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3-08
저마다 다른 표정을 간직한 집, 그 속에서 각자의 삶을 영유하는 다채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담는다는 점에서 디자이너의 섬세함이 빛을 발한다. 시간의 흐름 속에 면면히 이어져가는 풋풋한 인간미, 그 공간에 살포시 젖어드는 디자이너의 감각. 오랜 시간 주거공간 리모델링의 디자이너 겸 전문 코디네이터로 활동한 최선희. 그의 작업들을 보고 있노라면 항시 거주자의 삶을 우선으로 작업을 하는 풍부한 감성을 엿볼 수 있다.
앤티크와 쉬크 모던, 두 가지 색채로 담은 훈훈한 삶의 공간
결혼한 지 20여년이 된 부부와 장성한 대학생 아들, 이 세 가족 구성원들의 보금자리를 새롭게 탈바꿈시킨다는 차원에서 신현대아파트의 디자인은 시작된다.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은 무조건 새로운 것으로 공간을 채우기에는 과도함이 요구된다고 토로한다.
이에 디자이너는 기존에 살아왔던 거주자의 흔적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 방식으로 주거공간은 탈바꿈된다. 필요한 부분에 적재적소의 매스를 가함으로써 효율적인 디자인 작업을 진행한 것이다.
남달리 앤티크 가구에 조예가 깊은 클라이언트의 취향을 고려하여 공간 분위기는 우아하면서도 앤티크한 느낌을 이어간다. 이에 디자이너의 감각은 각 공간마다 벽지의 패턴을 달리하고 컬러의 교묘한 배색을 통해 편안하면서도 아늑한 향기로 실현된다. 그 향기는 무게감 있는 우드패널 바닥을 통해 일관된 흐름을 이어가고 때론 강렬하면서도 때론 리듬감 있는 벽지 색감으로 실과의 차별성을 이끌어내고 있다.
바닥과 방문, 창문의 컬러는 월넛 컬러로 통일되어 있고 거실과 현관은 올리브 그린의 컬러로 식당은 그린 빛이 도는 프린트가 강한 벽지로 마감된다. 침실은 남편이 좋아하는 레드 빛의 장미프린트가 그려진 벽지를 사용하여 감각적이면서도 독특한 침실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침실과 대조적인 색채로 아들 방은 블루 톤의 벽지를 사용하여 젊음을 한껏 발산하기라도 하듯 건강미를 심어준다.
이처럼 각 공간마다 다른 컬러의 벽지를 사용하고 싶다는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추어 디자이너는 색에 대한 상큼한 감각언어를 통해 새집이지만 오래된 듯한 앤티크의 향연을 유감없이 반영하고 있다.
의류 사업을 하는 부부와 7살 난 아들 세 가족을 위해 새롭게 마련된 한양아파트는 쉬크 모던한 디자인이 가미된 공간이다. 약 50여 평의 공간에 클라이언트는 아파트이지만 주택 같은 느낌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다.
전체적으로 공간은 텅 비어있는 듯 하지만 통일성을 갖고 각각의 실들은 기능적으로 서로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듯 하다. 디자인 감각이 있는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반영해 거실은 쉬크 모던한 분위기로 표현된다. 이와 동시에 주방은 단촐한 가족구성원과 주부의 편의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거실과 막힘이 없이 이어진다. 거실과 달리 침실바닥은 짙은 우드톤으로 처리되어 독립된 성격을 강조한다.
흡사 호텔같이 로맨틱한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침실 맞은편에 자리한 방에는 가벽을 세우고 둘로 나누어 한쪽은 드레스룸으로 다른 한쪽은 세재공간으로 활용된다. 아직 어린 아이를 위해 아이방은 소통의 언어가 살포시 적용된다. 창을 통해 되도록 밝고 화사한 자연광이 유입되도록 하였고 출입문에는 원형창을 내어 항상 부모의 보살핌이 시각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아이와 목욕하는 것을 좋아하는 남편을 배려하여 거실욕실의 샤워부스를 대신하여 조적벽을 쌓아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이처럼 한양아파트는 앞으로 새롭게 펼쳐지게 될 거주자의 기호에 맞추어 여유로운 공간 트임을 담아내었고, 이로 인해 편안하면서도 담백한 주택공간미로 선사하고 있다.
