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22
젊음은 방황이다.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히며 깎이고 다듬어질 때 비로소 젊음은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무작정 아무데나 부딪히기만 한다면 다듬어지기 보다는 튕겨나갈 버릴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겐 그들의 경험과 지나온 이야기를 들려줄 멘토가 필요한 것이다.
에디터 | 최동은(dechoi@jungle.co.kr)
7명의 젊은이들이. 2010 젊은 건축가상 작품집 ‘젊은 건축가, 건축을 이야기하다’를 통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 놓는다. 젊은 건축가상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수여하는 상으로 올해로 벌써 세 돌을 맞았다. 젊은 건축가상의 작품집에는 늘 자신들만의 독특한 정체성이 담겨있었다. 다른 건축서적들과 달리 난해한 이론적 이야기를 하지도, 자신의 작품세계를 장황하게 늘어놓지도 않는. 그저 그들이 생존하기 위해 부딪혔던 치열한 에피소드들을 곁들이는 것 말이다.
지난 12월 17일, 대학로 쇳대박물관에서는 작품집 출간과 전시를 기념한 ‘제 3회 젊은건축가상 작품집 출판기념회 및 전시 오프닝’ 행사가 있었다. 행사에는 이번에 상을 수상한 5개 팀, 7명의 젊은 건축가들은 물론, 새건축사협의회 황인선 회장, 대한건축사협회 최영집 회장 등 건축계 원로들과 관계자들이 참석해 젊은 건축가들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최영집 회장은 어려운 건축계의 상황을 이겨내는 사람들이라며 이 젊은이들을 “7인의 파이터”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 파이터 7인은 모두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에서 유학하고 현재까지 그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기용, 철학과 건축을 함께 전공한 파리유학파 이정훈, 미국에서 유학하고 교육과 실무를 병행하는 부부건축가 임영환과 김선현, 영국과 일본에서 유학 후 파트너가 된 선후배 전병욱과 강진구, 정통 국내파 정기정. 이들 7인은 작품집에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담았다. 이 시대 대한민국에서, 혹은 세계에서 건축가로 살아가는 7인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신진 건축가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이제 막 발걸음을 뗀 건축가들에게도 나아갈 길을 제시해 줄 것이다.
지난 2년간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문ㆍ영문으로 발간, 국내외 건축관련단체에 배포하여 호평을 받았던 이 작품집은 디자이너 선정방식도 매우 독특하다. 올 해 디자이너가 다음 해의 디자이너를 직접 뽑는 방식이다. 그렇게 해서 2008년 정병규, 2009년 안상수에 이어 올해는 눈디자인의 김두섭 대표가 북 디자인을 맡았다.
책의 디자인과 구성도 눈 여겨볼 만 하다. 김두섭 대표는 “마치 건축을 한다는 기분으로 이번 작품집을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그가 3개월간 공을 들였다는 작품집의 디자인은 매우 심플하다. 이른바 절제된 미학이 있다. 그는 수상한 다섯 팀을 대표하는 다섯 가지 칼라를 내세워 복잡한 구성을 단순하게 풀어내었다. 그래픽에서도 건축가 개개인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고자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건축 작품집에 디자이너의 손길이 더해진 이 책 속에 디자인과 건축은 어느새 잘 버무려져 있다. 건축가를 위한 디자인, 디자이너를 위한 건축. 내년 작품은 어떤 디자이너가 버무려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