 다가온다. 이곳에서 내부의 노출콘크리트가 유지된 것은 오래된 과거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고 그곳에 가급적 가공되지 않은 자재들이 살포시 덧대어진다.
이에 비해 3층 공간과 화장실은 과감히 변신을 모색한다. 3층은 회의실을 겸한 자그마한 갤러리와 관장실로 나뉘어져 있고 수많은 아트디렉터와 컬렉터들을 만나는 클라이언트를 위해 격이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남녀가 구분되어있던 기존의 화장실은 하나의 실로 통합되고 자못 여유롭고 편안한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몸속의 낡은 장기를 갈아 치우고 살을 꿰매어 덮듯이 노후화된 시설물은 교체되어 마감재로 덮여지고 디자인의 산물은 건축물과 융화되어지길 바란다”는 디자이너의 표현처럼 공간 곳곳에는 최소한의 디자인 언어가 녹아 들어 있다. 리안갤러리에서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는 과거의 흔적에 대한 가치를 따뜻한 손으로 어루만져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