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10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집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재테크의 수단이 아니라 자기의 가치를 실현하는 장으로서의 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그런 점에서 획일적인 아파트 대신에 단독주택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돈이 되는 집에서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집다운 집, 진짜 집으로 관심이 옮겨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짜 집, 좋은 집이란 무엇인가. 잘 지은 집은 어때야 하는가.
정리 | 월간 SPACE 최민정 객원기자
자료제공 | 교보문고
나무처럼 자라는 집
임형남, 노은주 공저
교보문고 펴냄
"이 책은 '건물이란 생물처럼 시간이 지나며 자라고 늙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한 건축가에 관한 사유의 집적체이다. … 이 책의 뒷부분에 해당하는 '상산마을 김 선생 댁'은 한 채의 집이 어떻게 탄생하는가 하는 과정을 사진으로 찍고 글로 빚어낸 일종의 다큐멘터리다. 쉽게 쓰여진 문체가 정답고, 저자가 직접 그린 수채화도 품격이 있다." - 시인 장석주, 《강철로 된 책들 중에서》
집에 대한 성찰과 좋은 집짓기의 실제
이 책은 지난 20여 년간 설계를 꾸준히 해온 부부 건축가 임형남, 노은주(가온건축 공동대표,
<이야기로 집을 짓다>
공동저자)가 집에 대한 성찰과 건축 철학을 풀어쓴 것이다. 지은이들은 산청 ‘청래골 푸른 이끼 집’, 충주 ‘상산마을 김 선생 댁’ 등 그동안 작업했던 집들을 실례로 들면서 좋은 집이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보여준다.
1장 ‘오래된 시간이 만드는 건축’은 ‘시간’을 주제로 한다. 집에는 시간이 담기기 마련이고 이 시간이 모여서 이야기가 된다. 이렇게 집을 풍성하게 해주는 시간과 이야기들에 대한 성찰, 그리고 좋은 집주인을 만나고 좋은 자연을 만나 집을 지었던 이야기들이 덧붙여져 있다.
2장 ‘우리 주변,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들’은 집 짓기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인 땅과 돌, 나무, 빛 등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존재들의 의미를 밝히고 있다.
3장 ‘나무처럼 자라는 집-상산마을 김 선생댁 이야기’는 앞에서 이야기한 집에 대한 성찰이 구체화된 사례이다. 마치 영화의 코멘터리처럼 또는 바둑에서의 복기처럼 설계부터 완성까지의 과정을 따라가면서 좋은 집의 조건을 살피고 있다.
본 책은 2002년에 출간된
<나무처럼 자라는 집>
(시야)의 개정 증보판이다. 1999년 지은이들이 공동으로 건축사무소를 열고 처음으로 설계한 집이 ‘충주 상산마을 김 선생 댁’이었는데, 이 첫 번째 집을 지으면서 건축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하고자 초판을 내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첫 번째 집을 짓고 10년 만에 다시 그 집에 다녀왔는데, 그 사이 연륜이 쌓이고 시간이 쌓인 집의 모습을 모여 제목처럼 집이 자랐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그 10년 동안 지은이들의 생각도 많이 자랐구나 싶어서 그런 내용을 덧붙여서 개정판을 내게 되었다. 개정판에서 1장은 이번에 새로 쓴 글이고, 2장과 3장은 초판본을 조금 다듬었다.
지은이가 가진 특유의 감성적이고 푸근한 글을 재료로 다채로운 수채화 그림과 풍성한 사진을 곁들여서 건축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집이란 이랬으면 좋겠다고 속삭인다. 몇 년만 살다가 팔고 나오는 집이 아니라 오랫동안 살 집, 나무처럼 자라는 집, 자아실현으로서의 집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나무처럼>
이야기로>
집에는 시간이 담긴다. 그리고 집은 자란다
지은이들은 이 책에서 좋은 집의 전범을 옛집, 우리 전통 건축에서 찾고 있다. 산청 산천재, 논산 윤증 고택 등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남명 조식이 말년에 살았던 지리산 인근의 산천재는 지은이들이 꼽는 최고의 집이다.
“아무런 자기주장도 없어 보이는 낮은 집이지만, 집을 드러내지 않고 산의 흐름에 몸을 맡긴 그 모습이 근엄합니다. 그리고 절대 낮아 보이지 않습니다. 격이 있습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주위와 어울리는 품위가 있습니다.” (145쪽)
지리산 기슭에 ‘청래골 푸른 이끼 집’을 지을 때 지은이들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것은 산천재의 격조 있는 건축 정신이었다. 그래서 지은이들은 ‘집은 있으나 산을 가리지도 않고 땅을 짓누르지도 않는’ 그런 집을 짓기 위해서 집의 높이를 낮추고 창문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한다.
두 저자는 그동안 답사했던 수많은 우리 전통 건축에서 품이 넓고 유기적이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집, 격조 있는 집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서 투명한 집, 자연스럽고 조화로운 집, 그리하여 길가의 들꽃처럼 생명력 있게 피어나고 나무처럼 자라는 집을 그리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차례
| 여는 글 | 지금 여기서
1장. 오래된 시간이 만드는 건축
집을 생각한다
모든 것에는 시간이 담긴다
궁전의 장엄
일탈의 공간
시간을 담은 벽, 통의동 옛집
명당
느티나무 그늘
그림
인곡리 신 선생 댁
이야기라는 공간
마고 할머니와 지리산 호랑이
비너스 모텔
청래골 푸른 이끼 집1
청래골 푸른 이끼 집2
2장. 우리 주변,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들
사과
지리산 바윗돌
빛
숭림사
손때가 묻은 오래된 것들
속도
소쇄원
밀레니엄
산천재
허위의식
병산서원
소외
송광사
들꽃처럼 피어나는 집
3장. 나무처럼 자라는 집
상산마을 김 선생 댁 이야기
첫 만남
상산마을
설계의 단서들
땅의 내력
집을 그리기 시작하다
첫 번째 보고
나무가 살린 집
투명한 집
마당과 풍경
두 개의 속도
봄을 기다리는 동안
집을 짓기 시작하다
여름 동안
집이 자라기 시작하다
10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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