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25
기사제공 ㅣ 월간 건축문화
건축가 PLaT Architects
위치 달랏, 중국
용도 리조트 호텔
건물면적 30,700 m2
디자인기간 2009 ~ 2014
시공기간 2011 ~ 2014
디자인팀 사토시 마에다, 차오 웬케, 댜오 후이링, 두두
프로젝트 플랫폼 정동현, 바이얀 바오양, 리슈앙콴, 수 첸,
건축주 샹샤완 관광
사진 Arch-Exist Photographer, PLaT Architects
이 프로젝트는 중국 북서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쿠부치 사막의 동쪽 끝에 위치한다. 이곳은 샹샤완사막이라 일컬어지고 있는데, 지리적으로 중국 내몽고 자치구의 도시와 근거리인 까닭에 사막을 주제로 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가 이미 형성되어 있던 곳이다. 이 샹샤완 사막 위에 400개의 객실을 갖춘 리조트 호텔이 지어지고 있다.
사막 건축은 그 지질학적 특성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설계와 시공의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자재의 운반과 현장의 시공 난이도, 기반시설의 부재 등 모든 측면에 있어서 도시에서의 시스템이 적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플랫 아키텍츠가 선택한 방법은 물이나 콘크리트 사용을 최소화하고 오직 강판만으로 유동성이 강한 모래를 고정하여 기초를 구성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위에 기성의 경량철골을 조립하여 하중경감과 현장시공 용이성을 충족시켰다. 이렇게 강판구조로 이루어진 기초는 호텔을 사막 위에 배처럼 띄우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한편 사막에서의 리조트 체험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실내의 벽체는 모두 현지 사막의 모래를 활용하여 마감하였고 곳곳에 사용된 목재 또한 북방지역의 소나무를 채용하였다. 또 가구뿐 아니라 싸인 디자인, 객실 소품과 어메니티(편의시설)까지 모두 플랫 아키텍츠에서 자체적으로 디자인함으로써 호텔 전체가 일관된 디자인을 이루고 있다.
건축 형식으로 보았을 때
<로터스 호텔>
의 평면구성은 정사각형을 일정 각도로 연속 회전시켜서 만들어낸 기하학적 형태이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삼각형이 형성된다. 이 삼각형은 지붕의 형태로도 적용되었는데 이는 날아오는 모래를 쌓이지 않고 아래로 흘러 보내는 역할과 더불어 뜨거운 태양으로부터 객실을 보호하는 차양의 역할을 하게 된다.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를 반복함으로써 강력한 조형적 힘을 발휘하는 “진(陳)”의 수법은 플랫 아키텍츠의 근작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으로, 대자연과의 관계 형성에 대한 고민을 통해 추출된 디자인 수법이다.
이
<로터스 호텔>
은 샹샤완 사막 전체 플랜의 일부에 불과하며, 만약 사막 건축에 물과 전기를 자급자족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시스템이 성립된다면, 이는 다음 단계인 사막도시의 디자인으로 한 발 다가서게 되는 것이다. (
글: 플랫 아키텍츠)
로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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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LaT architects’의 건축색깔은 무엇인가?
우리가 플랫(PLaT)이라는 이름을 지니게 된 데에는 건축 디자인에 대한 태도도 담겨있다. 플랫은 다름아닌 플랫폼platform에서 유래되었는데 여기에서 틀이나 형식을 의미하는 폼form을 제거함으로써 현재의 이름이 정해졌다. 즉, 디자인의 틀을 제거하고 가장 원초적인 곳에서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취지였다. 모더니즘에 대한 거부의식이 작용한 측면도 있다. 그렇게 원초성을 탐구하려고 하니, 가장 기본적인 자연의 관찰에서부터 시작하게 되었고, 자연스레 프랙탈과 유클리드 기하학으로 연결이 되었다. 물론 대자연에서의 프로젝트가 많다보니 자연을 가까이서 들여다 볼 수 있는 행운도 크게 작용했다. 이렇게 습득되어진 기하학과 프랙탈의 수법은 다양한 전개방식으로 각 프로젝트에 적용되고 있다. 물론 이 수법은 과정일 뿐이고 향후 더욱 진화시킬 것이다.
