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08
인테리어를 위한 가구와 소품을 파는 장소처럼 공간의 의미가 각별한 곳이 있을까. 인테리어가 공간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인테리어 소품과 가구를 파는 매장 공간은 손님에게 강한 설득력을 필요로 한다. 서울 곳곳에 자리한 마켓엠(Market M)의 매장이 꼭 그렇다. 공간과 가구, 공간과 소품이 잘 어우러지는 장소. 인테리어의 기본 조건이 ‘조화’에서 시작된다고 말하고 있는 곳. 마켓엠 매장이 가장 먼저 시작된 홍대점에서 바로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취재 ㅣ 김유진 객원기자 , 사진 스튜디오 salt
멀리서 온 친구를 마중나온 것처럼 매장 앞 길에 오순도순 자리를 잡은 빨강, 노랑, 파랑, 초록빛의 나무 책상과 의자. 이곳을 찾은 손님에게 마켓엠이 건네는 첫인사다. 높다란 기둥 사이로 보이는 유리창 안 풍경만 봐도 그윽한 나무 냄새가 코끝에 닿을 것만 같다.
입구에 들어서니 길쭉한 1층 매장 정면, 나무 벽을 장식하고 있는 식물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 아래 작은 나무 수조 속을 흐르는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높은 천장의 1층 공간이 마치 하늘까지 쭉쭉 뻗은 나무 숲 속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일상에서 멀리 떨어져 자연 한가운데로 뚝 떨어진 것 같은 해방감. 그 가벼움과 편안함이 매장 안을 누비는 발걸음을 경쾌하게 만든다.
사실 이런 분위기는 마켓엠이 디자인 가구 및 인테리어 소품업계에서 위치하는 지점과 닮아있다. 디자인 가구와 소품이 외국 디자이너의 고가 제품 위주로 유통되고 있다는 점과 국내 다른 디자인 업종보다 이 분야의 시장이 덜 형성되어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마켓엠은, 양질의 디자인 제품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판매 브랜드다. 디스플레이된 제품군에 따라 각 공간에 변화를 두어 매장에 들리는 손님들이 보다 오래 편하게 머물다가 가도록 배려했다는 점은 마켓엠이 추구하는 경영철학과 연결된다.
1층만 해도 자연의 느낌을 선사하는 가든류 제품으로 꾸며진 공간, 바로 그 옆 식탁과 주방소품이 정갈하게 놓여 있는 곳, 노트와 필기구 등 문구류를 전시해 놓은 창가 쪽, 나무와 유리로 만들어진 장식장이 인상적인 계산대가 각각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을 준다. 계단이 안내하는 대로 2층에 올라가면 또 다른 분위기가 기다리고 있다.
1층 타일 바닥과 달리, 목재로 마감한 2층은 낮은 천장, 칠이 벗겨진 듯 연출한 나무 벽과 창틀로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공간을 연출했다. 특히 전에 사무실이었던 2층 벽 뒤쪽 공간은 가구들과 소품들을 적절히 배치시켜 ‘마켓엠스러운’ 인테리어의 예를 선보이고 있다.
o-check 등 국내 브랜드와 영국, 인도, 태국, 미국 등 해외에서 구입한 제품들, 그리고 마켓엠에서 직접 디자인하고 생산, 제작하는 마켓 & 비스트로의 가구들까지, 다양하게 공수해오는 제품들이 하나의 분위기로 완성되는 것은 아마도 전체를 관통시키는 마켓엠만의 컨셉트가 있기에 가능할 것이다. 심플한 느낌과 빈티지스러운 멋. 이질적인 이 두 가지 요소를 자연스럽게 조화시키듯, 마켓엠의 포근한 공간은 반듯한 가구들을, 또 이 반듯한 가구들은 실용적이고 깔끔한 소품들을 품어내고 있었다. 빨리 구입하고 나가라는 어떤 재촉도 없이, 느리게 구경하고 미소 짓다가, 쉬다가, 즐기다가 가는 공간. 시원한 바람만으로도 더없는 편안함을 주는 나무 그늘 같은 곳. 마켓엠은 그렇게 나무가 뿜어내는 산소 같은 공간이다.
문의: 02-337-4769 www.market-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