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15
기사제공 | 월간 건축문화
건축가 구승회(Koo seung hoi)
대지위치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2975번지
대지면적 390㎡
건축면적 120.04㎡
연면적 172.98㎡
건폐율 30.78%
용적률 44.35%
규모 지상 2층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스터코 뿜칠, 적삼목 사이딩
설계 구승회(크래프트 디자인)
설계팀 최준석, 이자영, 박지형, 박재원, 김효원
지역협력설계 및 감리(Local Architect) 이동기(도원건축)
시공사 다산건설
건축주 명필름
사진 진효숙
취재 이경일
‘카페 서연의 집’은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등장했던 영화의 세트를 토대로 많은 이들이 영화의 기억을 다시금 나눌 수 있도록 카페로 재탄생한 공간이다.
영화 속에서 여주인공 서연은 아버지를 위한 집을 지으려고 옛 남자친구인 건축가 승민을 찾아가고, 이 둘이 제주도의 바다가 보이는 곳에 집을 설계하고 짓는 과정은 영화 전반에서 중요한 배경이 되어준다. 영화의 제작을 위해 제작사인 명필름이 실제 대지를 구입했고, 초기 기획단계에서는 실제 집을 지어가며 영화화한다는 계획도 논의되었으나 영화의 촬영 스케줄에 맞춰야 되는 관계로 세트로 지어지게 되었다.
이 첫 번째 작업의 시기에 건축주는 영화 그 자체였다고 할 수 있을 듯 싶고, 영화의 이야기와 이미지의 구현에 적합한 모습으로 건축공간을 만들게 되었다. 작은 규모의 집으로서 건축적 언어가 과도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과 동시에, 영화적 장면을 연출할 요소들이 있어야 한다는 상충되는 이야기 속에서 집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고, 영화 속에 등장했다.
이후 제작사는 이 장소를 새롭게 꾸며 영화 관련 작가들을 위한 작업 공간으로 운영할 계획을 가지고 다시금 작업을 의뢰해 왔고, 영화 속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범위 내에서 새로운 용도를 수용할 재설계에 들어갔다. 작업을 진행하던 중에 영화의 성공과 더불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 장소를 방문하는 것을 보고, 좀 더 많은 이들이 경험하고 기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 하에 다시금 재단이 운영하는 카페로서 공간의 용도가 달라졌다.
이렇게 용도와 목적이 영화 속 집에서 작업공간으로, 또 카페로 변해가면서 이 작고 단순한 공간은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겹쳐진 곳이 되었다. 400만이 넘는 이들이 관람하고 기억하는 영화 속 집의 요소들을 보전함과 동시에 현실적 요구 사항들을 반영하여 조정이 되었는데, 제주 앞바다와 인상적인 기존 축대 및 담장의 수평성은 계속적으로 건축의 중요한 요소였고, 잔디 옥상과 바다 전경을 들이는 폴딩 도어 등은 현실적 관리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의미 때문에 존속되어야 할 존재였다. 좀 더 덩치가 커진 2층 부분의 부담감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외벽의 색을 제주석이 널린 해변과 비슷하게 어두운 색으로 고르고, 폴딩 도어가 열리는 부분의 창턱은 커피를 주문한 사람들이 슬쩍 걸터앉아 바람과 햇살을 즐기고 갈 수 있도록 기존 계획의 모습을 유지했다.
카페로 오픈 후 영화의 추억을 찾는 관광객들이 일시에 몰려들어 본래 공간이 목적했던 고즈넉한 분위기는 당분간은 찾기 힘들겠으나, 시간이 지나고 집이 약간 나이가 들면 모든 것들이 다시금 조용히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영화 속 기억을 되살릴 뿐 아니라 자신들의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위미리의 영화처럼 아름다운 앞바다와 하늘을 보기에 좋은, 바닷가 작은 카페가 되었으면 한다. (글 구승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