아무튼 자연과의 대화가 많다 보니 건축도 조금씩 변해갔는데, 특히 자연 앞에서 우리의 건축이 점차 심플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건축의 형식이 복잡할수록 대자연 안에서는 더욱 초라해 보이는 것이다. 참 묘한 경험이었는데, 우리의 건축언어가 갈수록 간결해지고 불필요한 요소들이 사라져가는 과정이었다. 현재 우리는 이 과정을 더 적극적으로 발전시켜보고자 하고 있다.
2. 한중일 건축가가 모여서 동북아시아 고유 방법론을 모색하는 설계사무소라고 소개하였는데, 그 고유방법론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듣고 싶다.
한 예를 들자면 작년에도 여러 분야의 전문가분들을 모셔서 강연회를 열었었다. 그 중에는 수석viewing stone 전문가도 계셨는데 이 수석이라는 문화가 재미있게도 한중일에만 존재한다는 것이 그 분의 주장이었다. 말하자면 자연상태 그대로의 대상에게 미적 가치를 부여한다는 심미관과 같은 것인데, 우리는 이를 동북아의 자연관으로 받아들였다. 조금 과장되게 말하자면 가공해야 가치가 부여되는 서양의 보석과 대비되는 순간이었다. 그 외에도 미술사학자나 건축사학자의 강연도 부탁 드렸었는데 비슷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동북아 공통의 태도랄까. 우리는 이것이 건축설계에도 분명히 작용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아직 구체화시켜 말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우리가 이렇게 동북아시아의 고유성을 탐색하는 이유는 우리의 지역적/문화적 공통성을 재차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공통성은 어쩌면 우리 지역의 공동 발전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확신이 있다. 그래서 우리의 과제는 과거에 오랜 시간을 통해 축적된 이 공통성을 어떻게 구체화시켜서 미래로 연결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우리는 건축가이니 당연히 도시적/건축적 측면에서 말이다.
3. 최근 주목하고 있는 건축적 이슈는 무엇이며, 그것들을 어떻게 건축물에 반영하고 있는가?
어쩌면 건축적 이슈라기보다는 인류적 이슈일 수도 있는데 도시화 현상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 이런 관심은 궁극적으로 2050년의 도시를 그려내는 프로젝트로 연계되고 있다. 여기에서의 “도시”에는 선입견 없이 접근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도시와는 다른 것 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사막에 지어진 로터스 호텔은 사막도시 프로젝트의 일부이고 사막에 도시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산업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 '산업' 또한 기존의 산업 분류에 속하지 않는 새로운 유형의 것이다.
도시화의 미래적이고 궁극적인 그림을 구상함으로써 현재의 건축 설계에 새로운 방향이 부여된다. 어떤 사람은 우리의 건축을 우주인이 지은 것 같다고 하는데, 어쩌면 항상 미래의 도시를 염두에 두고 있어서 그 영향을 받은 것 일수도 있다.
4. 현재의 중국건축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역사적으로 한 도시의 흥망성쇄는 수 천년을 단위로 이루어져 왔다. 그것이 오늘날 중국에서는 단지 수 년 만에 이루지고 있다. 일인당 GDP 1위로 급부상하던 도시가 어느 날 유령도시로 추락하고, 또 어떤 농촌은 3~4년 만에 대도시가 되어있는 현실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진다. 예측이 불가능하다. 당연히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인간에 관한 것이다. 현재 중국인들이 갖고 있는 총체적 불안감은 도시 그 자체의 불안정함과 매우 밀접하게 연계되어있다.
우리는 건축가로서 이러한 문제들과 직면하고 있는데 이를 기술적으로 해결하려는 발상에서 벗어나려 애쓰고 있다. 중국 건국 직후의 기술에 의거한 도시계획과 90년대 이후의 경제에 의거한 개발방식으로는 이미 한계에 이르렀는데 다시 같은 수법으로 도시문제를 극복하겠다는 논리에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경제와 기술의 논리로 인해 물 밑으로 깊이 가라앉아 보이지 않게 된 역사와 문화를 끄집어내는 것이다. 중국의 도시민들이 방황하는 것은 도시에서 삶의 방향성을 상실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사와 문화가 그들의 삶을 되돌려놓는 역할을 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니 우리의 역할은 표면에 보이지 않던 지역적 고유 가치를 발굴하여 건축을 통해 극대화시키고, 역사와 문화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디자인 작업 전에 제일 먼저 시작하는 것이 지방 사료를 연구하는 것이다. 중국 각지에서 이 작업을 해보면 정말 놀랄 정도로 많은 요소들이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된다.
