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15
여러 종류의 과자가 한아름 들어 있던 제과회사의 종합선물세트는 꼬마 시절 최고의 선물 중 하나였다. 하지만 대부분은 맛없는 과자들이 몇 개씩 껴있곤 해서 어린 마음을 안타깝게 만들곤 했다. 그래서 포장을 뜯어낸 종합선물세트의 박스 안에 좋아하는 과자만 꽉꽉 차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때, 그 벅찬 기분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인테리어 숍 꼬끄에꼬숑(Coq et Cochon)을 단 몇 마디로 소개하라면 맛있는 과자로만 꾸며진 종합선물세트라고 표현해야겠다. 소소하지만 더없이 충만한 행복감.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소품으로 가득한 꼬끄에꼬숑에서만 누리게 되는 기쁨이다.
취재ㅣ 김유진 객원기자 , 사진 스튜디오 salt
상수동 극동방송국 맞은 편 길가에 시선을 조금 낮춰야 보이는 작은 간판이 있다. 건물 2층을 가리키는 간판, 그 속의 낯선 알파벳의 조합이 ‘꼬끄에꼬숑’이라는 소리를 낸단다. 프랑스어인 그 단어들의 뜻은 닭과 돼지. 닭띠 남편과 돼지띠 아내가 만나니 이렇게 사랑스러운 이름이 지어졌다. 입을 동그랗게 오므려서 소근소근 속삭이듯 말해야 더 예쁜 이름이 한 품에 안길 것 같은 이 아담한 장소와 잘 어울린다. 매장 안을 흐르는 프랑스 동요는 사각사각 얇은 이불 같은 소리를 내며 꼬끄에꼬숑의 공기를 구름이 동동 띄워진 동화 속 공간으로 만들어낸다.
한 달에 한두 번씩 일본에서 직접 구입한 제품들을 위주로 판매하고 있는 꼬끄에꼬숑은 남편 백락규 씨의 제안에서 시작되었다. 홍익대학교에서 목공예를 전공하고 일본의 인테리어회사의 잡화 분야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었던 그는 한국 시장에서도 이런 제품들을 판매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궁극적으로는 몇 년 내에 직접 디자인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2005년 11월 온라인 숍을 오픈하고, 다음해 1월 꼬끄에꼬숑 홍대 매장이 문을 열었다. 내부 인테리어는 백락규 씨가, 전반적인 코디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아내 신숙현 씨가 맡아서 진행했다.
이 제한된 공간 안에 작고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진열하려면, 각각 소품의 멋도 살리면서 효율적인 공간 안배를 하는 것이 관건이다. 입구 전면에는 탁자 위에 계절감을 주는 소품을 이용하여 때마다 변화를 주고, 매장 가운데는 네모난 장식장을 놓아 공간의 동선을 자연스럽게 구획했다. 세부적인 디스플레이는 각 제품군 별로 배치하되, 제품을 전시하는 가구를 각각 분위기에 따라 달리하는 묘안을 발휘해 작은 공간 내에서의 공간 활용을 극대화시켰다.
욕실 용품은 햇빛을 듬뿍 머금은 창가 앞 개방된 가로 선반 위에 진열해 청량한 느낌을 주었고, 포크, 스푼, 도마 등 간단한 주방 관련 용품은 넓은 흰색 타일 위에 넓게 배치해 청결하고 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반면에 꼬끄에꼬숑에서 직접 디자인한 내추럴한 장식장에는 법랑과 도기 등 부피가 있는 주방용품을 전시했다.
남성고객들을 위한 빈티지한 소품들을 이에 어울리는 푸른 빛깔 사다리 진열대에 늘어놓은 부분이라던가, 문 열린 작은 옷장모양 가구에 배치한 패브릭 제품 등은 재치 만점의 디스플레이. 이 아기자기한 내부 안에 세 면으로 나 있는 창문 네 개가 자연스러운 조도를 연출하여 한결 밝고 상큼한 공간이 된다.
키즈 제품부터 토털 리빙까지 고루 취급하는 제품 종류에, 앤틱과 빈티지를 아우르면서도 프렌치 내추럴을 추구한다는 꼬끄에꼬숑. 여기에 놓인 수백 가지의 아이템 하나하나에 눈이 행복해지고 마음이 즐거워지는 것은 꼬끄와 꼬숑의 안목과 센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몇 년 내에는 직접 디자인한 소품들을 팔고 싶다는 두 사람의 소망이 빨리 현실이 되길 바랄 뿐이다. 꼬끄와 꼬숑의 종합선물세트가 나온다면, 아마도 그때는 꼬끄에꼬숑에서 영원히 예쁜 소품들과 함께 파묻혀 살고 싶을 것만 같다.
문의 02 335 1990 www.coqetcoch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