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25
커피 향이 무겁게 누르는 건물 한구석에 삐죽하고 내밀어진 입구를 발견한다. 색색의 타일을 따라 내려가 좁다란 입구를 지나니 눈앞에 넓은 공간이 펼쳐진다. 노출콘크리트와 두툼한 나무 선반, 부드러운 철재 캐비닛들이 질서정연하게 어울리는 이 공간은 디자인문구숍 텐바이텐이 만든 첫 번째 자체 브랜드숍 ‘Ithinkso(이하 아이띵소)’다.
취재 | 이동숙 기자(dslee@jungle.co.kr)
사진 | 스튜디오 salt
아이띵소는 텐바이텐의 자체 기획상품을 위한 공간으로 색다른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 오너먼트라는 DIY 재료를 중심으로 그것들을 사용할 수 있는 베이스 상품과 함께 내놓고 있는데, 고객이 직접 자신의 물건이나 옷에 적용하여 자신만의 감성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했다. 감성공작소, 지하에 위치한 이 공간에서 사람들은 적당히 달궈진 다리미와 빳빳한 천조각만으로 자신의 감성을 뚝딱뚝딱 만들어낸다.
아이띵소는 이름처럼, 고객이 원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는 동조의 뜻으로 상품들도 철저하게 고객 중심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한다. 고객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것을 필요로 하는지 충분히 고민해보겠다는 아이띵소의 각오는 숍 공간에서도 나타난다. 얼핏 홍대 부근에서 많이 보아온 카페 느낌이 난다 싶었는데, 자연스럽게 홍대에 녹아들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한다. 노출콘크리트, 나무 그리고 철의 담백한 조합 안으로 오밀조밀 다양한 얼굴을 내밀고 있는 아이띵소의 오너먼트 재료들을 차곡차곡 세웠다. 숍 구석구석에 위치한 선반들과 캐비닛은 인테리어 소품이자 제품 수납장이 된다. 이번 시즌 오너먼트들이 모두 이 공간 안에 빼곡히 자리잡고 있다. 선반에서 꺼낸 와펜은 동생 신발주머니에 멋지게 달아주고, 서랍장 끝에서 찾은 빛깔 좋은 사과 프린트 오프셋은 엄마 앞치마에 붙여 슬쩍 지난 용서를 구해본다. 어릴 적 귀하게 모아둔 잡동사니들의 먼지를 털어내 정리해놓고 한 켠에 책상 하나 떡 하니 가져다놓은 나만의 공장이 바로 이런 느낌이 아닐까. 모든 재료와 공간을 한눈에 가늠할 수 있도록 눈높이 아래 시선을 맞추어 편안한 공간으로 다가온다.
공장 구석구석에 숨겨놓은 것은 오너먼트 재료뿐만이 아니다. 카운터 뒤쪽 좁은 길을 따라가면 작은 갤러리를 마주하게 된다. 풋풋하고 열정적인 아티스트들을 위한 작은 공간은 그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동시에 판매도 한다. 오픈한 지 이제 한 달이 되었지만 이 전시공간에 대한 소문은 빠르게 퍼져 전시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이러한 공간은 앞으로 텐바이텐이 추구하는 바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텐바이텐의 첫 걸음이 아이띵소였다면 그 방향은 갤러리로 통해 그들의 최종 도착지는 복합문화공간에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갤러리의 작품들을 감상하다가 은근히 퍼지는 상쾌한 기분을 느꼈다면 살짝 눈을 돌려보자. 그곳에 푸른 기운이 싱싱한 작은 화초들이 즐비하다. 책상이나 선반 위 작은 공간에 귀여운 화초들이 옹기종기 모여 비밀화원의 미니어처 버전을 만들어냈다. 작은 공간 하나도 놓치지 않는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는 곳이다. 이러한 배려는 공간 곳곳에 숨어 있는데, 기둥에 얌전히 올라붙은 작은 종은 직원에게 도움을 구할 때 사용하고 자그마한 소파는 잠깐씩 지친 다리를 쉬게 하여 좀 더 숍에 머물도록 한다. 또, 음악 칼럼니스트의 탁월한 선곡이 돋보이는 음반 코너에서는 기분 좋은 음악을 들어볼 수 있다.
아이띵소는 작은 오너먼트를 중심으로 그들을 찾은 이들의 생활감성을 둘러싼 모든 것을 살펴주는 공간으로 조용히 문을 열었다. 즐거운 감성공작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그곳에서 당신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