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아티스트 현태준이 홍대 앞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1년 여를 꼬박 공 들여 준비한 이곳 ‘뽈랄라 수집관’은, 그가 그 동안 모아두었던 세상의 온갖 잡동사니들로 가득 차 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잡동사니의 보물섬’, ‘취미생활의 폭포수, ‘아이디어의 목욕탕’이다.

에디터 | 이상현(shlee@jungle.co.kr)

10여 년간 수집해온 1970,80년대 국산 장난감들을 모아놓은 ‘20세기 소년소녀관’을 파주 예술마을에 열며 그간의 행보를 집약했던 현태준이 최근 홍대 앞 커피프린스 골목에 두번째 전시장 ‘뽈랄라 수집관’을 오픈했다. 20세기 소년소녀관이 국산 장난감을 통해 한 시대의 시각 문화를 목격하고 체험하는 장이었다면, 이번에 문을 연 뽈랄라 수집관은 국내 장난감은 물론 피규어나 프라모델 등 세계 곳곳에서 공수한 장난감들과 ‘찌라시’, 관광상품, 아이디어 발명품 등 그야말로 온갖 잡동사니들을 채워놓은 현태준 식의 박물관(그의 표현대로라면 ‘잡동사니의 보물섬’)이다.

좁은 입구를 따라 계단을 내려가면 ‘뽕짝’ 음악이 흥겹게 흐르는 가운데, 눈이 휘둥그래지고 입이 쩍 벌어지는 뽈랄라 수집관의 기상천외한 위용이 펼쳐진다.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양의 온갖 잡동사니들이 50여 개 유리박스 안에 가득가득 쟁여있는데, 이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진열장마다 저마다의 이야기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각각 다른 분야와 종목-이를테면 바비 인형 섹션, 종이 인형 섹션, 소꿉놀이 섹션, 성냥갑 섹션, ‘찌라시’ 섹션, 베어브릭 섹션, 시계 섹션 등-으로 세심하게 갈무리되어 있는 것. 그러니까 유리 박스 하나가, 한 수집가의 에디션인 셈이다. 현태준은 그간 수집한 물품들을 분류하고 목록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공을 소요했다고 한다.

한낱 무지렁이처럼 하찮은 것들이 마치 박물관의 유물처럼 분류되고 진열되어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한 시대와 지역의 시각문화, 나아가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생각을 증거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그러니까 뽈랄라 수집관은 추억을 값싸게 파는 퇴행적인 서정을 품은 곳이 아니라, 트렌트처럼 소비되는 '복고풍'의 무엇이 아니라, 시각물의 생김새를 관찰하며 그 순수한 가치를 확인하는 '현재'적인 장소로 접근하는 편이 옳다. 현태준은 "혼란스러울 수도 있지만 물건들이 가지는 느낌을 무엇보다 십분 느껴 보라"고 말하면서 "누구나 예쁘다고 생각하는 바비 인형에서부터 조악하기 그지 없는 플라스틱 인형을 함께 들여다 보면서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 자신의 미감을 넓히는 기회로 삼길 바란다"고 주문한다. 그리고 소소하게는 "손글씨와 같이 고전적인 타이포그래피 등을 통해 디자인의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는데 도움을 받지 않을까"라고 이야기한다.

뽈랄라 갤러리는 이러한 상설 전시뿐 아니라 한 켠에 기획 전시가 차례로 치러질 ‘갤러리 뿡’과 방문자가 직접 물품을 구입할 수 있는 섹션을 따로 마련해두었으며, 이곳에서 크고 작은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태준의 더욱 활발한 행보가 뽈라라 수집관으로부터 박차를 가하리란 기대가 무리는 아닐 것이다. (4월과 5월에는 주말에만 오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