2층 규모의 주택을 리모델링한 남양주택은 사업을 하는 남편과 아내, 그리고 5살 된 아들과 2살 된 딸의 보금자리이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정원을 마련하고픈 가족의 욕구가 아파트를 뒤로 하고 도심지 주택으로 옮겨진 것이다. 그리고 땅을 밝고 정원을 가꾸고 싶다는 정서를 클라이언트는 담고 싶어 하였고 아늑하고 우아한 컬러가 있는 스타일을 디자이너는 추구하고자 한 것이다.
철재 출입문을 통해 들어서는 주택은 소나무와 단풍나무가 정원의 운치를 더하고 자연의 훈훈한 기운을 머금고 내부로 이끈다. 내부공간은 주택이 가지는 높은 층고의 장점을 살려 개방적이면서도 시원스럽게 다가온다.
두개 층으로 나누어진 약 100여 평에 가까운 도심지 주택. 우선 디자이너는 층별에 따라 가족 구성원의 공간을 나눈다. 1층은 아이들만의 공간으로 밝고 화사하게 꾸며졌고, 2층은 부부만의 공간으로 우아하면서도 중후한 로맨틱 분위기로 표현되어 있다. 1층은 아이들의 공간으로 바닥은 밝게 하되 밝은 느낌이지만 가벼워 보이지 않게 한 것이고, 이와 연계된 식당과 주방은 그레이톤과 블랙톤의 주방가구와 너무 모던하지도 로맨틱하지 않은 분위기로 연출한 것이다.
디자이너는 주택만이 가지는 공간의 변화를 최대한 활용하여 2층에 적용시키고 있다. 기존의 공간개념을 새롭게 뒤바꾸려는 디자이너의 재치가 숨김없이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거실로 사용되던 2층 공간은 침실로 바뀌고 발코니를 확장하여 한껏 넓혀진 공간은 독립적인 거실로 변화된다. 작은 공간을 터서 마련된 욕실은 부부생활의 로맨틱함을 더한다. 기존 세면대와 달리 세면기장과 브론즈의 수전, 대리석 느낌의 타일로 치장된 욕실은 유럽의 호텔 같은 분위기를 유도하였다. 침실과 서재, 거실은 고급스럽고 우아한 분위기로 전체적인 분위기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이처럼 각각의 공간은 일관된 흐름으로 이어지지만 저마다 독특한 개성미를 유발하여 지루하지 않는 삶의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3층 규모의 주택을 개조해 사용하는 전시장 겸 사무실로 사용하는 F-Room의 작업실에는 그녀가 추구하는 디자인으로 넘쳐난다. 아담한 정원을 후면에 품고 있는 작업실에는 앤티크한 가구와 감미로운 패브릭 숍으로 다채롭게 꾸며져 있다.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로맨틱한 향기로 가득차 있는 듯하다. 갖가지 가구와 소품, 패브릭들로 이루어져 더욱 여성스러움이 묻어난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주거공간에 적용하는 디자인은 그다지 무겁지 않다. 오히려 편안하면서도 경쾌하다. 패브릭, 퍼니처, 플라워의 F를 이니셜로 한 F-Room의 상호에서 잘 나타나듯, 그러한 디자인요소들이 한데 자연스럽게 엮여 그녀 자신만의 색채로 나타나는 것이리라. 그리고 이제 F-Room은 또 다른 공간들을 향해 조용히 꿈틀거리고 있다. 거주자의 삶의 질을 우선으로 배려하는 나지막하면서도 감미로운 음성을 한껏 머금은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