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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로 열차의 작지만 고마운 디자인

2010-04-14



글 | 권혜림 정글명예리포터

누리로 열차는 4량 1편성으로 구성된 동력분산식으로, 기존의 열차들과 같이 현대로템 제작 차량이 아닌 일본의 히타치 제작소가 제작하고 SLS중공업의 조립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인지 외관의 깔끔하고 귀여운 느낌이 일본에서 본 열차들과 어딘가 낯설지 않다.


누리로에 첫 발을 딛는 순간, 또 하나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열차에서 많은 문제점이 야기되었던 내부로 들어가는 계단의 플랫폼 부분이다. 일반 열차의 정형화된 플랫폼과 달리 누리로는 저상홈 고상홈 동시 대응 가능한 변화무쌍한 플랫폼을 가지고 있어서 어디서나 승하차가 가능하다. 승강장이 높은 전철역에서는 플랫폼이 발판이 되어주고 승강장이 낮은 일반 기차역에서는 계단이 되는 것이다.

객실 내부에는 쾌적한 흰 바탕의 벽면에 청색 좌석 디자인이 깔끔하다. 특히 눈 여겨 볼 곳은 짐을 올려놓는 좌석 위 선반 부분이다. 일반 열차의 선반과 달리 선반 바닥이 안쪽으로 경사가 기울어져 있어서 물건이 떨어질 염려가 없어 안정적이다. 또한 일반 열차에서 눈이 부셔 커튼을 열고 젖히며 언제나 커튼 패브릭의 오염도가 의심되었더라면 이젠 안심해도 좋다. 누리로에서는 견고한 슬라이드 창틀로 되어있어 청결함은 물론 기차 밖 풍경의 운치도 사용자의 편의대로 창 높이를 조절할 수가 있다.

누리로 호의 세심함이 엿보이는 부분은 이곳뿐 만이 아니다. 창틀의 오른쪽을 보면 그간 무궁화 호 등에서 멋없이 튀어나온 고리가 앞 좌석과 뒷 좌석간의 애매모호한 사용성을 야기했다면, 누리로 호는 사용자를 위한 명확한 위치와 알 듯 모를 듯 숨겨져 있는 고리가 디자인의 세심함을 더한다. 손가락으로 툭 치면 나오는 고리에 가방을 걸고, 앞 좌석 상단의 튀어나온 혹 부분에 살짝 외투를 벗어 걸어놓으면 기차를 타면서 느끼는 여행의 감정이 편안하게 다가온다.

붙어있는 두 좌석 사이의 팔 받침대 속을 열어보면, 비행기 기내에서나 봤을법한 음료 거치대를 볼 수 있다. 기차 여행에서는 처음의 설레임도 잠깐, 지루함이 찾아오기 마련인데, 그때마다 좌석에서 무엇을 하기에 팔과 몸이 어색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젠 피로에 지친 몸도 마음도 거치대 하나에라도 의지할 수 있게 되었으니, 누리로 호의 이런 작지만 고마운 배려 하나하나에 잔잔한 감동이 밀려온다.
이번에 도입된 누리로 열차는 기존의 무궁화호와 당분간 병행하여 운행하지만, 무궁화호의 차량 내구연한이 종료될 때마다 추가로 도입되어 2020년까지 대부분 누리로로 바뀌게 된다. 또한, 1974년부터 운행하던 새마을호 열차도 오는 2011년부터 ‘비츠로(Vitzro, 신형 쾌속EMU)로 개명하고, 신형열차로 대체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과거 추억 속의 비둘기호에 이어 무궁화호까지 없어진다고 하니 새삼스레 기차여행이 고맙고, 소중해진다. 이제 구석구석까지 고마운 디자인의 누리로 호 덕분에 더욱 신나게 추억 속의 기차 여행을 다닐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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