5. 더하여 앞으로의 중국건축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중국의 건축만을 두고 말하자면 비교적 낙관적이다. 건국 이후 200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은 설계원이라는 거대한 조직들이 설계시장을 독식하고 완벽하게 시스템화된 디자인이 양산되었었다. 이 양상이 올림픽을 전후한 해외 건축가들의 중국 진출과 더불어 변하기 시작하더니 왕슈라는 중국 건축가의 프리츠커상 수상과 함께 붕괴되었다. 이제 설계원들도 경쟁을 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최근에는 젊은 건축가들이 소형 아틀리에 사무소를 설립하고 나름대로의 디자인을 펼치고 있다. 10년전만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다양성이 급격하게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젊은 건축가들이 스스로의 이념을 실현할 토대가 준비되었으니 그 미래는 밝다 해야겠다. 다만 사회 시스템이 워낙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어서 시간은 걸릴 것이다.
6. 각기 다른 태생의 건축가가 모인 집단이니, 서로의 다른 정체성이 다른 디자인으로 표현될 수 있을 텐데, 프로젝트의 진행과정은 어떠한가? 프로젝트마다 적용되는 일관된 프로세스가 있는가?
기본적으로 다양성의 인정을 중요시하고 있다. 우리는 국적도 다르고 배경도 다르고, 공통분모라고는 모두 아시아의 사람들이라는 것뿐이다.
우리 플랫폼은 몇몇 섹터로 나누어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각각의 섹터에는 상당한 독립성이 확보된다. 이 독립성은 중국 특유의 파괴적 스피드를 앞서가기 위해 절대적인 필수요소이다. 프로젝트에 관한 모든 결정사항은 해당 섹터가 즉각적인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이와 동등하게 중시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매주 특정 시간에 전 섹터가 모여서 펼치는 토론의 장이다. 매주 주제를 달리하며 강의와 발표를 진행하면서 공통분모를 형성해간다. 플랫폼의 파트너들은 이 시간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 항상 교류할 주제와 자료를 준비하여 전 섹터들과 밀도 높은 커뮤니케이션을 취함으로써 전체적인 방향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성이 지속적으로 존재하게 위해서는 공통의 사상적 기반과 명확한 방향성 제시가 필요하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다.
7. 앞으로 시도해보고 싶은 건축물의 형태나 스타일, 재료 등이 있는가.
항상 독특하고 새로운 과제가 부여되기 때문에 건축적으로는 끝없는 시도의 연속이다.
미래계획을 말하자면 건축적으로보다는 조직적인 목표가 있다. 바로 플랫폼의 확장이다. 아직까지는 베이징에 모여 서로 시각적으로 연결된 플랫폼을 이루고 있지만, 앞으로는 점차 가상으로 연결된 플랫폼으로 확장하여 동북아 각 지역의 독립적인 건축가들로 확장하고 싶다. 건축과 도시의 문제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는데 개개인의 능력으로 감당하기에는 분명히 다들 한계가 있다. 어쩌면 이 시대에 다음 세대의 거장이 좀처럼 나타나지 못하는 이유일 것이다.
조직력을 갖춘 글로벌 대형 사무소들이 갈수록 힘을 얻는 이유는 그러한 도시 문제의 복잡성과 관계가 있다고 본다. 따라서 우리는 그런 조직 사무소의 방법을 학습하고 일부 흡수하여 새로운 조직의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건축가 개개인의 독립성이 확실하게 보장되는 다양성과 더불어 지혜와 힘을 한 곳에 집합시킬 수 있는 공통의 기반이 존재하는 플랫폼. 이것이 우리의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